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편] 커커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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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편] 커커시리
  • 임종철
  • 승인 2006.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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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고원에서 운명을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

 

프로그램 예고에서 심야영화로 중국영화 'Mountain Patrol'을 한다고 해서 무언가 했다가 작년 환경영화제 때 보고 싶었던 커커시리(可可西里)라는 걸 알고 새벽까지 영화를 보았다.

사람이 무언가를 열심히 할 때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물며 하나뿐인 자기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필사적 인 노력을 할 때야 오죽하겠는가.

내가 이 영화를 졸린 눈을 비비며 끝까지 본 이유 중 하나도 그게 궁금해서였다. 이 영화는 자신들의 일에 목숨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다.

예전에 중국에서 자이언트 판다를 밀렵해서 사형에 처해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학술연구용으로 전파발신기가 채워진 판다를 전파수신기를 이용해 추적해 많은 판다를 죽였다. 이렇듯 중국에서도 밀렵은 커다란 사회문제다.

티벳고원의 아름답고 멋진 장링양(藏羚羊-야생양의 일종, 티벳영양이라고도 한다)은 80년대 중반이후 모피를 노리는 밀렵이 성행하면서 100만 마리에 달하던 수가 만마리 정도로 줄어들었다.

밀렵을 단속하는 산악 순찰대 원들 한 명이 피살되면서 베이징 신문사의 장족 출신 기자 가위가 이곳으로 취재를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가 대장인 르타이를 동행하면서 커커시리에서 발생하는 밀렵의 현장 고발과 이들을 쫓는 이야기가 기록된다.

그런데 이 순찰대원들은 우리나라에서 요새 그렇게 되기 힘들다는 국가공무원도 아니고 자연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넘치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환경운동가도 아니다. 아프리카의 여러 밀렵감시단처럼 서방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

자기네 치료비도 없어서 밀렵꾼들에게 압수한 모피를 뒷거래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도 보인다. 군인, 운전사 등 다양한 출신의 이들은 변변한 뒷배경도 없어서 압수한 모피는 대부분 관료들에게 상납된다.

커커시리는 자연보호구역 면적만 해도 4만5천㎢인데다 평균고도는 4600m에 달한다. 이런 곳에서 그들은 죽을 고생을 해가며(실제로 많은 수가 죽고) 밀렵꾼들을 쫓는다.

▲ 티벳영양
쫓고 쫓기는 달음박질 장면에서 잡힐까 아닐까가 아니라 저러다 산소부족으로 사람이 죽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영화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 대장 르타이는 오히려 밀렵꾼 보스에게 잡혀서 목숨을 구걸해야 할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도대체 왜?

영화의 다른 한편인 밀렵꾼들의 삶도 치열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의 식민상태인 티벳에서 생계를 위해 밀렵을 하고 그걸 운반한다. 무인지경인 티벳고원에 살아도 그들은 지구 반대편 대도시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처량한 자본의 하수인일 뿐이다.(티벳영양의 모피는 털이 두꺼워서 인도를 통해 서방으로 넘어가 고가에 팔린다고 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나름대로 참 열심히 산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 순찰대원들은 왜 목숨을 걸고 이들을 쫓을까. 무슨 '톰과 제리'도 아니고. 영화는 똑 부러지게 확실한 답을 보여주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고나 해야 할까. 아니면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그들 또한 그렇게 살도록 운명지어진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티벳고원에 녹아든다.

비장한 이야기임에도 화면에 나오는 티벳의 자연은 너무도 아름답고 웅장하다. 영양의 시체에 몰려드는 독수리도 동물다큐멘터리에서 자주 보던 아프리카의 그것이 아니라 겨울이면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독수리들이라서 반갑다.

이런 서부극을 보는 듯한 풍광과 이야기 전개 때문인지 억압받는 티벳의 현실을 언급하는 평들이 많은데 그것도 나의 ‘왜’와 함께 보는 이의 몫일 게다.

임종철(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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