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범죄자 말고 여성‧아동 인권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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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범죄자 말고 여성‧아동 인권 보장하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7.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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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 법원의 아동 성착취물 제공 손정우 씨 미국 송환 파기 결정에 분노
“영유아 대상 성범죄자 처벌 못하는 나라…다음 세대 맞이할 자격 없어”

‘웰컴투비디오’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20만 건을 제공‧공유한 성범죄자 손정우 씨에 대한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청구를 법원이 지난 6일 기각한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은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사법부가 보호하는 것은 범죄자인가?”라고 되물으며 “법원은 범죄자 보호 말고 여성과 아동 인권 보장으로 응답하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부장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는 성범죄자 손정우 씨에 대한 미국 송환을 기각한 이유로 ‘웰컴투비디오’ 사이트와 관련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수사가 아직도 국내에서 진행중인 점을 들었다. 법원은 “손 씨를 미국에 인도하면 한국이 음란물 소비자들의 신상 확보도 못하고 수사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원은 한국이 주권국가로서 주도적으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참고로 손정우 씨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2년 6개월 간 다크웹에서 아동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며 유료회원 4천여 명에게 성착취물을 제공하며 수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벌어들이고, 아동 성착쥐 물 20만여 건을 유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손 씨는 한국, 미국, 영국 등 32개국 수사기관의 공조로 2년 만에 붙잡혀,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으로 1년6개월의 형을 받았다.

미국 연방대배심은 아동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 9개 혐의로 손 씨를 기소했다. 이 중 아동음란물 관련 혐의는 이미 국내에서 처벌이 이뤄졌기 때문에 인도 대상 범죄 혐의는 ‘국제자금세탁’에 한정됐다. 이중처벌을 막기 위한 절차다.

이에 인의협은 “우리는 성범죄의 엄중한 처벌과 송환불허 사유에 대해 동의할 수 없고, 수사로 죄가 밝혀진다 한들 지금 한국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은 가능한지 묻고 싶다”며 “이미 범죄자금은닉 수사외의 다른 혐의에 대한 처벌은 끝난 상태인데, 사법부가 나서 성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란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게다가 지난 2015년 판결 당시 손정우 씨가 ‘결혼해 부양가족이 생겼다’는 이유로 5년 이상의 형량을 1년 6개월로 감경해 줬다”며 “손 씨뿐만 아니라 그간 사법부는 성범죄자가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직접 추행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초범이라는 이유로 급기야 외모 콤플렉스까지 선처 사유로 인정해 오는 등 시쳇말로 ‘아무말’이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인의협은 사법부에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성찰하고, 인권 보호의 대상이 누구인지 직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의협은 “성착취물이 산업화되고 사법부가 그것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사회에서 여성과 아동은 건강할 수 없다”며 “손 씨와 같은, 영유아에 대한 성범죄조차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나라는 다음 세대를 맞이할 자격이 없고, 저출산 대책 논하기 전에 여성과 아동의 인권부터 보장해야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이들은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흐름에 함께하지는 못할망정 그 흐름을 막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사법부, 성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쥐어주는 언론, 성범죄자에게 화환을 보내는 정치인들이 걸림돌”이라며 “디지털 성범죄와 범죄자를 보호하는 처벌은 현재진행형의 고통을 방치하고, 보이지 않는 죽음을 양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끝으로 인의협은 “우리는 성폭력와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에 더 이상 침무하지 않는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아래는 인의협이 낸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대한민국 사법부가 보호하는 것은 무엇인가? 범죄자 보호 말고 여성과 아동의 인권 보장으로 응답하라

 

대한민국 사법부가 보호하는 것은 무엇인가? 범죄자 보호 말고 여성과 아동의 인권 보장으로 응답하라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는 지난 6일 성범죄자 손정우를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손정우는 2015년 7월부터 2년 6개월 간 다크웹에서 아동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며 유료회원 4000명에게 성착취물을 제공하고 수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벌어들인 성범죄자다. 재판부의 송환 거부 근거는 "손 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면 한국은 수사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국경을 넘어서 이뤄진 성범죄를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성과 아동 성 착취 범죄, 국제적 자금세탁 척결할 필요성에 비춰볼 때 손 씨를 송환하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범죄의 엄중한 처벌”과 송환불허의 사유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결정이 범죄의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이뤄질 수사 과정에 범죄인은 적극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묻는다. 수사로 죄가 밝혀진다 한들 지금 한국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은 가능한가? 이미 범죄자금은닉수사외에는 처벌이 끝난 상태다. 사법부가 나서서 성범죄가 입증된 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면죄부를 주었다. 수사과정에 손정우의 협조는 가능한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디지탈 성범죄 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정우가 한국에서 아동 청소년 보호법과 정보통신법 위반으로 받은 형량은 고작 1년 6개월이었다. 지난 2015년 판결 당시 손정우가 ‘결혼하여 부양가족이 생겼다’는 이유로 5년이상의 형량을 1년 6개월로 감경해 준 것이다. 손정우뿐만 아니라 그간 사법부는 성범죄자가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 ‘직접 추행’이 아니라는 이유, 초범이라는 이유, 급기야 외모 콤플렉스까지 선처 사유로 인정해왔다. 이러한 감경사유는 자의적이라는 표현이 걸맞은, 시쳇말로 ‘아무말’이나 다름이 없다.

사법부는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성찰하라. 성착취물이 산업화되고 사법부가 그것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사회에서 여성과 아동은 건강할 수 없다. 손정우가 저지른 범죄와 같은 영유아에 대한 성범죄조차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나라는 다음 세대를 맞이할 자격이 없다. 저출산 대책을 논하기 전에 여성과 아동의 인권부터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성평등을 향해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노력에도 그 속도를 더디게 하는 걸림돌이 있다. 성평등의 흐름에 함께하지는 못할 망정 그 흐름을 막는 사람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사법부, 성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쥐어 주는 언론, 성범죄자에게 화환을 보내는 정치인들이 바로 그 걸림돌이다. 디지털 성범죄와 범죄자를 보호하는 처벌은 현재진행형의 고통을 방치하고, 보이지 않는 죽음을 양산하고 있다. 우리는 성폭력과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2020. 7. 8.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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