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갯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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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갯버들
  • 유은경
  • 승인 2020.02.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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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스물 세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유난히 따스한 겨울이었지만 봄은 생각보다 급하지 않은 듯하다. 아직 싸늘하지만 밝은 햇살 한줄기에 두터운 갈색 옷을 벗었다. 그 속에 들어있는 보송보송한 하얀 솜털이 갓 태어난 강아지를 닮아 버들강아지, 버들개지 이렇게 부르나보다. 정식 이름은 ‘갯버들’이다. 꼬마 강아지 ‘키버들’과 노란 강아지 ‘호랑버들’도 곧 보일 게다. 꽃꽂이 재료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주로 개울가에 살고 있어 갯버들! 간혹 큰비가 내린 후나 장마기간에는 물에 잠겨 있기도 한데 뿌리가 썩지 않고 오히려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흡수하기도 한다. 물을 정화하는 힘이 있어 일부러 하천가에 심기도 한다. 바닷물에도 강하다.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암,수가 딴그루며 제주에는 살지 않는다. 화산지형의 하천에는 적응을 못했나보다,

여느 꽃, 여느 새와 같이 갯버들도 수꽃이 화려하고 예뻐서 눈길을 훨씬 많이 받는다. 암꽃은 흙빛 봉오리에 연한 노랑으로 수수한 모습이지만 수꽃은 솜털 사이를 비집고 짙은 빨간 꽃을 내밀더니 그 안에서 꽃밥이 노오랗게 올라오고 있다. 정말 어여쁘지 않는가.

어릴 적 동네 친척 오빠나 아재들이 만들어 불던 버들피리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연한 초록색 가지를 잘라 손으로 살살 비벼 속대를 빼내는데 자꾸 찢어지고 겨우 껍질을 벗겨내도 소리가 나질 않았다. 텁텁하고 쌉쌀했던 나무 맛만 기억난다.

은빛 갯버들을 보고 있자니 돌돌돌 물소리가 저절로 들린다. 가까이 오고 있는 새 계절의 발자국 소리겠다. 그 포근한 미소를 마주하는 날 계절은 버들강아지 솜털 사이에서 살랑살랑  우리를 유혹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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