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문인 '반레 시인' 별세
상태바
베트남 전쟁 문인 '반레 시인' 별세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9.08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일 71세 일기로 소천·8일 발인…전쟁의 참혹함·인간에 대한 희망 기록한 작가
반레 시인(출처 =한베평화재단 홈페이지)
반레 시인(출처 =한베평화재단 홈페이지)

베트남의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영화감독인 반레 시인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6일 오후 10시 45분 향년 71세로 소천했다.

1949년 베트남 북부 닌빈성 자탄 마을에서 태어난 반레 시인은 1966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17세의 나이로 항미전쟁(베트남전)에 참전, 1975년 베트남이 통일을 이룰 때까지 미국에 대항해 싸웠다.

이후 1976년 '문예주간' 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등단했고, 같은 해 제대해 해방예술신문사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1977년 군에 재입대해 캄보디아 서북전선에서 싸웠다.

그는 1982년부터 국립해방영화사에서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으로 활약했다.

시인의 본명은 '레 지 투이'인데 베트남전에서 사망한, 시인이 되고 싶어했던 친구의 이름을 따서 반레라고 지었다. 반레 시인의 모든 작품은 전쟁의 고통스러움과 이를 넘어 인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2000년 베트남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키도 한 그의 다큐멘터리 『원혼의 유언』에서는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의 진실과 '미안해요 베트남' 운동에 나선 한국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반레 시인은 지난 20년의 세월 동안 베트남을 찾은 수많은 한국인들과 시민사회단체, 작가, 예술인들과 교류하며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가 양민학살을 사죄하기 위해 베트남에 진료장비를 들고 왔을 때 "학살의 당사자도 아니고 직접적 권한이나 책임도 전혀 없었던 사람들, 그 작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큰 십자가의 멍에를 스스로 지려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이후 건치, 그리고 베트남평와의료연대가 진료 활동을 갈 때마다 특강을 진행하고 교류를 이어가는 등 특별한 인연을 맺기도 했다.

반레 시인의 장례는 호치민시 자택에서 이뤄졌으며, 오늘(8일) 오전 발인했다.

한베평화재단에서는 반레 시인의 장례식에 조화 및 부조금을 전달할 예정이며, 이에 참여코자 하는 사람은 한베평화재단(02-2295-2016)으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반레 시인은 제대 후 1982년부터 국립해방영화사에서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으로 활약했다. 그는 1996년 영화 『조용한 영광』으로 베트남영화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2000년 다큐멘터리『원혼의 유언』으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키도 했다.

또 그의 전쟁경험을 담은 『그대 아직 살아있다면』을 비롯해 시집『사랑에 빠지다』,『불 아래 들판』, 장편소설 『정글에 남은 두 사람』.『프랏타나의 절』등 20여 권의 작품집을 출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