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꼭 봐야 할 영화 『스윙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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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꼭 봐야 할 영화 『스윙보트』
  • 박준영
  • 승인 2020.11.26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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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세상읽기- 스물 네 번째 이야기

크로스컬처 박준영 대표는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언론과 방송계에서 밥을 먹고 살다가 지금은 역사콘텐츠로 쓰고 말하고 있다. 『나의 한국사 편력기』 와 『영화, 한국사에 말을 걸다』 등의 책을 냈다. 앞으로 매달 1회 영화나 드라마 속 역사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이번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정말 저래도 되나 싶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같다. 미국의 민낯을 봤고 복잡한 미국의 대선 과정을 배웠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선거제도이지만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런 미국 선거제도의 헛점을 파고들어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든 영화가 바로 『스윙보트(Swing Vote)』이다.

(출처= 네이버영화)
(출처= 네이버영화)

이 영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 세계를 뒤흔든 한 남자의 한 표 이야기’다.

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미국의 작은 도시에 사는 버드 존슨(케빈 코스트너)은 하릴없이 인생을 즐기는 게으른 중년의 싱글대디다. 철이 일찍 든 12살 딸 몰리(메들린 케롤)가 이런 아빠를 대신해 가정을 돌본다. 평온하게 살아온 이들에게 운명같은 그 날이 다가온다. 바로 미국 대통령 선거일. 똑똑한 딸이 어리숙한 아빠의 대리 투표를 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대통령 선거 시스템이 오작동 된 것이다.

결국 선거법에 따라 버드는 10일 안에 재투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고 이 한 표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공화당 소속 현 대통령과 차기 대권을 노리는 민주당 대선 후보 중에서 차기 대통령을 결정하게 된다. 전 세계의 매스컴이 버드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양측 대선캠프는 오직 버드만을 위한 대선 캠페인을 펼치게 된다. 얼핏 보면 그게 말이 돼냐고 묻고 싶지만 시나리오는 현실 제도의 모순과 그에 따른 충분한 개연성을 확보하면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는 단순히 선거 해프닝만을 코믹하게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여기에는 승자독식인 미국 대선 방식에 대한 조롱도 깔려있다. 단 한 표를 이기더라도 전체 선거구의 의견은 승자의 선택으로 대체된다. ‘중우(衆愚)정치’에 대한 비판적 사고도 엿보인다.

(출처= 네이버영화)
(출처= 네이버영화)

특별한 요구나 불만도 없이 살아가던 평범한 백인 남자인 버드를 공략하기 위해 공화당 선거캠프에서는 지역개발이라는 기존의 당론을 뒤엎고 환경보호 정책으로 바꾼다든지, 이민자 보호정책을 펴던 민주당은 버드가 이민자 때문에 자신의 몫이 줄어든다고 한마디 하자 이민자 유입을 막는다고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요즘 우리 사회의 포퓰리즘을 보는 듯해 쓴 웃음을 짓게 하는 대목이다. 국민을 보면서 정치를 해야 하지만 국민이 잘못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 나오기 힘든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영화에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매스컴의 속물적 근성이다. 매스컴의 극성으로 자신의 집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버디는 근처 피자집에서 피자를 시켜 먹는다. 피자 배달부가 버디의 집에서 나오자 득달같이 기자들이 에워싼다. 버디가 어찌 보이더냐는 질문공세에 그저 배달부가 ‘배고파 보인다’고 한마디 했더니 미 전역의 시청자들이 보낸 배달음식으로 버디의 거실이 가득 차기도 한다. 사안의 본질적 탐구보다는 피상적이고 말초적인 소재로 광고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요즘의 언론을 희화화한 것이다. 문득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버디는 딸의 간곡한 요청으로 뒤늦게 각 당의 공약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정치적 무관심(swing boat)에서 서서히 깨어있는 시민으로 탈바꿈한다. 영화의 백미는 버디가 두 대통령 후보와 토론회를 하는 장면이다. 다소 헐리우드스럽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투표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출처= 네이버영화)
(출처= 네이버영화)

다음은 버디의 육성이다.

“저는 부끄러운 아버지이자 국민입니다. 봉사도 희생도 할 줄 몰랐고, 가장 큰 의무라 해봐야 관심 갖고 투표에 참여하라는 것뿐이었죠. 미국에 진짜 적이 있다면 그건 바로 저일 겁니다.”

여전히 우리에게 주어진 무기는 지금으로선 때 되면 손에 쥐어지는 투표용지밖에 없다. 올 겨울이 지나면 우리에게도 선거의 계절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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