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대우 간호인력들 현장에서는 소모품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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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대우 간호인력들 현장에서는 소모품 취급"
  • 이인문·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5.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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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긴급토론회]② 인의협 전진한 정책국장 "고강도 노동과 장시간 근무로 희생과 헌신만 강요받다 소진돼"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주최, 본지 후원으로 지난 21일 오후 3시부터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의료현장 증언을 통한 교훈: COVID-19 치명률을 줄이기 위한 국내 의료대응 체계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로 오인된 경산시 17세 소년 사망 경위(고 정유엽 학생 부모님) ▲코로나19 의료현장에서 간호노동의 절박함(행동하는 간호사회 김수련 간호사) 등의 제1부 증언과 ▲코로나19 유행시기 의료공백 문제와 의료접근권(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 ▲코로나19 일선 간호노동자의 현실과 보호‧지원방안(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진한 정책국장) ▲의료붕괴 막기 위한 우선순위 과제와 공공의료 강화 방안(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 등 의료대응 능력 구축을 위한 대안 발표가 진행된 제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에 본지는 이날 진행된 토론회 내용을 2차례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김수련 간호사
김수련 간호사

이날 토론회 제1부에서 '코로나19 의료현장에서 간호노동의 절박함'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김수련 간호사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 대구 동산병원에 파견돼 일했다"며 "언론에서는 대구 현장에서 일한 간호사들을 영웅이라 칭하며 치켜세우고 있지만 실제 소모품처럼 취급된 현장 간호사들은 모든 힘이 소진돼 그만둘 생각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련 간호사는 "모든 인력이 집중됐던 대구에서도 간호인력 등이 턱없이 부족해 치료대응에는 실패한 상태였다"며 "특히 중환자실은 가장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전문성을 갖춘 숙련된 간호인력이 많이 필요한 곳이었음에도 가장 최대치로 인력이 투입됐을 때조차 필요인력의 30%가 부족한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특히 중환자실에서는 경력 4∼5년차의 숙련된 간호사들이 필요한데 평소에도 중환자실 간호인력은 부족한 상태라 대부분 경력이 없는 신규 간호사들이 파견나와 있는 상태였다"면서 "교육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중간연차 간호사들이 신규 간호사들을 교육하면서 중환자들을 돌보아야 했고, 환자 정보 인계 등도 제대로 되지 않아 간호사들끼리 서로 소통하며 알아서 인계인수를 해야만 하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간호사는 "보호복 정도를 제외한 모든 물자들이 부족한 상태였고 기구들도 필요할 때마다 요청해서 받는 경우도 많았다"며 "사용 매뉴열조차 지급되지 않아 간호사들이 직접 유투브를 찾아보면서 사용법을 숙지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사실상 파견나온 모든 간호사들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환자들에게 최선의 결과를 줄 수 없었고 이는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의 책임이라기보다는 OECD 기준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간호인력들이 OECD 기준 평균 3배에 이르는 병상들을 커버하고 있는 등 심각한 수준에 이른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 때문일 것"이라며 코로나 2차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간호사는 "부족한 인력이 파견돼 최선을 다했음에도 복지부에서 직접 파견된 간호인력을 제외하는 여태껏 수당지급을 받지 못 했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 한 채 비좁은 탈의 공간에서 감염에 대한 위험성를 무릅쓴 상태에서 과로에 시달려야 했다"면서 "지금 대구에 파견나갔다 돌아온 간호사들은 다시 사태가 터지면 자원해서 파견을 나갈 수 있을까 의문을 던지고 있다. 감염병 대응에 반드시 필요한 간호인력을 지금처럼 소모품 취급만 한다면 2차 팬더믹이 다시 발생하더라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공공인력 확충 및 간호인력 하한선 법제화 등 제도개선 필요"

"숙련 간호사 부족시 사망률 증가 등 의료의 질 담보 못 해"

전진한 정책국장
전진한 정책국장

토론회 2부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전진한 정책국장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각기 '코로나19 일선 간호노동자의 현실과 보호‧지원방안'과 '의료붕괴 막기 위한 우선순위 과제와 공공의료 강화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공공인력 확충 ▲간호인력 하한선 법제화 등의 제도개선을 주장했다.

먼저 인의협 전진한 정책국장은 발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당시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계속되는 고강도 노동과 장시간 근무로 인해 간호인력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치고 소진됐다"며 "제대로된 예방 및 치료 교육도 받지 못한 채 강제로 파견돼 희생과 헌신만 강요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상시에도 한국의 간호인력은 인구 1,000명 당 활동 간호인력이 OECD 평균의 78.4%, 병상 당 활동 간호인력은 OECD 평균의 30.0%에 지나지 않아 간호인력들은 근무시간당 거의 10∼12시간을 일하고 이 중 식사와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간은 평균 21분에 그치는 등 많은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 간호사의 이직률은 15.4%, 특히 신규 간호사 이직률은 45.5%에 달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신규 간호사들이 땔감 태워지듯 태워져 쓰이다가 교체되고 있다"면서 "결국 병원에 숙련 간호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의료의 질을 담보하지 못 한 채 환자 사망률 등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 국장은 "한국 의료의 상업화‧영리화로 민간병원에서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간호인력을 가능한 적게 고용하거나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정부의 제도적 개선 노력도 부족해 의료법에서 간호사 정원에 대한 시행규칙(제38조)을 규정하고는 있지만 지난 1962년 이래 개정하지 않고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하고 있고, 이조차도 지키고 있는 의료기관은 2013년 기준 종합병원 63%, 병원 19%, 의원 63%로 매우 낮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실정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공공보건의료장학생 제도 확대 등을 통한 공공보건의료인력 확충 및 간호인력 하한선 법제화 등으로 적정의 간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간호사 처우 개선과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간호사 교육 및 훈련 확대, 그리고 국가 책임 하에 의료인 보호장비 확보‧비축 등을 통해 감염병 사태 발생시 간호인력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보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발표를 통해 '코로나19 의료대응 능력 확보'를 위해서는 ▲공공병원의 절대치를 높여서 최소 공공병상 20% 확보 ▲시급성에 기초해 민간병상 차출 후 공공수용하는 대형병원 중환자실 활용 방안을 포함한 중환자병상의 확보 ▲감염병 중앙병원 설립 및 감염병 치료 전문인력 확보 ▲인공호흡기, 투석기, 에크모, 레벨D 방호구 등 의료장비와 개인보호장구 확보 및 관리체계의 공공화 ▲중증도에 따른 환자 치료병상 및 중환자실 운용을 위한 일원화되고 통일된 치료 지원체계(컨트롤타워) 구축 등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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