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아닌 재생산 권리로 임신중지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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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아닌 재생산 권리로 임신중지 보장하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8.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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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 법무부 양평위 권고안 환영 성명 발표…“국회, 임신중지 비범죄화 넘어 권리로 보장하는 대체입법 서둘러야”
보건연합은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에 참석, '낙태죄 위헌'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보건연합은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에 참석, '낙태죄 위헌'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이하 양평위)가 지난 21일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개정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지 1년 4개월 만이다.

양평위는 "법무부는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 및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해 국민의 성과 재생산·건강권을 보장하며 원치 않은 임신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태아가 건강·안전·행복하게 출생·성장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공동대표 우석균 유영진 이보라 이하 인의협)은 오늘(25일) 성명을 내고, 양평위 권고안의 환영의 뜻을 표하는 한편 국회에 조속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먼저 인의협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후 1년 4개월이 지나 입법시한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로 입법논의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될 시점”이라며 “양평위 권고안이 진일보한 출발점이 돼 궁극적으로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담음 대체입법 논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의협은 임신중지 비범죄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의료현장과 환자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임신중지 범죄화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사람과 임신중지를 결정한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어 임신중지를 더욱 음성화 한다”면 “그 부작용은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를 증가시키는 역효과로 나타나는데, 실제로 임신중지를 강력히 규제하는 국가에서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가 4배 이상 높고 이로 인한 모성사망률도 3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의협은  “임신중지를 불법/합법으로 구분짓고 특정 조건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은 의료현실에도 맞지 않고. 그 사례들은 과학적 입증근거가 부족하거나 심지어는 인권을 침해 한다”면서 “현장에서 의료진은 당사자의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 안에서 의학적 지식에 근거해 당사자와 의료진이 환자중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임신중지권리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의료적‧사회경제적 환경이 구축됐을 때 비로소 허울이 아닌 실체적 권리로 행사될 수 있다”면서 “국회는 임신중지권리를 사회적, 경제적, 의료적으로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공급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인의협의 요구 내용은 ▲안전한 임신중지 시행 가능 의료인력 양성 ▲임신중지 시행 의료기관의 보편적 공급 ▲유효성과 안정성이 입증된 유산유도약 미프진(mifepristone) 도입 및 의료인 교육 ▲임신중지와 피임 급여화 등이다.

끝으로 인의협은 낙태가 ‘죄’였기 때문에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사람은 물론, 의사 역시도 임신중지와 관련된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해 방어적으로 처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국회에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넘어 이를 권리로 보장하는 대체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죄가 아닌 재생산 건강권리로서의 임신중지를 보장하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 권고안을 환영하며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형법 제27장(낙태의 죄)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작년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 269조 1항, 270조 1항 중 일부 내용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뒤 1년 4개월이 지났다. 입법시한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아 입법논의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될 이 시점에서, 양평위 권고안이 진일보한 출발점이 되어 궁극적으로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담은 대체입법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이제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넘어, 재생산 건강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회에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성과 재생산 건강을 위해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확고히 해야 한다.

임신중지의 범죄화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사람과 임신중지를 결정하려는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하여 임신중지를 더욱 음성화한다. 그 부작용은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를 증가시키는 역효과로 나타난다. 실제로 임신중지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국가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가 네 배 이상 높으며, 이로 인한 모성 사망률도 세 배 이상 높다.
또한 임신중지를 불법/합법으로 구분짓고 특정 조건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의 법제도는 전인적인 의료적 결정을 제한한다. 기존의 모자보건법에서 열거하는 예외사례들은 과학적 입증근거가 부족하거나, 심지어 인권을 침해한다. 현행 모자보건법의 조각사유들을 새로이 수정한다고 해도 문제다. 의료현장에서 당사자와 의료진은 당사자의 종합적인 건강상태는 물론 사회, 경제, 문화적 맥락까지 고려한 판단과 그에 따른 의료행위가 위협받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한다. 특정 시기 이전의 임신중지만을 허용하거나, 단편적인 예외사례를 열거하는 것은 이러한 의료 현실에 맞지 않다. 개개인의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 안에서 의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당사자와 의료진이 환자중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확고히 해야 한다.

둘째, 국회와 정부는 비범죄화를 넘어, 임신중지를 실체 있는 권리로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의료적, 사회경제적 환경이 구축되었을 때 비로소 임신중지 권리는 허울이 아니라 실체 있는 권리로서 행사될 수 있다. 따라서 비범죄화를 넘어, 실질적으로 건강권과 재생산 권리를 안전히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는 임신중지권리를 사회적, 경제적, 의료적으로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공급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먼저, 안전한 임신중지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인력 양성, 임신중지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보편적 공급이 필요하다. 또한, 임신 제 1삼분기 초기에 그 유효성과 안정성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입증된 유산유도약 미페프리스톤을 도입하여 의사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적인 이유로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임신중지와 피임에 대한 급여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삶 속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임신중지의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낙태’가 ‘죄’였기 때문에, 진료실에 들어와 임신중지를 요구하는 사람에게 의사는 "당신이 유전학적 정신장애 또는 신체질환이 있거나, 성폭행 피해로 인한 임신이거나, 혈족간에 임신이 된 경우이거나,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을 도와줄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당사자가 적시에 안전한 임신중지를 하지 못할 경우  여러가지 질환과 부작용, 모성사망 등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더욱이 수련과정에서 정식교육도 받기 어려워 의료진은 위축되고 방어적인 진료와 처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하루빨리 벗어나 어떠한 경우에도 임신중지를 원하는 당사자 그리고 이들을 대하는 의사가 죄책감이 아닌 안전함을 느끼고 진정한 건강을 추구할 수 있길 바란다. 이를 위해 국회는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넘어 임신중지를 권리로서 보장하는 대체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2020. 8. 25.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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