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코로나19 보다 더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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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코로나19 보다 더 큰 문제
  • 김명섭
  • 승인 2020.02.25 17: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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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구‧경북지부 김명섭 공동대표

수백명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경북지역의 분위기는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한다.

감염의 최일선에 있는 의료현장은 더욱 그러하다. 대구‧경북지역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대구사회연구소 등 6개 단체가 모여 만든 ‘대구경북전문직단체협의회’에서는 감염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 저소득층을 위해 가능한 일을 도모키로 했다. 대경 인의협의 경우 대구시의사회와 함께 선별진료소 지원에 적극 참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구‧경북지부 김명섭 공동대표(삼성포유치과)는 “비공식적인 통계지만, 대구에서만 현재 100여 개의 치과가 문을 닫거나, 일주일 이상 자체 휴진에 들어갔다”며 “우리 치과의 경우 지난 일주일간 ‘긴급환자’만 보기로 원칙을 정해 다른 예약환자는 전부 미뤘다”고 상황을 전했다. 아울러 그는 “감염에 있어 치과의사가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김 대표는 “치과뿐 아니라 사실 시내에 사람이 없다. 자영업자들은 정말 죽을 맛일 거다. 대구 경제가 초토화되는 게 아닌 가 싶다”면서 “우선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를 억지하기 위한 노력이 더 시급하다”고 전했다.

본지는 대구지역 분위기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김명섭 공동대표의 기고글을 싣는다.

- 편집자

아침에 출근해서 급한 환자 한명을 보고나니 오전에는 환자가 없군요. 오후에 약속된 2명을 보면 오늘 하루가 지나겠지요. 20년 넘게 치과의사 생활하면서 처음 겪는 생경함인 듯합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면 확진자 수가 몇 명이 넘었다. 어느 지역이 뚫렸다. 사망자가 몇 명이 넘었다. 온통 언론에 도배되고 수많은 개인적 관계 속에 맺어진 SNS속에는 각자의 원하는 바를 담은 정보가 넘쳐나겠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점점 예상치 못하는, 이제까지는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상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가 이렇게 쉽게 다가 올 줄 몰랐습니다. 과학의 발달로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쉽게 누려왔던 그 편리함이 역설적으로 이런 전염병에 극히 취약하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과학의 발달이 인간에게 이로운가를 되물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구가 온실가스문제로 조만간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얘기를 16세 소녀 툰베리가 얼마 전 유엔총회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 것인지 수많은 경고와 시그널을 보내도 우리는 그것의 공포가 현실화되지 않으니 알 수가 없습니다. 피부로 느낄 수 없으니 두려움도 공포도 없겠지요. 하지만 코로나19는 과학의 발전에 따른 편리함이 가지는 공포의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법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지금 모든 언론과 SNS에서는 두 부류로 나뉘어 전쟁입니다. 한쪽에서 현재 정부를 공격하고 한쪽에서 정부를 지지하고…. 문제를 잘 해결하고 극복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책임소재를 두고 연일 공방입니다. 서로의 주장을 인정하고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믿는 바를 강화시키는 SNS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확신을 얻고 종교를 신봉하듯이 정신무장을 해서 서로를 박멸해야할 코로나바이러스 보듯이 싸우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싸우는 것이 현재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비상시국에 앞에 모든 힘을 다해 지역사회를 위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을 지지하고 격려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 잘잘못을 따지면 안 될까? 생각해보지만 현실에서는 어려운듯합니다. 진영 간의 대결이 바이러스문제보다 더 큰 고민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바이러스 문제는 해결이 되겠죠. 그것이 희극이던 비극이든…. 멀지않은 총선을 통해 이 코로나19 문제를 가지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기가 가진 본 모습으로 돌아가고 미래의 또 다른 문제로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을 겁니다. 정치가 원래 그랬듯이.

그럼에도 코로나19가 해결돼 사회가 정상화되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져준 문제의식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확진자를 내고 사망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청도 대남병원의 정신병동의 문제는 우리가 애써 무시한 의료의 사각지대가 이번 코로나문제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 생각됩니다. 격리병상문제 등 메르스 이후 잘 정비돼 왔다던 전염병방역시스템에 대해서도 다시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감염의 매개가 되었던 종교예배를 비상시국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듯합니다. 그리고 언제 닥칠지 모를 지구온난화문제도 지금 우리 바로 옆에 있는데 우리가 자각을 못할 뿐 아닌가 다시 살펴봐야 할 듯합니다.

오늘 내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오니 센티해지네요. 누군가와 막걸리 한잔이 생각이 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어렵겠죠? 이 비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싹 씻어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 술 한 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일상으로 빨리 돌아갔으면 합니다.

 

김명섭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구‧경북지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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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기 2020-02-25 23:12:50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회원들 같 이 힘내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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