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나도수정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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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나도수정초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0.05.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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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스물 아홉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익숙한 것에 눈이 먼저 가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다. 관계된 사람, 듣는 음악이나 입는 옷, 심지어는 가끔 보게 되는 개그프로그램까지 말이다. 꽃도 예외는 아니다. 언제나 볼 수 있으려나 오매불망 기다리다 만나게 되는 꽃들이 반가운 것은 당연하지만 작년에 본 꽃, 그 시간을 기다려 다시 보러가는 길의 설레임과는 비교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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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을 생각하니 좀 생뚱맞다. 아, 너로구나! 하는 반가움은 있었으나 와, 예쁘다! 하는 감탄사는 나오지 않았으니까. 무슨 SF영화에 나오는 이름 모를 외계인 같았다. 날이 흐리고 어두컴컴한 제주 숲속, 더군다나 한창 때가 지나 거뭇거뭇 변해가고 있는 모습은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나도수정초’는 광합성이 필요 없는 부생식물(腐生植物)이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을 썩은 낙엽이나 동물들의 사체에서 얻는다. 부생식물은 유기물을 무기물로 분해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빌붙어 살아가는 기생식물(寄生植物)과는 삶에 대한 자세가 확연히 다르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빽빽하게 비늘처럼 줄기를 덮고 있는 잎도 광합성을 할 필요가 없어 퇴화됐다. 줄기 끝에 한 송이씩 달리는 꽃의 짙푸른 색 암술과 그 주변 노란색 수술밥을 제외하고는 전체가 하얗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밝은 날이지만 숲속 그늘이라 사진 담기가 만만치 않다. 드물게 다가오는 빛을 기다리는 일은 안달이 나기도 하지만 차분해지는 나만의 시간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이 녀석들이 특별히 유명세를 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김새도 특이하지만 식물의 기본 이치인 광합성을 거부한 까닭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일종의 파격을 행하는 용기!! 그것에 대한 응원이겠다. 지극히 평범하고 소심한 나와는 다른, 별난 존재에 대한 일종의 대리만족!! 그것이겠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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