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렘데시비르 특허강제실시 발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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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렘데시비르 특허강제실시 발동해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8.26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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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민사회단체, 유일한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생산 촉구
특허 독점 공급으로 렘데시비르 부족…국내 생산 역량‧법적근거 충분
“초국적 제약회사 눈치 보지 말고 즉각 코로나19 치료제 생산하라!”

정부가 초국적 제약회사 눈치를 보느라 지금까지 유일하게 허가받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치료제를 제대로 공급치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과대안,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무상의료운동본부, 사회진보연대, 시민건강연구소, 지식연구소 공방, 참여연대 등은 지난 25일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에 즉각 코로나19 치료제를 생산‧공급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일하게 허가받은 코로나19 치료제인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사(이하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렘데시비르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지난 7월 1일부터 길리어드의 공급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5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발생한 4,152명의 확진자 중 3%인 143명에게만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중대본은 투약기준을 더욱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상황.

그 이유는 길리어드가 특허 독점 때문에 계약을 맺은 생산시설에서만 ‘렘데시비르’를 생산하고 있어 생산량 자체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미국, 브라질, 인도 등은 매일 수만 명의 확진자가, 유럽의 경우도 매일 1천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펜데믹 상황에서 오직 길리어드만이 이 렘데시비르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 즉, 이는 공급 부족으로 제한적인 투약기준을 적용한 것.

이에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는 최근 렘데시비르가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 뿐 아니라 산소포화도와 무관하게 폐렴소견만 있는 중등도 환자 증상 개선에도 유의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언급하면서 “렘데시비르를 빨리 투약할수록 더 효과적”이라며 “최근 발표된 국내 환자 3천 명에 대한 자료분석에 따르면 폐렴소견만 있는 환자는 전체 32%로, 이러한 결과에 맞춰 정부도 투약대상자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특히 이들은 정부가 렘데시비르에 대한 ‘특허 강제실시’를 발동해 치료제의 생산‧공급을 대폭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그렇게 되면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병상‧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기 때문.

참고로 ‘특허 강제 실시’란 일반적으로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돼야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으나 세계무역기구의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에 따라 공중보건 위기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특허권 만료 전에 제네릭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는 지난 2001년 탄저병 유행에 대비, 치료제 확보를 위해 시프로의 특허 강제실시를 발동해 100만 정의 복제약을 생산했고 이스라엘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당시 치료제로 유력했던 HIV치료제인 칼레트라의 특허 강제실시를 발동한 바 있다

이들은 “시민사회는 코로나19 유행초기부터 정부에 치료제 공급을 위한 사전준비를 요구했으며, 현행 감염병예방법 40조, 특허법 106조의2에 따라 감염병 대유행이 우려되면 정부는 특허가 걸린 치료제를 생산역량을 가진 한국의 의약품 생산시설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짚으면서, 정부는 길리어드의 독점공급구조를 의식해 손을 놓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들은 “정부는 지금 당장 렘데시비르의 특허 강제실시를 발동하고 치료제 생산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미 렘데시비르 생산역량을 가진 여러 공공/민간 의약품 생산시설이 있고, 전세계가 렘데시비르의 부족을 겪는 현 상황에서 우리나 나서 렘데시비르를 생산‧공급하는 것이야 말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감염병 치료제의 공공재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렘데시비르 사용의 이점은 중증환자의 입원기간을 4일 줄이고 중등도 환자의 70%를 11일 이내에 퇴원시킨다는 점”이라며 “감염병에 대응할 병상과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렘데시비르를 적극 사용해 입원 병상 부족을 막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이들은 “정부와 특허청,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차원에서 해외 필수 치료제의 국내 수급이 어려운 비상상황에 대비해 특허 강제실시를 검토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듯, 더 이상 강제실시를 미뤄선 안된다”며 “정부는 초국적 제약회사 특허권 보호 이전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정부는 눈치 보지 말고 즉각 코로나19 치료제 생산하라!
- 더 이상 초국적 제약회사의 독점공급에 국민의 목숨을 맡겨서는 안 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코로나19 치료제로 유일하게 허가받은 렘데시비르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렘데시비르가 국내 처음 도입된 7월 1일부터 길리어드사이언스社(이하 길리어드)의 공급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50일 넘는 기간 동안 발생한 4,152명의 확진자 중 143명에게만 투약이 된 상황이다. 전체 코로나19 환자 중 3%에게만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이유는 외국보다 까다로운 투약 대상자 선정기준 때문이었다. 렘데시비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대본은 앞으로 더 제한적인 투약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치료제 투약이 의료적 고려보다는 공급량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공급량이 제한적인 이유는 렘데시비르 공급을 길리어드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리어드는 미국의 공공 연구소와 협력하여 렘데시비르의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특허 독점 때문에 길리어드와 계약을 맺은 생산시설에서만 생산할 수 있어 생산량 자체가 한정적이다. 현재 미국, 브라질, 인도 등은 매일 수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독일,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도 매일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적 판데믹 상황에서 오직 길리어드만이 렘데시비르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의학 학술지 JAMA에는 렘데시비르가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렘데시비르의 기존 허가 적응증)뿐만 아니라 산소포화도와 무관하게 폐렴 소견만 있는 중등도의 환자에게도 증상을 개선하는 데 유의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는 렘데시비르가 항바이러스제인 만큼 신체 내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하기 전에 빨리 투약을 시작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예상과도 일치한다. 외신들은 미국 FDA가 이러한 결과에 맞추어 조만간 투약 대상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측한다.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약 3,000명 환자 자료 분석에 따르면, 폐렴 소견만 있는 환자의 비율은 32%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에 맞추어 한국 정부도 투약 대상자 기준을 확대한다면, 현재의 렘데시비르 공급량은 필요량을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참고자료 1)
 
