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호자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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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호자덩굴
  • 유은경
  • 승인 2020.07.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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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서른 한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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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찌를만한 가시라는 뜻의 '호자(虎刺)'를 이름에 넣고 있는 것은 가시 많은 호자나무의 꽃과 비슷하다는 단지 그 이유 때문이다. '덩굴'에서 보듯 나무가 아니고 풀이며 다년생이다. 호자덩굴속(屬)에는 전 세계에  2종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에 있는 것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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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꽃을 만나면  담아둘 수 없는 벅찬 감동으로 버거울 때가 있다. 호자덩굴이 그랬다. 그것은 한없이 보드라울 것같은 솜털로 맘껏 치장한, 분홍빛이 살짝 스친 속살을 들여다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느낌이다 .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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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일까. 꼭 쌍을 이루어 꽃을 피운다. 특이한 것은 꽃이 두 종류라는 것이다. 암꽃·수꽃  따로 피는 암수딴그루도 아닌데 말이다. 한 송이 안에 같이 있으나 두 갈래로 갈라진 암술이 길게 삐져나온 꽃과 네 갈래로 갈라진 수술이 머리를 내민 꽃이 있다. 아직 명확하게  발표된 학설은 없으나 암술·수술이 같이 있는 것은 확실하단다. 모양새에 더해 불가사의한 매력이 하나 더 얹혀진 녀석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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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대부분 씨앗에서든지 뿌리에서든지 싹이 나고 줄기와 잎이 커가며 꽃을 피우고 다음 세대를 위해 열매를 맺고는 사라진다. 이 싸이클 중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당연히 꽃이 피었을 때이다. 그 화려한 시기는 생에 있어 황금기가 틀림없다. 대부분의 꽃들은 꽃이 지고나면 시선에서 멀어진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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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자덩굴의 경우는 다르다. 남다르게 피어나는 꽃이 열매도 유별나게 맺기 때문이다. 귀가 쫑긋한 일명 ‘돼지코’라 불리는 한없이 귀여운 빨간 열매가 또 한 번 설레임을 갖고 찾아가게 만든다. 감히 황금기인 꽃시절 뒤에 찾아오는 생의 르네상스기라 불러준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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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송이의 꽃이 핀 자리에서 열매는 하나만 열린다. 쌍을 이루어 꽃을 피우는 것은 외로워서라기보다 후손을 만드는 능력이 부족해서였나 보다. 그렇게 '둘이 합하여' 하나를 이루었다는 증거는 확실히 남겨두었다. 뾰족한 삼각형 두 귀가 그 증표다. 빨간색을 잃지 않은 채로 겨울을 나고 간혹 다음 세대가 꽃을 피울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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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의 꽃모양으로 한줄기에서 꼭 두 송이씩, 또 그 둘의 흔적이 또렷한 꽃만큼 예쁜 빨간 열매!! 참 별난 사이클을 갖고 있는, 참으로 별스럽게 어여쁜 호자덩굴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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