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개정안, 여전히 차별적‧억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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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개정안, 여전히 차별적‧억압적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10.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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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서 제출

낙태죄의 헌법 불합치 결정 후 1년 반 만인 지난 7일 낙태죄를 현행대로 유지하되, 임신초기인 임신 14주 이내까지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이번 형법 개정안은 ▲14주 이내만 임신중지 허용 ▲임신 14~24주 이내 임신중지를 할 경우 사회경제적 사유에 한해 상담과 24시간 숙려기간 필수 등을 골자로 한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의자의 진료거부권 신설 ▲제3자 동의 규정 ▲의사 설명의무 및 상담 ▲의사의 서면동의 특수 규정 ▲임신 14~24주 이내 임신중지를 할 경우 사회경제적 사유에 한해 상담과 24시간 숙려기간 필수 ▲중앙임신‧출산지원기관 신설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 신설 등이 주 내용이다.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11일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공동대표 우석균 유영진 이보라 이하 인의협)은 지난 21일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각각 제출하며 “임신중지에 대한 편향되고 부정적인 시각,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어 여성과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존속시키고 있다”며 “여성을 자신의 신체와 운명을 결정할 권리와 역량을 가진 시민이 아니라 인증과 계도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보는 시대착오적인 정부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히며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인의협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 개정안이 ▲낙태를 ‘죄’로 존치시키는 것 자체가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임신주수를 기준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며 ▲상담과 24시간 숙려기간 강제 규정은 임신중지의 접근성을 가로막고 ‧사유에 따른 제한과 입증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절차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의협은 의견서에서 임신 14~24주 이내 임신중절할 경우 사회경제적 사유에 한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과 24시간 대기기간 강제 규정에 대해 “임신중지를 안전하게 하기 위함이 아닌 요식행위일 뿐이며, 임신 유지 여부를 결정 하는데도 적절한 시간은 아니다”라며 “이미 수십년간 해외 사례를 통해 이러한 상담과 대기기간 강제규정은 의미가 없고 오히려 위험성과 폐해만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렇게 근거 없는 숙려기간 강제규정은 여전히 임신중지를 의료서비스가 아닌 당사자의 ‘비도덕적 선택’과 의사의 처벌가능한 제한된 진료행위로서 방지해야하는 범죄행위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임신중지는 의학적 개입과, 정확하고 중립적 정보의 제공과 상담이 필요하지만 이는 ‘권리’로 보장돼야할 것이지 형법에서 명시하고 한계를 둘 사항이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또 인의협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의사의 진료거부권 신설은 임신중지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고 다른 의료서비스와의 차별성을 두드러지게 만들고 ▲제3자 동의 규정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 등응ㄹ 침해하며 ▲의사의 설명의무 및 상담 내용 정보가 부적절하고 ▲의사의 서면동의 특수 규정은 임신중지를 의료행위가 아닌 형법상 ‘죄’라는 인식을 강화하며 ▲상담과 24시간 숙려기간 강제는 임신중지의 접근성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인의협은 중앙임신‧출산지원기관의 경우 기존의 모자보건법과 차별성이 없는 임신‧출산장려 사업 신설로 임신중지와 관련이 없으므로 삭제하고, ‘성‧재생산건강 지원기관’으로 명칭과 역할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중앙임신‧출산지원 기관이 아니라, 임신 출산뿐 아니라 임신중지, 피임, 월경, 성매개감염, 성폭력 등 포괄적으로 성‧재생산 건강을 증진하는 기관을 신설해야 한다”며 “‘임신‧출산종합상담기관’은 그 명칭과 역할이 잘못됐으며, 이를‘성‧재생산건강종합상담기관’으로 명칭과 기능을 확대해 포괄적으로 성과 재생산건강 상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인의협은 임신중지를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필수 의료서비스로 규정하고, 여성 스스로 ▲성관계 ▲피임 ▲임신 ▲출산 ▲임신중지를 결정할 수 있을 때 교육, 노동, 주거 등에 있어서 삶의 권리가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인의협은 “단 한 사람도 법망에서 밀려나고 소외되지 않도록 성‧재생산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어떻게 법률로 구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새로운 법률은 모든 사람이 평등한 인격과 존엄성을 지닌 동등한 사람이라는 인도주의에 입각한 의료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인의협이 제출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각각의 의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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