현재 시점에서 렘데시비르 사용의 이점은 중증환자의 입원 기간을 4일 줄이고, 중등도 환자 70%를 11일 이내에 퇴원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서 최대 약점은 감염병에 대응할 병상과 의료인력의 부족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한국은 급증하는 감염환자에 대응하기 위해 렘데시비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입원 병상 부족을 막아야 한다. 정부의 대응이 도리어 역행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특허에 기초한 길리어드의 독점공급 구조 때문이다.

시민사회는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치료제 공급을 위한 사전 준비를 정부에 요구했다(참고자료 2). 당시에는 없었던 치료제가 지금은 있지만, 우리는 지금 치료제를 제때 쓰지 못할 위험을 목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세계보건총회 이후 줄곧, 백신과 치료제는 누가 개발하든 온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써 공평하게 공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행 감염병예방법 40조, 특허법 106조의 2에 따라 감염병의 대유행이 우려되면 정부는 특허가 걸린 치료제를 공공 생산시설 또는 민간제약회사에 생산하게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되어야 제네릭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의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에 따라 공중보건 위기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특허권 만료 이전에 제네릭의약품을 생산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를 특허 강제실시라고 한다. 특허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행정부처나 법원의 사전 처분은 필요없으며, 특허권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추후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한국에는 이미 렘데시비르 생산역량을 가진 여러 공공/민간 의약품 생산시설이 있다. 전 세계가 렘데시비르의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시설에서 렘데시비르를 생산하고, 우리 국민, 나아가 전 세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문 대통령이 말한 감염병 치료제의 공공재를 실천하는 길이다.
 
정부는 지금 당장 렘데시비르의 특허 강제실시를 발동하고 치료제 생산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캐나다는 2001년 탄저병 유행에 대비하여 치료제 확보를 위해 시프로의 특허 강제실시를 발동하여 아포텍스社를 통해 100만 정의 복제약을 생산하였고, 이스라엘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코로나19 치료제로 유력했던 HIV 치료제 칼레트라의 특허 강제실시를 발동하였다. 한국 정부도 이미 특허청,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 위원회 차원에서 해외 필수 치료제의 국내 수급이 어려운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특허 강제실시를 검토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더 이상 강제실시를 미뤄선 안 된다. 한국의 코로나19 유행 추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렘데시비르의 수급 상황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초국적 제약회사의 특허권 보호 이전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 렘데시비르의 생산과 공급을 당장 시작하라.

2020년 8월 25일
건강과대안,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회진보연대, 시민건강연구소, 지식연구소 공방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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