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학정원 확대보다 공공의료 일자리 확충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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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입학정원 확대보다 공공의료 일자리 확충 우선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8.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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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시민단체 ‘공공의료 의사 양성’ 토론회…의사 절대 수 부족 지적
권역별 공공의대 설립‧전문과 중심 의과교육 시스템 개혁 등 주장
8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달 31일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공공의료 의사는 어떻게 양성해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8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달 31일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공공의료 의사는 어떻게 양성해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 국공립병원, 공공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 7월 23일 지역의사 3천명을 포함해 의대정원을 4천명으로 증원방안을 발표했고, 국회는 관련 법안을 발의키도 했다.

그러나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는 늦었지만 정부가 대책을 제시한 것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공공병원 등 인프라 확충 계획은 물론 공론화 과정도 없이 추진되는 의대정원 증원 방안에 대해 비판했다.

이에 한국노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의료사협), 건강세상네트워크(이하 건세넷), 공공운수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31일 여의도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정부 의대 증원 방안의 문제점과 대안 – 공공의료 의사는 어떻게 양성해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정부 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사 절대 수’가 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권역별 공공의대 설치에는 모두가 한목소리를 냈다.

의사 수 총량 증가 없이 부문‧지역 문제 해결 못해

김진현 교수
김진현 교수

먼저 서울대학교 간호관리연구실 김진현 교수는 ‘중장기 의사인력 필요 수요 공급추계’를 주제로 발제로 나서 의사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총량의 증가 없이는 지역간, 부문간 불균형 문제는 해결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18년까지 면허의사 수는 65.4% 증가한데 반해 같은 기간 국민건강보험 총내원일 수는 94.7% 늘어나는 등 의료이용량이 급팽창했다. 즉, 적은 인원이 폭발적인 서비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과로하고 있고, 민간부문도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인구 1천명 당 활동의사 수는 OECD 평균은 3.5명이며, 한국은 한의사를 포함해도 그 보다 적은 2.3명이다. 인구10만명 당 의대 졸업자 수는 OECD 평균이 13.1명이며, 한국은 7.6명으로, OECD 평균의 60%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2019년 기준 활동의사 수를 기준으로 보면 OECD 기준 부족 의사 수는 74,773명으로, 70%이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 격차도 뚜렷이 확인되는데, 세종시를 제외하고 인구 1천명 당 활동의사 수는 경북이 1.38명, 서울이 3.12명으로 최대 2.3배의 차이를 보였다.

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공급면에서 인턴, 전공의 등의 노동시간은 감소하고, 여상의사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공보의 부족 등 공공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1980년대 입학 의사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누적공급량이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요면에서는 취약한 공공의료, 인구고령화, 문재인케어 등 건강보험보장성 확대, 감염병 등의 대비를 위해 필요 수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맞추려면 정부의 3천5백명 증원으로는 택도 없고, 4천~5천 명 이상이면 현상 유지, 5천명 이상이어야 수급격차가 해소 가능하다”면서 “현 상황과 중장기 전망을 고려하면, 단계적 증원보다 일괄 증원 후 2030년 이후 감속 정책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의사 수 총량의 증가 없이는 지역간, 부문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기존 의대 소규모 정원을 100명 수준으로 증원하고, 권역별로 100~150명 규모의 공공의대 및 의학전문대학원을 신설하고, ‘국군의학사관학교’와 같은 특수목적의 의대 신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공공보건의료기관 확대, 지역 의무직 공무원 확충 필요

나백주 교수
나백주 교수

이어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나백주 교수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의사 양성 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공공의료 수행에 필요한 의료인력 부족을 핵심 문제로 꼽았다.

