건강정보보호법, 찬성vs반대 ‘입장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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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보호법, 찬성vs반대 ‘입장 팽팽’
  • 이현정 기자
  • 승인 2006.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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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지난 6일 법률안 공청회…‘정보유출인가, 보호인가' 논란 가열

 

개인의 건강정보의 유출과 상업적 이용 가능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건강정보보호 및 관리·운영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24일 입법 예고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지난 6일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1층 강당에서 오후 2시부터 진행된 공청회에는 의료계와 시민단체, 학계 등 각계의 참석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워 법률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이 날 공청회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의 의약단체와 녹색소비자연대를 비롯한 소비자·시민단체, 산업부문관계자 및 열린우리당 보건복지전문위원 등 9명이 패널로 참가해 법률안에 대한 격론을 펼쳤다.

이 자리에서 의약단체는 취급기관의 정보 활용 위험성과 여타 법률과의 상충 문제를 이유로 들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의협 김주한 정보통신이사는 “건강정보보호법은 현행 의료법의 비밀보호규정보다 수준이 낮고, 보호 측면보다 관리·운영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개인정보보호진흥원 등 별도의 의료정보 취급기관 설립 근거를 둠으로써 오히려 정보를 사용하고 남용하기 위한 법률”이라고 주장하며 강한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다.

▲ 공청회 시작전 의협 관계자들이 법률안 제정반대 피켓시위를 벌였다.
대한병원협회 강흥식 병원정보관리이사는 “우리나라 약 1500개 병원 중에서 전자의무기록을 포함하는 본격적인 정보화가 이루어진 병원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라며 병원들의 정보화가 아직 초기 수준임을 지적했다.

강흥식 이사는 “지금 시점에서 법제정을 밀어붙이기보다 전체 병원의 5%, 약 70여개의 병원이 제대로된 전자의무기록을 도입해 사용할 시점에 새로운 법률 제정 논의를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대한약사회 장동헌 정보통신이사는 “법안이 정보통신망법, 의료법, 약사법 등과 상충되는 측면에서 형평성 조율이 미흡하다”면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데이터 보호체계를 만들고 그 수준을 평가하겠다는 규정 등에 의해 의무만 있고, 투자비용에 대한 수가 보존 등 권리는 전혀 없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약단체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의료 정보화 시대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찬성측 입장도 만만치 않다.
이 날 공청회 자리에서 소비자·시민단체를 대표해 나온 녹색소비자연대 전응위 상임위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신현호 보건의료위원장이 법률안의 보완을 전제로 한 찬성의 입장을 밝히는 한편, 의료산업부문 관계자와 열린우리당 보건복지위원 등이 법률안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전응위 위원은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내용을 조금 더 보완한다면 제정이 안 되는 것보다는 되는게 낫다”면서 ‘건강기록의 수집주체와 이용목적·범위에 대한 명시’와 ‘건강기록취급기관의 범위 규정’등 보완할 점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또 전 위원은 건강정보보호진흥원과 관련해 “생성기관의 위탁사업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위탁사업자 중 하나로 분명히 규정해야 하며, 위탁관리 대상은 공공부문·공공적 성격의 서비스로 한정할 것”을 주장했다.

경실련 신현호 보건의료위원장도 “이 법안은 환자의 입장에서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며 찬성의 뜻을 나타내고, 정보유출에 관한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문제와 건강정보보호위원회의 구성과 조직 운영 문제에 대해 제언했다.

산업계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석한 현대정보기술 유병일 부장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며 법률안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건강정보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1, 2차 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HR핵심공통기술연구개발사업단 김윤 단장은 “건강정보가 특정기관 또는 국가에 의해 통합·관리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에 대해 “어떤 부분에서도 국가가 정보를 관리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반박하며 법안의 취지에 대해 짤막히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허윤정 보건복지전문위원 역시 “15, 16대 국회에서도 유사 입법안이 추진됐으나 인식 미비로 사장됐다”면서 “추진절차와 우선 순위 투자 등의 계획을 보완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보건복지부는 입법예고기간인 오는 13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수정·보완하고 입법추진절차를 거칠 계획이다.

한편, 이 날 공청회에 앞서 의협 관계자들이 법안 반대 피켓 시위를 벌였으며,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을 비롯한 23개 제반 시민사회단체들이 성명서를 발표해 “건강정보 유출 법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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