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에서 K-의료는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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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에서 K-의료는 ‘공백’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11.27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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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료공백인권실태조사단, 25일 조사결과 보고회 개최
‘공공’의료 자원의 절대부족… 의료공백 만들고‧기본권도 침해
공공의료확충‧민간병원 역할‧의무 규정 감염예방법 개정 필요


#1.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기존에 다니던 공공병원이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천식, 뇌전증, 염증 등 지병으로 다리를 절단한 응급 상황에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기다리기만 하던 동자동 쪽방 주민은 이대로 세상을 떠나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감’을 느꼈다고 한다.

#2. HIV 감염인. 일터에서 기계 조작 중 사고로 엄지손가락에 부상을 당해 봉합수술이 필요한 위급상황에 처해 구급차를 불러 수술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 했다. 하지만 전화로는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던 병원들이 그가 HIV 감염인이란 사실을 알자 진료를 거부했다. 그는 사고 직후부터 14시간 동안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 대기해야만 했다. 그는 엄지손가락에 영구적 장애를 입었다.

#3.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확산 당시 고열이 난 아들은 열이 나도 병원에 가지 말라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해열제를 먹으며 버텼다. 이후 선별진료소가 있는 한 병원에 갔으나 진료소는 문을 닫았다. 위급 상황에서 찾아갈 수 있는 진료소와 정보도 적절히 제공받지 못했고, 다음 날 다른 병원을 찾았으나 거절당했고, 3차 의료기관인 또 다른 병원에 입원했으나 13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등 여러 혼란을 겪다 사망했다.

#4. 이주노동자. 심장 통증으로 병원에 갔으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진료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들었다. 병원 측의 ‘당신들은 거짓말로 입원할 수도 있고 속일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입원 불가 통보를 받고, 집에서 대기하던 중 의식이 혼미해졌다. 주변의 다른 친구가 119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코로나19의료공백인권실태조사단 조사결과 보고회
코로나19의료공백인권실태조사단 조사결과 보고회

 

건강세상네트워크(이하 건세넷) 다산인권센터, 건강과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인권위원회, 서울인권영화제, 인권운동공간 활, 장애여성공감,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 등 보건의료시민단체는 ‘코로나19 의료공백인권실태조사단(이하 조사단)’을 꾸려 지난 5개월 간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조사, 지난 2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211호에서 그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 조사단은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25일까지 약 한 달 간 의료공백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49명이 사례조사에 응했다. 이후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약 두달 간 피해 당사자와 가족, 유가족, 주변 동료 그리고 3명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회적 약자에 만연한 ‘진료거부’…코로나19로 정당화

조사단의 보고에 따르면, 빈곤층은 의료급여를 통해 의료비를 지원받는데 정부는 이들의 건강권 보장이 아니라 ‘수급의 악용 가능성을 막는다’는 취지로 의료서비스 선택권을 제한해 왔다.

민간병원에서도 이들은 환대받는 존재가 아니다. 보고서에서는 “민간의료기관에서 보호자 없는 의료급여환자의 입원 거부 행태는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계속됐다”며 “상당수가 1인가구로 살아가는 수급자들은 입원보증인이나 간병인 역할을 할 보호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진료거부를 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HIV/ADIS 감염인, 성소수자, 노인, 장애인, 이주노동자도 마찬가지 상황을 겪는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일상적 진료거부, 차별과 혐오는 코로나19로 더욱 심각해졌다. 

건세넷 김재천 활동가는 “사회적 취약계층이 민간병원의 높은 의료비와 사회적 차별로 공공병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유사시나 응급 시에 갈 수 있는 병원이 없다”며 “코로나19를 이유로 기존의 배제는 반복되고 차별적 조치가 정당화됐다”고 지적했다.

의료공백 원인…‘공공’ 의료자원 총량 ‘절대부족’

최규진 위원장 (출처=YOUTUBE 화면 캡쳐)
(오른쪽) 최규진 위원장 (출처=YOUTUBE 화면 캡쳐)

 

전체 공공병상 10%를 가지고 99%의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공공병원에 의존하고 있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내쫓았다. 그것이 자랑스러운 K-방역의 짙은 그늘이다.

