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틈타 DTC 검사항목 확대한 정부
상태바
코로나19 틈타 DTC 검사항목 확대한 정부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2.19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일 기존 12개→56개로 확대 '와인선호도' 등 포함
보건연합 "의학적 근거 희박·건강 공포마케팅 조장할 뿐"
"유전자 아닌 사회적결정요인이 개인 건강에 더욱 영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정부가 지난 17일 '소비자 대상 직접 유전자검사(Direct To Customer, 이하 DTC) ' 항목을 56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검사 항목 12개에서 대폭 확대한 것.

이에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은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불필요한 건강 공포마케팅을 조장하는 정부의 처사를 규탄했다.

보건연합은 "코로나19 방역대책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보건복지부가 이 시점에 의료상업화와  근거없는 유전체업체 몰아주기를 하는 것은 직무유기" 라며 즉각 이런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보건연합은 정부가 허용한 56개 유전체검사의 부작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부가 허가한 유전체검사 항목을 살펴보면 ▲발목부상위험도 ▲퇴행성 관절염 감수성 ▲조상찾기 ▲주근깨, 탈모  ▲식욕 ▲와인선호도 등이 포함됐으며, 산전유전자검사 항목도 기존 165종에서 189종으로 확대됐다.

보건연합은 "이러한 황당한 검사는 의학적 근거가 희박하고, 건강염려증만 퍼뜨릴뿐 아니라 국민들을 불필요한 검사 및 각종 기능식품에 노출시킨다"면서 "'와인선호도'같은 항목에서 보듯 상업적 유희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건연합은 "대다수 OECD 국가에서 유전체검사는 대개 의학적으로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만 의료진의 지시나 자문으로 이뤄지고, 검사결과도 필요에 다라 충분한 설명을 듣게 된다"며 "의료체계가 엉망진창인 미국과 중국 정도만 허용한 유전체검사를 한국이 동참하는 것은 건강을 돈벌이로 하는 기업의 민원처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또 보건연합은 이러한 민간유전자 검사허용이 국민 개개인의 민감정보를 유출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참고로 국회는 지난달 9일 본회의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이른바 '개인정보3법'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안들은 기업이 개인의 건강·의료정보를 정보주체 동의 없이 가명처리만으로도 상업적 활용을 가능케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건연합은 "미국과 중국의 DTC 유전체업체들도 사실 특정 유전체분석 서비스로 인한 이익보다는 개개인의 유전정보 수집 자체에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기존 허가된 12개 항목은 검사허용 유전자에 제한이 있었지만 이번 56개에는 그런 제한조차 없어, 의학적 근거가 더욱 희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연합은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유전자정보 채굴사업으로 DTC를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가 근거없는 검사를 부추겨 개인 유전체정보를 민간기업이 수집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보건연합은 DTC, 상업적 개인 건강관리 정책 확대는 사회정책을 배제하고 건강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유전자가 단일요인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극히 미미하고, 대부분의 OECD국가에서 유전자검사를 의료전문가의 지도 하에 특정 유전자에 한정해 수행하는 것은 단일유전자-단일질환을 제외하고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끝나고 인간 유전자지도 대부분을 파악했지만 인류가 겪는 질환의 상당수는 유전자와 거의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건연합은 "유전자와 질병의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암의 경우도 환경, 식품, 수면, 운동, 스트레스, 감염 등 변수가 많다"며 "이를 좌우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노동, 소득, 주거 등 사회적결정요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건연합은 "근거에 입각한 의료서비스만을 제공할뿐 아니라 사회정책을 통해 국민 삶의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건강정책의 원칙"이라며 최소한의 보건의료정책으로 주치의제와 일차보건의료제도 등이 필요하지 이처럼 근거없는 유전자 결정론과 개인 책임전가만을 일으키는 DTC 허용은 정부가 할일이 아니다"라고 규탄했다.

끝으로 보건연합은 "코로나19에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시기인만큼, 정부는 감염질환 확산방지 노력뿐 아니라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와 지역사회 대응을 위한 주치의제, 일차의료체계 강화를 논의해야 마땅하다"며 "정부는 특정업체 이윤추구를 위한 DTC 유전체검사 확대를 철회하고 개인건강·유전자정보 규제 강화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무분별한 DTC 유전자검사 허용 규탄한다

- 의료상업화를 부추기는 행위 중단하라
- 개인유전체정보 상업적 이용 반대한다.
-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차의료와 공공의료 강화이다.

