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확충…‘지금 바로’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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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 확충…‘지금 바로’ 시작해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11.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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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시민단체‧강병원 의원, ‘코로나시대 공공의료 확충 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공공병원 설립 예타조사 면제‧공공의료기관 신‧증축‧공공의료인력 양성 등 제안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 공공의료강화를 위한 노동시민단체 공동주최로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코로나시대 공공의료 확충 방안 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 공공의료강화를 위한 노동시민단체 공동주최로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코로나시대 공공의료 확충 방안 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드러난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의료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신‧증축 ▲공공병원 설립 시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조사) 면제 ▲필수의료인력 확충 및 지역화 ▲지역 맞춤형 상급종합병원 지정체계 도입 등의 제안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과 공공의료강화를 위한 노동시민단체 주최로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코로나시대 공공의료 확충방안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먼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코로나19 시대의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할 병상과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공공의료 공백을 사회적 거리두기로 메꿔왔고 이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와 피해가 쌓이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의 기존 공공의료 정책이 개별 공공병원에 대한 시설과 장비 지원에 집중돼 있고, 공공의료기관‧인력 양성 등 공공의료체계 강화 전략이 부재하다고 지적하며,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과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김윤 교수

김 교수는 ▲300병상 미만의 낙후된 지방의료원이 대다수 ▲민간병원 대비 턱없이 부족한 의료인력 ▲만성 적자 ▲지방의료원으로 대표되는 공공병원에 대한 낮은 인식 ▲국공립대학병원과의 협진 부재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공공의료체계 개편을 통한 역량 강화를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4대 전략 패키지로 ▲국립대병원과 진료협력체계 구축 ▲지역 의사‧간호사 양성 배치 ▲의료취약지 거점병원 300병상 규모로 신‧증축 ▲필수의료 제공에 대한 적절한 보상-수가‧인센티브 제공 등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궁극적으로 공공의료 필수의료분야 리더십 강화를 위해 국가중앙의료원 설립과 공공의대 형태의 국립의전원을 설립해 국립병원 중심의 공공의료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면서 “공공병원 운영지원센터를 통해 인력운용등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적정규모의 종합병원이 없거나 부족한 12개 중진료권인 제천권, 남양주권, 대전동부권, 부산서부권, 진주권 등 5개 지역에는 약 6천억 원을 투입해 1천5백 병상을, 나머지 1천~1천3백 병상은 의정부권, 파주시, 포천시, 영월권 동해권, 속초권, 서산권, 영주권, 상주권, 거창권, 통영권 등 11개 지역에 약 4천억 원을 투자해 기존병원들의 증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취약지의 공익적 민간병원 기능 강화를 위해 ▲논산권 ▲김해권 ▲경주권 ▲정읍권 ▲영광권 ▲나주권 ▲해남권 등 7개 지역의 7개 병원에도 약 2천1백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공공의료 관련 예산의 예비타당성 평가 면제 추진, 필수의료인력 확충을 통한 지역화 방안, 지역 맞춤형 상급종합병원 지정체계 세분화 등을 제언했다.

김 교수는 “국립대병원은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지역의료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면서 공공병원 관리공단 설립을 통해 운영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의사, 간호사, 약사 등 필수의료인력 확충 및 지역화를 위해 시도별 부족 인력만큼 지역의료인력 정원 증원하거나 교육비용, 수련 비용 지원, 수련 후 10년 동안 해당 지역 의무 근무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진료권 특성 및 병원 기능에 따른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이 필요하다”며 “현재 상급종합병원 환자구성비 기준이 환자 중증도 구성기준으로 통일돼 있는데, 이를 중증환자 유형별로 그 구성비 기준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타조사 면제…공공성 강화를 위한 첫 걸음

