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 불평등 맞서 사회적 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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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난 불평등 맞서 사회적 연대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5.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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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기금, 올 7월까지 모금‧‘노동재난’ 피해자 지원
권영숙 대표 “기부 아닌 노동재난에 대한 연대”
“코로나19 이후 안전한 사회 위한 디딤돌 될 것”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이 실패로 끝나면서, 이른바 K-방역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국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확한 확진과 검사, 진단키트 수출 등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에 맞서는 모델로 떠올랐다.

코로나19의 경제적 타격이 서서히 몰아치기 시작하면서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두고,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도입했다. 소비를 통해 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다. 이에 시민들은 이른바 ‘착한 소비’와 더불어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며 호응했다.

하지만 방역 성공의 이면에는 코로나19 치료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들의 노동이, 전세계가 ‘사재기’로 골머리를 앓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는 감염병 노출에도 불구하고 쉬지 못했던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이, 봉쇄전략 없이 사회가 작동하도록 만든 수많은 서비스노동자들, 돌봄노동자들, 제조업노동자들의 노동이 있었다.

아울러 ‘바이러스는 평등하지만,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듯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일방적인 해고, 무급휴직, 실업 대란이 노동의 가장 약한 고리인 비정규직‧영세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에겐 코로나19는 단순 감염의 두려움을 넘어서 ‘노동재난’, ‘불평등한 사회적 재난’이 됐다.

한 때 하루 700여 명까지 치솟았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성공적 방역 덕분에 한자리 수로 떨어졌지만, 매년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2,400여 명의 노동자 수는 떨어지지 않고 OECD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 4월 28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로 38명의 비정규 하청 노동자들이 숨진 것이 그 예다.

또 우리나라의 취업 노동자 2천만 명 중 고용보험 가입노동자는 1,380만 명이며, 680만 명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특수고용노동자 220만 명은 4대 보험 대상이 아니다.

코로나19 민낯…한국사회의 ‘실종된 연대’
'재난난민들' 위해 사회적 연대·환원 시급

하지만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약간 다른 목소리를 내며, 코로나19 재난 불평등에 맞서는 사회적 연대운동으로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운동이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

이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 조성을 위해 나선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하 사파기금) 권영숙 대표는 “방역 성공에 취해 ‘덕분에’ 챌린지를 하고 의료진들을 추켜세우지만 실제로 그들이 받는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는 외면했고, 감염자들 죄인시하고 동선공개를 하며 인권을 후퇴시켰고, 비정규직‧택배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노동‧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노동엔 눈감았다”며 “비록 방역에 실패한 미국과 유럽도 노동재난을 막기 위해 해고금지를 시행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230~280조억 원에 달하는 기업위주의 경제정책들뿐이었다”

특히 그는 “누구나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다는 제외하면 코로나19 사태는 인류에게 평등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로 드러난 것은 사회 취약점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연대의 부재’ 역시 드러냈다”며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대표는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공돈’처럼 소비하지 말고 코로나19 재난에서 가장 변방에 있는 약자를 위한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권 대표는 “이 운동이 자선이나 시혜, 기부가 아니라 노동재난에 대한 사회적 연대이길 바란다”면서 “이는 차별이나 배제 없이 누구나 평등한 시민으로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누리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정치적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이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은 목적성 기금으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모금을 진행한다. 조성된 기금은 ▲의료 취약계층 ▲코로나19로 해고 등 ‘노동재난’을 입은 자 ▲국제연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재난지원금 등으로 쓰일 계획이다. 기금 조성규모에 따라 목적과 대상은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사파기금의 설명.

권 대표는 “특별히 지원 대상에 활동가를 넣었는데, 사회 구석구석에서 최저임금도 안되는 월급을 받으며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 온 이들이 재생산‧과로사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사회운동을 떠받쳐 온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위험노동을 감수했던 이들이 '재난난민'이 되지 않도록 안정된 기반을 가진 소위 말하는 사회 엘리트, 전문직, 봉급 생활자들이 이들을 위한 사회적 연대에 나서, 돌려줘야 할 때”라며 “이 기금은 코로나19 재난의 불평등에 맞서 사회적 연대를 실천하며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사회, 더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참여를 독려했다.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은 링크(vo.la/0TZ0)나 홈페이지(http://sapafund.org), 직접이체(국민은행 012501-04230247)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 조성에 나선 사파기금은 2011년 한진중공업 김진숙 해고노동자 크레인 동성에 연대하는 희망버스로 출발해, 지금까지 파업기금 없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십시일반 풀뿌리 파업기금을 사회적으로 조성해 지원해 온 단체다.

이들은 지난 9년 간 비정규노동자, 정리해고자, 이주노동자, 장애인운동 등을 아우르며 노동뿐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와 민중 투쟁에 지지‧연대하며 75회에 걸쳐 48개 단체에 기금을 지원하고 연대활동 및 노동문제를 사회 의제화 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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