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한국군 학살 피해자, 유엔에 진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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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한국군 학살 피해자, 유엔에 진정서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0.10.0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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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일) 민변 주최 기자회견 개최… 응우옌티탄A "원하는 것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자 2인이 오늘(7일) 유엔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가 유엔에 진정을 제기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로 피해자 2인은 지난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 퐁니‧퐁넛마을에서 발생한 학살사건 피해자인 응우옌티탄A(당시 만 7세)와 동년 2월 22일 꽝남성 하미마을 학살사건 피해자인 응우옌티탄B(당시 만 10세)이다.

가족들이 모두 한국군에 몰살당한 응우옌티탄A는 당시 복부에 총격을 받아 1년 가까이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으며, 당시 한국군의 수류탄에 왼쪽 귀와 왼쪽 다리, 허리에 상해를 입은 응우옌티탄B는 어머니가 죽음으로써 자신을 감싸줘 겨우 생명을 건진 바 있다.

이들은 이날 진정서를 통해 유엔특별보고관에게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 등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행위와 그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피해보상의 부재가 국제인권법 상 중대한 인권침해행위임을 확인해줌과 동시에 대한민국 정부에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학살에 대한 적절한 조사를 시행하고 정부에 의한 공식 사과 등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 등을 권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자 2인의 유엔특별절차 진정 기자회견'이 오늘(7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개최됐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자 2인의 유엔특별절차 진정 기자회견'이 오늘(7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진정서 제출 전 서초동 변호사회관 인권실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자 2인의 유엔특별절차 진정 기자회견'에서 응우옌티탄A는 "얼마전 한국 정부의 답변은 너무도 실망스러운 것이었으며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유엔에 진정서를 보낸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도 진행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한국 정부로부터 온당한 답변을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한베평화재단 구수정 상임이사를 통해 심경을 전했다.

응우옌티탄B도 구 상임이사를 통해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 갈 수 없어 이번 기자회견에도 함께할 수 없지만 한국 정부가 민간인 학살 사실을 인정하길 바라는 나의 염원에는 변함이 없음을 꼭 전하고 싶다"면서 "부디 유엔이 이 문제의 마땅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구수정 상임이사는 "진정인들이 유엔에 진정을 한 이유는 첫째로는 한국 정부가 이들의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과 좌절, 분노 때문이고 둘째로는 이것이 살아남은 자로써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미 50여 년 전에 벌어졌던 일들이기에 생존자로서 이 문제의 해결에 대해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절박함"에 빠져 있는 이들의 호소에 귀기울여 줄 것을 요청했다.

응우옌티탄A(왼쪽)와 응우옌티탄B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다.
응우옌티탄A(왼쪽)와 응우옌티탄B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소속 송진성 변호사는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은 한국군 군사작전의 일환으로서 자행된 것으로 민간인에 대한 모든 종류의 살인, 상해, 학대 및 고문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제네바 제4협약을 포함한 국제인도법 및 국제인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전쟁범죄"라면서 "대한민국은 제네바 협약의 당사국으로서 협약 제1조에 의거 협약을 존중할 의무가 있음에도 현재까지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송 변호사는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적절한 배상은 피해회복과 보상, 의료지원, 심리치료, 법률적 조력 및 사회서비스를 포함하는 재활, 재발금지의 확약 등을 포함하며 특히 적절한 배상에는 공적 사과가 포함된다"며 "부디 이번 유엔 진정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조속히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 및 적절한 배상이 이루어져서 지연된 정의가 뒤늦게나마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변 베트남전민간인학살진상규명을위한TF(이하 TF) 임재성 변호사의 사회로 열린 이날 민변 주최 기자회견은 ▲진정인들 사건 개요 및 2018년 이후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운동 경과(민변 TF 김남주 변호사) ▲유엔특별절차 개관 및 이번 진정의 의미(민변 국제연대위원회 류다솔 변호사) ▲국제인도법‧인권법 측면에서 본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의 불법성과 한국정부 책임(송진성 변호사) ▲진정인들의 심정과 요구(구수정 상임이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왼쪽부터) 김남주 변호사, 구수정 상임이사, 송진성 변호사, 류다솔 변호사
(왼쪽부터) 김남주 변호사, 구수정 상임이사, 송진성 변호사, 류다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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