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금꿩의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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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금꿩의다리
  • 유은경
  • 승인 2020.08.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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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서른 네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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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있는 10여 종의 ‘꿩의다리’ 중 단연 비주얼 으뜸이다. 뒤뚱거리며 달아나는 날씬한 꿩의 다리를 닮아 그리 붙였다는데 재미는 있지만 화려한 모양새에 그리 썩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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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와 함께 금빛 수술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 ‘금꿩의다리’인데 거들먹거리는 부자의 돈주머니가 연상되기도 한다. 화단에서도 많이 키우지만 사는 곳이 숲 속, 습기가 많고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중부를 중심으로 살고 있어 남쪽에서는 금꿩의다리를 볼 수 없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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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가 아프도록 올려다 보아야 할 만큼 키가 껑충하다. 줄기가 가느다랗지만 큰 키를 감당할 정도로 강하다는 얘기겠다. 꽃으로 보이지만 꽃받침인 네 깃 모자의 보랏빛과 풍성한 꽃술의 금빛은 푸르디푸른 한여름의 숲 빛깔과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꿩의다리 집안뿐아니라 ‘여름 숲속의 여왕’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겠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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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우리나라 특산식물인데 들꽃이라기보다는 왕궁 뜨락에 피어있어야 할 것 같은 도도함이 풍겨난다. 드물게 하얀색을 띠는 금꿩의다리가 있는데 올해는 예전의 풍성한 모습이 아니어서  맘 한쪽이 서운하다. 변이종이라 이름은 따로 없고 금꿩의다리 흰색이라 불러주어야 정확한 표현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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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는 꽃들을 찾아가 이리 쳐다보고 저리 살펴보는 동안은 반가움과 호기심, 그리고 보이지는 않지만 기운을 주고받는 가슴 떨리는 시간이다. 허락된 시간만 피고지는 자연의 이치 속에서 삶의 궤도가 다른 이 아이들을 지금 헤어지면 언제 또 볼까 하는 아쉬움도 또한 크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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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내년 이맘때도 산안개가 낮게 깔린 그 깊은 숲속에서 보랏빛 꽃망울을 대롱대롱 매단 채 허둥대는 발걸음을 기다려주겠지. 팡팡!! 소리 내어 봉오리를 터뜨리며 반겨줄지도 모르겠다. 꽃을 만나고 오면 그 때부터 꽃시계는 또다시 한해를 시작한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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