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오브 코리아(Apocalypse of Korea)… 영화 『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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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오브 코리아(Apocalypse of Korea)… 영화 『반도』
  • 박준영
  • 승인 2020.08.2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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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사에 말을 걸다- 스물 한 번째 이야기

크로스컬처 박준영 대표는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언론과 방송계에서 밥을 먹고 살다가 지금은 역사콘텐츠로 쓰고 말하고 있다. 『나의 한국사 편력기』 와 『영화, 한국사에 말을 걸다』 등의 책을 냈다. 앞으로 매달 1회 영화나 드라마 속 역사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출처= 네이버영화)
(출처= 네이버영화)

아포칼립스는 일반적으로 세상의 종말을 뜻하지만 성서적으로는 묵시록, 계시록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신약성서의 마지막 챕터는 요한묵시록이며 최후의 심판을 예견하는 여러 상징적 비유들로 가득차 있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은 이 부분에 영감을 받아 『아포칼립스 나우(Apocalypse Now 현대묵시록)』를 만들었다.

당시 말론 브란도와 로버트 듀발, 마틴 신 등 쟁쟁한 배우들이 영화에 출현했고 러닝타임은 무려 3시간이 넘었지만 음악은 박력 있었고 화면은 실험적이었고 묘한 매력을 주는 영화였다. 종국에 주는 메시지는 결국 반전을 담고 있었지만 그 과정의 이야기는 난해하고 낯설었고 지난했다.

영화는 1979년 칸느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더니 보수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촬영상 등을 수상했다. 코폴라는 전쟁없는 평화야말로 인류 현생의 존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책임을 역설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이 인류를 지켜낼 수 있을까? 빌 게이츠는 전쟁보다는 오히려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가 파멸의 위험을 겪을 것이라고 최근에 예견했다.

최근 급증한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와 꺼질 줄 모르는 지구촌 바이러스 위기를 보면서 세상의 종말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본다. 유발 하라리는 명저 『사피엔스』에서 현생 인류는 2,100년이면 멸종하리라 단언했다. 하라리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다면 이제 고작 80년이 지나면 사피엔스 종은 지구에서 사라진다는 얘기다.

암울한 얘기는 잠시 덮고 영화판으로 가보자. 바이러스 창궐 시대에 무슨 영화 관람이란 말인가? 그렇다. 한국 영화 생태계는 완전 피폐해졌다. 극장에 사람이 없다. 작년 동기 대비 관객수 92%가 줄었단다. 관객이 하나 둘에 불과한 극장에 영화를 걸 무모한 제작자가 있을까?

영화 『반도』가 아수라장의 선봉으로 나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이를 필두로 『강철비2』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차례로 개봉을 하면서 영화계는 비포(Before) 코로나로 가기 위한 마지막일지 모르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출처= 네이버영화)
(출처= 네이버영화)

영화 『반도』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가정을 전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한민국이 좀비 떼 공격을 받아 초토화되고 전 세계로부터 고립된다’면? 그야말로 ‘아포칼립스 오브 대한민국’의 모습을 시종일관 우울하고 어두운 화면에 가득 담아낸다. 한국이 좀비 떼의 공격으로 종말이 닥치면 딱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다. 쥐들이 득실대는 서울 오목교 사거리라니…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나도 단순해 오히려 평단의 비난을 받긴 했지만 『부산행』으로 이미 대박을 친 연상호 감독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재난 영화는 어쩌면 스토리가 간단할수록 좋을 수도 있다. 

4년 전, 가족을  잃고 가까스로 한국을 탈출해 홍콩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며 살고 있는 정석(강동원)은 정체불명의 조직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반도에 다시 들어가 거액의 돈이 실려 있는 트럭을 확보해 빠져나오기만 하면 엄청난 대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그러나 반도의 좀비들은 더욱 거세져 있고 좀비뿐아니라 반도에 남아 생존 그 자체에 목적을 둔 조폭같은 조직과도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 ‘민정’(이정현) 가족의 도움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정석은 이들과 함께 반도 탈출을 감행한다.

열차 객실로 제한된 공간이 『부산행』이었다면 이번에는 서울과 그 근교 도시를 배경으로 다이나믹한 카 체이싱이 벌어지며 공간을 무한 확장한다. 『매드맥스』류의 무법 질주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데 혹자는 이 장면은 꼭 4D로 보아야 영화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단다.

(출처= 네이버영화)
(출처= 네이버영화)

특이한 점은 거친 운전대를 잡는 이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거다. 반도에 함께 들어간 중년 여성은 예전에 서울에서 택시를 몰던 기사였고, 거친(?) 운전 솜씨로 좀비떼를 박멸해 관객을 매혹시킨 준이(이레), 그리고 심지어 장난감 자동차를 조정해 좀비떼를 따돌린 어린 아이(이예원)도 모두 여성이다. 이제는 보호받아야 할 여성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여성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자 함이 느껴진다.

상상하고 싶진 않지만 요즘의 팬데믹을 보면서 자꾸 악몽처럼 영화의 마지막 탈출 신이 오버랩 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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