나 교수는 이러한 의사 수 부족 문제의 원인으로 ▲정부가 의사수요에 따른 의사공급확대 정책을 방기 ▲의료취약지가 많은 지역에 근무하는 의사 수가 부족함에도 의사공급 조정 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것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수급에 관한 체계적 정책 및 제도가 갖춰지지 않음 등을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의료인력 수급이 시장에 맡겨져 있고, 정부는 단지 자격요건에 필요한 교육과정 인증 및 재교육 정도만 관리하는 등 매우 소극적 보건의료 정책을 펼쳐온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나 교수는 세부 임상분과전문의 양성을 목표로 한 현재의 의과대학 교육 시스템부터 바꾸지 않으면서 의대 입학 정원, 지역의사 양성제도 등을 실시할 경우 지금의 갈등과 모순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정부 안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지역의사양성제도는 기존 의대 교육의 한계를 인정하고 광역지자체의 장학금 절반부담 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고, 의무복무 10년 상당기간은 인턴, 레지던트 등 수련기간으로 보내고 의무복무기간 후 일반 민간의사로 진출하게 되면 투자대비 효과가 낮은 문제가 나올 것”이라며 “정형외과와 신경외과가 필수 전문과목이 될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고, 지역 우수병원 육성 내용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지역의료특화프로그램을 누가 개발할 것인지, 기존 의대 교육 이외로 이수하는 것인지 등 검토할 것이 많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 교수는 “의무복무 준수사항을 어기면 환수 및 면허 취소 등 부정적 내용을 갖고 어떻게 지역공공의료에 헌신할 우수 인력을 뽑고 양성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향후 대안으로 “지역공공보건의료기관 확대, 지역 의무직 공무원 확충계획을 동시에 제시하고, 이러한 내용을 간호직, 약무직 등 보건의료인력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지역별 공공의료에 대한 요구의 차이가 있고, 지역마다 고유한 질병 특성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공공의료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전국을 3~4대 권역으로 나눠 공공의과대학을 설치하고 맞춤형 공공의학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WHO의 권고에 맞춰 감염병 등 국가재난에 대비한 별도의 지역공공보건의료인력 관리체계를 보건복지부와 광역정부 단위에서 만들고 관리하고, 취약지 소규모지방의료원과 인근 대학병원과의 의뢰‧지원체계를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나 교수는 “서울시 역시 보건소 부족의사가 평균 1~2명, 선별진료소 근무로 의사인력이 소진되고, 역학조사관도 준비된 인력이 부족하고 서울시립병원 이직률이 19.2%에 이르는 등 서울시 역시도 지역의사 요구가 높다”면서 “감염병 등 재난대비 뿐 아니라 빈곤계층 건강돌봄 등 지역공공의료 요구가 높아 지역의사 양성 대상에서 제외되면 안된다”고 피력했다.

지방 공공병상비율 1.4%…일할 곳이 없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패널토론에 나서 의사 수 및 의사배출 수 증원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사립대학이 아닌 국공립의과대학-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사를 늘려 지역에 필요한 의사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립대와 민간의료기관 중심으로 의사를 늘리면 의료취약지에서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역할보다는 의사 유인 의료수요를 창출하거나 무분별한 의료산업화에 활용되는 영리추구 의사 양성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8년 기획재정부에 건의한 ‘9개 핵심 규제개혁 과제’에 영리병원 설립, 원격의료 허용과 함께 의사인력 공급확대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국장은 “코로나19로 공공의료기관 및 공공의료인력 확충 목소리가 나왔으나 정부는 이런 요구를 교모히 악용한 민간 특혜 정책만을 내놓았다”며 “정부가 민간의료기관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한 이들 기관이 공적 필수의료 및 적정진료 수행에 의사를 활용하리라 보기 어렵다”면서 그 근거로 2019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발표한 ‘민간병원 공보의 근무실태조사’를 인용했다.

