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증원…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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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증원…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
  • 이은경
  • 승인 2020.08.0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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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의학정책연구원 이은경 원장
지난 6월 16일 국회 앞에서 개최된 보건의료노조의 '코로나19 대응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촉구' 기자회견 장면.
지난 6월 16일 국회 앞에서 개최된 보건의료노조의 '코로나19 대응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촉구' 기자회견 장면.

의사 증원 논란이 뜨겁다

코로나-19 이후 의사인력 확충은 사회적 아젠다가 되고 있고 정부에서는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을 통해 10년간 4천명의 의사를 증원할 것을 밝히며 증원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에는 김원이 의원 주도로 총 29명의 여당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김원이 의원은 "지역의사 양성을 위해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게는 장학금 등을 지급, 체계적으로 교육 및 연구를 지원하고, 면허 취득 후에는 특정 지역 내 중증‧필수 의료기능을 수행하는 의료기관 등에서 의무복무하는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해 지역보건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역간 의료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의사 증원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심각한 의사숫자의 부족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 숫자는 2.4명(한의사 포함)으로 OCED평균 3.4명의 65.7%이다. 활동의사 숫자에는 한의사가 포함된 것으로 한의사를 제외할 경우 1.8명에 불과하다. 인구 10만명당 의대졸업자 수는 OECD평균의 58%로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의사수 비율이 증가할 가능성은 없는 구조이다.

의사 숫자의 부족은 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경북 지역은 의료인력 부족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 전국 각지에서 자원 형식으로 의사들을 모았고 260여 명의 공중보건의사가 우선 배치됐다. 2020년 배출되는 신규 공중보건의사 742명은 교육기간도 없이 대구경북지역에 조기 임용됐다. 그럼에도 의사는 턱없이 부족했고 대다수의 무증상, 경증 환자들은 의료적 개입을 받지 못하고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되기만’ 했다.

1차의료, 공공의료 인력확충은 시급한 과제이다

코로나-19뿐아니라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등의 경험은 향후 신종 감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이 디폴트가 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공중위생, 역학 관련 전담인력은 매우 부족하다. 1차의료는 더더욱 문제이다. 우리나라 의대 졸업생의 대다수는 병원전문의 수련을 선택하고 있으며 1차의료에 적합한 포괄적 진료 전문인력은 매우 부족하다.

한국은 의료이용률은 매우 높으나 의사숫자는 매우 부족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특히 본격적 고령사회가 오지 않은 고령사회 초입기임에도 불구하고 노인 의료이용률과 의료비 지출은 매우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현재 의료이용량을 고정변수로 본다면 고령사회가 본격화되는 2030년(2017년 13.8%에서 2030년 25%로 노인인구 비율 증가 예정임)에는 어느 정도의 의사인력이 필요할 것인가?

고령사회에서는 현재의 의료이용 행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의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고령사회에서 더 이상 이런 구조는 불가능하다. 커뮤니티 케어로 대표되는 고령사회 통합돌봄은 의료기관이 아닌 지역에서, 가정에서 돌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을 강조한다.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아닌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통합 돌봄 시스템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의사인력의 문제이다. 현재 의료기관에서만 이루어지는 서비스에서도 의사숫자의 부족으로 의사 얼굴을 충분하게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지역사회 돌봄, 가정호스피스, 방문진료 등으로 확대해보면 의사 숫자 확충은 선택이 아닌 필연적 과제가 된다.

어떤 의사를 양성할 것인가?

이러한 수요를 담당할 의사인력은 기존 의사들이 밟아온 과정과는 다르게 양성돼야 한다. 현재 의대졸업생의 90% 이상이 병원에서 단과수련을 받고, 단과전문의로 배출된다. 전문의 지원은 경제적 유불리를 반영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필수 진료과목은 수련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공중위생, 감염관리, 1차의료,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의사인력은 이런 구조로 배출될 수 없다. 1차의료를 담당하는 인력은 전문수련을 받지 않은 비전문 일반의사가 아니라, 1차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 능력을 갖춘 1차의료 전문의가 되어야 한다.

외국에서는 1차의료를 전담하는 의사인력은 1차의료 전담 수련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수련 역시 병원 수련과 지역사회 실습 등 다면적 수련 과정을 도입해 1차의료 인력의 양과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의사, 공공의료 전담의사는 이런 의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에서 의사인력 확충은 요원한 과제이다. 의협을 필두로 한 의사 집단은 의사 증원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의약분업 사태이후 다시 총파업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사들은 기존 의사들과 경제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적다. 현재 의료인이 부족해서 수행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인력이지 기존 의사들하고 경쟁하는 영역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실제 배출될 의사인력이 실제 그런 훈련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지, 이후 의무 근무를 어떻게 현실화 할 것인지 등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것이 현재 의사들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의사 공급의 다양화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공급의 다양화이다. 한국 사회는 보건의료 직역간 업무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구분돼 있으며 특히, 의사만이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제화된 행위가 지나치게 많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예방과 공중보건, 건강증진, 1차의료 등에 관한 행위를 공급할 수 있는 인력이 매우 다양하다. 약사, 간호사, 다양한 의료인 직군들이 공급자로 기능하고 있으며 그를 위한 다양한 교육시스템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지나치게 의사 의존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숫자가 부족함에도 할 수 있는 의료인을 의사에게만 한정한 결과, 실제 서비스에서의 부족은 확장되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한국에서는 OECD에 의사 숫자를 제출할 때는 한의사를 포함하면서, 실제 의사가 필요한 영역에는 한의사를 활용하고 있지 않다.

할 수 있는 행위는 교육을 통해 확장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면허제도는 최소한의 기준이고, 이후 의료행위의 확장은 교육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의대의 확충뿐만 아니라 한의대와 의대의 통합, 간호사·약사 등 연관 인력의 교육을 통한 활용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은경(한의학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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