정부가 2월 17일 소비자 대상 직접 유전자검사 항목을 56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기존 12개의 유전자검사도 유효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코로나19 방역대책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할 보건복지부가 이 시점에 의료상업화와 불필요한 건강 공포마케팅만 부추기는 근거없는 유전체업체 몰아주기를 하는 것에 우리는 분노하며, 즉각 이런 조치를 중단하기를 촉구한다.

1. 정부가 허용한 56개 유전체검사는 국민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심각한 부작용만 일으킨다. 예를 들어 ‘발목부상위험도’ ‘식욕’ ‘아침형·저녁형 인간’ 등의 유전체가 있다는 식의 황당한 검사는 의학적 근거가 희박하다. 이는 건강 염려증만 퍼뜨리며 국민들을 불필요한 검사 및 각종 기능식품 등에 노출시킨다. 특히 이번에 허용한 검사항목들은 ‘와인선호도’ 같은 항목에서 보듯 상업적 유희 이상의 의미가 없다. 이런 황당한 정책마련에 국가역량을 소모하는 것은 복지·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몰두해야 할 보건복지부의 직무유기다. 대다수 OECD 국가에서 유전체검사는 대개 의학적으로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만 의료진의 지시나 자문으로 이루어지고, 검사결과에 대해서도 필요에 따라 충분한 설명을 고지받게 된다. 엉망진창 의료체계인 미국과 중국 정도만 허용한 상업적 유전체검사 허용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은 건강으로 돈벌이를 하는 기업의 민원처리에 지나지 않는다.

2. 무분별한 민간 유전자 검사허용은 국민 개개인의 민감정보를 유출시킬 정책이다. 우리는 이번조치가 지난달 통과된 개인정보 3법 개악과 연계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업이 개인건강·의료·유전체 정보를 국민 개개인의 동의 없이 가명처리만 하면 온갖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의 DTC 유전체업체들도 사실 특정 유전체분석 서비스로 인한 이익보다는, 개개인의 유전정보를 수집하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 기존에 허가하고 있던 12개 항목은 검사허용 ‘유전자’의 제한이 있었지만, 이번 56개는 그런 제한조차 없다는 점은 의학적 근거가 더욱 희박하다는 것을 보여줄 뿐 아니라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유전자정보 채굴사업으로 이 검사서비스를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부가 근거 없는 검사를 부추겨 개인의 유전체정보를 민간기업에 수집하게 해서는 안 된다.

3. 정부가 상업적 유전자 검사 확대, 상업적 개인 건강관리 정책에 집중하는 것은 사회정책을 배제하고 건강을 개인책임으로 돌리는 일이다. 건강에 유전자가 단일요인으로서 작용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유전자검사를 의료전문가의 지도 하에 특정 유전자에 한정해 수행하는 이유는 단일유전자-단일질환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유전자 검사의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끝나고 인간 유전자지도의 대부분을 파악했지만, 인류가 겪는 질환의 상당수는 유전자와 거의 무관하다. 특히 그나마 영향력이 높을 것으로 파악된 암의 경우도 환경, 식품, 수면, 운동, 스트레스, 감염 등 변수가 많다. 그리고 이를 좌우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노동·소득·주거 등 사회적 결정요인이다. 근거에 입각한 의료서비스만을 제공해야할 뿐 아니라, 사회정책으로 국민들 삶의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건강 정책의 원칙이다. 최소한 보건의료정책으로는 주치의제와 일차보건의료 제도 등이 필요하지, 이처럼 근거 없는 유전자 결정론과 개인 책임전가만을 일으키는 유전자 검사 허용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코로나19에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시기다. 정부는 감염질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 뿐 아니라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와 지역사회 대응을 위한 주치의제를 비롯한 일차의료체계 강화를 논의해야 마땅하다. 이런 상황에 건강염려증을 부추기며, 전혀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로지 업체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의료상업화·규제완화를 발표하는 것은 정상적인 정부의 행태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특정 업체 이윤추구를 위한 DTC 유전체검사 확대를 철회하고, 오히려 개인건강·유전자 정보 규제강화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0. 2. 18.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