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을 살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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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을 살아보니…
  • 양정강
  • 승인 2020.07.14 12:3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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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시론] 양정강 논설위원

『백년을 살아보니』의 저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보다 꼭 스무 해 뒤인 1940년생이라 `팔십년을 살아보니`라는 제목을 떠올리게 됐다.

UN이 지난 1956년 65세부터 `노인`이라고 지칭한 이래 2015년에는 연령 구분을 새롭게 제안 했다. 0∼17세: 미성년, 18세∼65세: 청년, 66세∼79세: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 장수노인이라고 5단계로 구분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백세시대에 120세, 아니 수명 200세 이야기까지 떠도는 시절에 나이 80줄에 들어서니 `나는 젊어봤다. 너는 늙어봤나?`라는 말을 할 입구에 들어선 느낌이다.

백세나이에 이틀에 한번 꼴로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고 매주 두어 곳에 칼럼을 쓰는 `김형석` 철학교수는 『KBS 인간극장』에 등장하기도 했고, 노년층에서는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데 40대 후배들에게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젊은이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엔 세대 차이를  염두에 두는 세심함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형석 교수의 쉼 없는 장시간에 걸친 강연을 듣기도 했고 칼럼 『김형석의 100세 일기』는 일간지 매 주말 판에서 2년 넘게 읽고 있다. 감히 많은 것을 따라하고 싶은 어른이다.

김형석 교수의 어록 중에 “100년을 살아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였다”가 있는데 내 지난 날을 대입해 본다.

심한 우울증을 뒤로하고 `양정강치과의원`을 접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상근심사위원을 시작한 때가 60세였다. 심평원에서 정년퇴직한 66세까지 6년간은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이 초반부터 사라지고, 천직으로 알고 열심을 다한 진료와는 다른 속성의 업무여서인가 적성에 맞았는지 매우 활발하게 보냈다.

심평원 퇴직 후 소위 백수 생활 시작은 심평원 경험 연장선에서 치과보험 관련 모임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보험에 관심이 많은 젊은 후배를 만나는 것으로 했다. 훗날 70세에 `대한치과보험학회(이하 보험학회)` 창립으로 나타났다.

백수 생활 3년여엔 평생 처음 치의신보에 40회에 걸쳐 『치과보험 이야기』를 연재하기도 했고 이어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에서 `2013 서울 FDI 유치위원장`을 맡아 유치 성공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3년 실적이면 치협 인준이 가능한데 우여곡절 끝 5년만에 보험학회가 치협으로부터 인준을 받으니 나이 75세였다. 해서 내게도 인생 60세에서 75세까지가 어쩌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한편 `치과보험`을 인연으로 하여 70세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젊은이 여럿이 함께하는 치과에서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는 만 80세 원장이다.

김형석 교수는 75세 이후 90세까지는 이전까지 이룬 것들을 다시 음미하는 뜻있는 시간이라고 했던가? 언감생심 나도 90세까지 병원에서 울타리 노릇을 뜻있게 하겠다는 말을 마음속으로만 하고 있다.

열 살 언저리 나이까지는 오래전 일 같은데 이후 오늘까지는 지나고 보니 참으로 훌쩍 지나가버린 느낌이다.

나이 70이면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라 마음속에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자 않는다고 하지만 철이 제대로 들려면 멀기만 하다. 그래도 참 마음 편한 이즈음의 80이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아 아 ~편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한 것을~” 소설 토지 박경리 작가 한 말이라는데 엉뚱하게 이즈음 치과계에 난무하는 `소송`이 떠오른다. 나이 드니 부질없는 일로 힘들어 하는 후배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온갖 갈등과 책임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느끼며 훌륭한 노년을 보내는 법을 정리한 것을 읽었다.

1. 성장을 멈추지 마라. 성장 여부가 젊은이와 노인으로 구분된다.
2. 책을 가까이 하라. 독서야말로 문화를 익히는 길이다.
3. 주위에 모범을 보이라. 행복의 지름길이다.
4. 화를 참고 긍정의 여유를 가지라. 화는 불행의 씨앗이다.

사람이 늙는다고 하는 건 미래가 없어지고 과거가 길어진다면 젊은이들에겐 미래가 길게 있으니 80세, 100세가 하는 지난 이야기도 들어볼 만하지 않을까?

알량한 소유와 권력, 명예보다는 작으나마 주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이 복 받은 인생이란다.

 

양정강(사람사랑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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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도 2020-07-16 18:49:25
박사님의 열정이 느껴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정회인 2020-07-16 11:54:00
교수님 존경합니다- 교수님의 말씀, 보여주시는 삶의 모습들 더 배우고 싶습니다. 오래도록 건강하세요-

이재원 2020-07-16 11:14:09
항상 좋은말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음에 꼭 새기겠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세요~

김용진 2020-07-16 10:58:53
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건강하시어 오래 모시고 십습니다.

김의동 2020-07-15 08:25:58
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세요....보기 좋으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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