전 국장은 “조사결과를 보면 민간병원에 배치된 공보의들이 응급진료가 아닌 외래진료, 건강검진, 영양제 판매, 미용시술 등을 강요받았으며 심지어 배치된 민간병원 중 의료취약지가 아닌 곳도 포함됐다며 응답자의 절반이 ‘민간병원 공보의 배치 반대’를 표했다”며 “민간중심의 입학정원 확대는 이런 문제를 똑같이 발생시킬 수 있고, 의무복무 후 수도권으로 옮겨 개원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의료공공성 강화나 지역 필수 의사인력 확보엔 별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 국장은 “정부가 500명 배출하겠다는 의과학자는 기초학문 과학자가 아니고, 민간영리업체와 결합된 창업의사”라며 “2018년 정부는 병원을 신기술 창업허브로 육성하고 의사에게 사업화 인센티브를 줘야한다고 주장하면서 병원에 영리자회사 허용,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의사가 영리자회사 대표‧임직원 겸직 허용 시도, 의료기기 안전‧효과 평가 기준 완화 등을 추진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대로 된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기존 국립의대 정원을 늘려 국가책임으로 교육하고 공공의료기관에 의무복무하게 해야 한다”며 “정부가 참고한 일본의 자치의과대학 모델의 경우도 국공립의대병원을 제외한 지자체 공공병상 비율이 13.5%에 이르기 때문에 졸업 후 이들이 근무할 곳이 많지만, 한국의 지자체 공공병상 비율은 1.4%에 불과해 성공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간호사인력 확충 정책의 부재를 비판하며, 간호인력의 적정인력배치를 강제해 공공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상임대표인 원용철 목사는 시장논리로 작동되는 우리나라 의료현실을 지적하며, 지역의사 양성을 위해 공공의료기관이 확충돼야 하고 지방의료원 설립에 예비타당성 검토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경창수 회장은 의료도 교육과 같은 공공재로, 의사의 공무원화와 광역단위 순환근무 구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공공운수노조 이동우 국장은 정부의 의료산업적 정책에 맞서 시민사회의 대응 프레임을 재구성하고 재조직할 것과, 지역의사 면허제를 통해 지역의사제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 수 확충 이유를 해외사례에서 찾아야 하나?

반면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는 공공의료 확대‧강화에는 동의하지만, 공공의료 확대와 강화가 일치하는지는 모르겠다는 의문을 던지면서, 의사 수 확충 이유를 해외 사례가 아닌 우리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우리나라가 301명인데 반해 의사 수가 가장 많은 오스트리아가 2만9천여 명, 공공의료가 가장 강하다는 영국이 4만5천여 명에 달한다. 영아사망률, 기대수명 등 여타 건강지표도 우리나라가 우수한 편”이라며 “해외 통계를 통해 우리의 방향을 찾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증외상센터의 경우 7개만 필요하다는 연구결과와 상관없이 11개를 설립했고, 현재는 17개에 이르지만, 의료기관의 규모, 수술가능한 의사인력 등의 부족으로 결국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공공의료 강화가 절대 명제이나 확대가 일방적으로 강화가 아닐 수 있고, 확대 시기는 자체 연구해 봐야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 기자는 “공공병원을 세운다고 하루아침에 양질의 필수진료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므로, 취약지 거주자들이 민간의 좋은 병원을 차별없이 잘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집중해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의대 입학정원 증원…공론화 과정 부족 인정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정원확대 추진 과정에서 의견수렴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부문, 지역, 과목, 분야 등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김 정책관은 나백주 교수가 지적한 지역의사 교육 과정‧내용의 문제에 대해 “지역의사에 공공의료라고 명시는 안돼 있지만, 지역의사 배출을 위해 지자체와 당사자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역에 필요한 의사를 내보낼 것”이라며 “지역의사 양성 과정에서 지자체의 참여가 필수라는 데 동의하며, 단순 정원 배정‧확대가 아니라 교육부와 의료계와 함께 올해, 내년에 제대로된 인력 양성을 위한 틀을 만들고 지자체가 이들을 얼마나 잘 키워내고 지역의료에 헌신할 수 있게 하는 지 깊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과학자를 산업을 위해 키운다는 것은 언급한 적 없고, 연구차원에서 의과학으로 표현했다”며 “효율적인 의학기술 연구를 위한 연구자들이 필요하고 이들을 지원하고 도움주는 방향이지, 의과학자를 산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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