이어진 토론에서는 공공병원 설립 시 예타조사를 면제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는 한편,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참여연대 이찬진 집행위원장은 “국민들은 공공병원에 대해 감염병 위기 시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는 필수 공공시설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상당수 광역‧기초지자체에서 작은 규모의 지방의료원 설치 사업을 추진하는 게 바로 그 반증”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이 집행위원장은 ▲중앙‧권역별 감염병 전문치료 병원 지정 ▲시도별 임시격리 시설 지정 의무화 ▲방역 관련 역학조사관 수 확충 등 신종감염병으로 인한 당면과제를 정부가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내년도 공공병원 신축 예산을 하나도 편성하지 않는 등 공공의료 확충과 관련한 국정과제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등 수동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현 정부 임기 내 공공의료기관을 신속히 확충할 것을 강조하며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한 공공의료에 대한 관점 전환 ▲중앙정부 차원의 공공의료확충 세부사업계획 수립 ▲예타조사 활용 공공의료 기관 설립 등을 주장했다.

우석균 공동대표

이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 공동대표는 현재 수도권과 지역 감염의 속출은 겨울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에도 정부여당이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공공병원 확충 예산을 0원으로 책정하는 등 공공병원 확충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광역 지자체당 공공병원 2개 이상 신축 ▲전국 모든 지방의료원을 300~500병상 이상으로 증축 ▲국립대학병원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 ▲국공립병원 네트워크 구성 ▲공공병원지원 공단 설립 ▲국립대 의대 50% 정원 증가와 장학생제도 및 전문의 수료 후 10년 간 공공병원 의무 근무제 도입 ▲중장기적으로 OECD 최저선 수준의 공공병상 확보 등을 제시했다.

건강보험연구원 이용갑 원장은 “진주의료원 폐쇄, 메르스, 코로나19를 겪으며 일반국민과 지자체들의 공공의료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며 공공의료의 필요성과 확충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 건강을 궁극적으로 보장하고 건강보험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공공의료 역할을 재설정하고 이 역할 수행을 위한 지원과 투자가 과감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국가재난에 대비한 공공의료기관뿐 아니라 민간의료기관을 선도할 수 있는 공공병원 모델이 필요하다”며 “적정 규모 종합병원의 권역별 균형분포 및 지역거점 즤료기관 역할을 통한 의료기관으로서의 공공의료기관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를 위한 선결과제로 예타조사 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건강연대 김현주 집행위원장은 정부의 ‘지역의료 강화대책’과 김윤 교수의 ‘지역의료강화를 위한 지역거점병원 확충 방안’ 모두 공공의료 기반이 부족한 지역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소극적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정부와 의료정책 전문가들의 전반적 기조가 공공병원을 설립하거나 기타 공공의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보다는 민간의료에 공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을 설정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울산광역시의 경우 공공보건의료기관 비중이 전국 최하위라고 강조하며 울산 등 의료취약지에 공공병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예타조사 면제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노력 미흡 반성…예타조사 면제 ‘동의’

노정훈 과장

이날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 노정훈 과장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이용갑 원장의 지적대로 공공병원에 대한 낮은 국민의 인식은 쉽게 바꿀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시설이나 장비 등 공공병원에 하드웨어적인 지원을 먼저 할 수밖에 없었고 이마저도 야금야금 투자가 되다 보니 효과도 두드러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 과장은 “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정부도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고, 진작에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을 통한 더 나은 서비스 제공, 개개병원의 질적 향상을 검토했어야 하는데 관련 협의체가 있음에도 제대로된 논의를 하지 못했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노 과장은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확충을 위해서는 예타조사가 면제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실무적으로는 지방의료원 설립을 위한 법적 절차가 까다롭다. 국가 재정법, 지방재정법 2개가 걸려 있고 내용적으로는 각각 예타조사, 지방재정투융자심사 등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부담을 느껴 내부에서 의견통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걸림돌이 되는 이 법률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가시적 성과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행히도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며 국회에서 관심을 갖고 강병원 의원이 나서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해 예타조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관심이 모이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도 있어,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전국의 수많은 공공병원,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 간의 네트워크, 운영효율성을 위한 공공병원 관리공단 설립‧운영 등의 방향성은 적절한 정책제안”이라면서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3~5년 전에 시작했어야 하는 일을 이제야 논의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송구하며,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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