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조개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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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조개나물
  • 유은경
  • 승인 2020.05.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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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스물 여덟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어릴 적 떼를 입힌 묘지는 참 좋은 놀이터였다. 산을 헤집고 다니다 봉분을 만나면 한숨 돌리는 쉼터가 되었고 눈 쌓였을 때 묏등은 자연스럽게 미끄럼틀이 되었다.

차가운 날이어도 햇살이 좋으면 무덤 뜰에 옹기종기 모여 머리를 맞대고 소꿉놀이를 했다. 그곳에서 피어나는 들풀은 자연스레 나물이 되고 짠지가 되어 우리들의 돌식탁에 올려졌다. 

햇볕 다툼에 부지런히 꽃을 피우던 봄꽃들의 잔치가 주춤한 요즘 제일 신이 난 것은 조개나물이다. 잘 다듬어진 묘지에 둥지를 틀었으니 탐내는 손길도 없고 발길도 조심스럽다. 이름과 다르게 나물로도 먹을 수 없으니 꿀풀과(科) 꽃답게 벌과 나비만이 친구다.

한국과 중국이 고향이고 봄부터 초여름까지 개화기간도 길다. 층층이 조개모양의 꽃잎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몸에는 털이 북실북실하다. 거기에 진하지 않은 향이 또한 일품이다. 보랏빛 조개나물과 붉은조개나물에 이어 흰조개나물을 만났고 연하늘 빛깔까지 덤으로 알현(謁見)했으니 더 바랄 게 없다.

늘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부잣집 묘에는 발붙일 틈이 없고 무심한 자손들 때문에 풀이 무성해진 묘역에서도 만날 수 없다. 적당히 게으른 효손들을 둔 조상들만이 이러한 풍성한 꽃잔치를 만날 수 있다.

조개나물처럼 신나는 5월, 보랏빛 꿈을 실컷 꾸어도 나무랄 이 없는 마냥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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