한국 병원의 병상 수는 OECD 평균의 2.6배지만, 감염병에 대응할 공공병상 수는 인구 1천명 당 1.3개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경기도를 예로 들면 경기도 전체 65개 병원, 2만5천개의 병상이 있지만 이 중 코로나19 전담병원은 7개 병원, 1,614병상이 전부다. 

이에 인의협 인권위원회 최규진 위원장은 “시설, 의료인력 등 모든 면에서 더 나은 94%를 놔두고 6%를 가지고 코로나19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리고 평소에 그 6%의 공공병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의료공백’이라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올 3월 대구에서 4천여 명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했을 당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경북 지역의 인구 대비 병상 수는 전국평균보다 높지만 대다수가 민간병상으로, 4천여 명의 확진자 중 2천3백 명이 집에서 대기해야만 했고 당시 전체 사망자 75명 중 17명이 입원도 못한 채 사망한 결과를 냈다”며 “그나마 이 정도라도 대처할 수 있었던 건 기존의 공공병원을 이용하던 빈곤층, HIV/ADIS 감염인, 장애인 등을 소개(疏開)하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풀가동한 결과”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최 위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의 1분기 초과 사망자수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를 제외하고서도 750명에 이르는 등 이례적으로 높았던 것은 이러한 의료공백 피해의 단적인 증거”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국립의 상징인 서울대병원이란 말이 무색하게 코로나19 대응에서 뒷전이었고, 그 많은 병원들이 민간병원이란 이유로 코로나19 대응에서 빠졌다”며 “향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현재 공공병원 인력들의 피로도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는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의료자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 자원이 부족한 것이고, 공공성에서 이탈한 의료자원이 문제라는 것.

‘주먹구구식’‧‘각자도생’ 의료‧정보전달체계 

이러한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공백’을 심화시킨 주범으로 객관적이고 신뢰 있는 정보의 부재를 꼽았다.

건세넷 김재천 활동가는 “공공병원이 문을 닫으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1339와 보건소에서조차 명확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는 등의 지적이 많았다”면서 “반드시 필요한 정보가 없어 제공되지 못한 것도 있었고, 정보는 있지만 취합돼 가이드라인이나 지침 등의 형태로 제공되지 못한 것, 정보도 있고 취합된 자료도 있지만 전달체계가 부실했던 것이 이유기도 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1339를 통해 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근처 의원에 방문했으나 정부 치침과 달리 의료기관 자체 기준 때문에 거절 당했다”며 “1339에 재차 확인을 했지만 환자 스스로 결정하라는 식의 답변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HIV 감염인의 경우 수술 가능한 병원을 환자, 보호자, 119 구급대원이 일일이 의료기관에 전화해 알아볼 수밖에 없는 등 의료전달체계의 연결자 역할을 하는 119마저 제대로된 정보가 없었다”며 “이 같은 정보부재는 의료인들도 혼란스러워 했는데, 정부 지침은 수시로 변경됐고 종합적이고 충분한 정보는 물론, 표준화된 가이드라인도 없어 민간병원에서는 자체 기준을 만들어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오른쪽) 김재천 활동가(출처=YOUTUBE 화면캡쳐)
(오른쪽) 김재천 활동가(출처=YOUTUBE 화면캡쳐)

최규진 위원장은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체계로 안심병원을 지정했는데, 복지부도 질병관리청도, 지자체도 이 안심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병원인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며 “심지어 복지부 사이트에 들어가도 정확히 공지가 안돼 있고, 엑셀파일을 다운받아야만 겨우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위원장은 “코로나19 검사 전에 격리돼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안심병원 B형이 있지만, 지정된 상당수가 민간병원이라 형식적 지정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故정유엽 님의 경우도 보건소에서도 경산중앙병원에서도, 1399에서도 안심병원 B형인 삼일병원으로 안내하지도 않는 등 허술한 정보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분노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라면 언제든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반증이다.

또 최 위원장은 개인이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이른바 ‘의료쇼핑’을 부추기는 의료전달체계성의 낮은 체계성 문제가 정보전달 체계 문제의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서비스 이용에 있어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체계라는 것은 재난 상황에서 ‘각자도생’을 의미하며, 공공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에겐 의료공백이라는 재앙적 결과가 나타났다”며 “개인 선택권을 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국가 책임은 방기한 채 개인책임으로만 전가되는 의료체계의 한계점”이라고 비판했다. 

“민간병원 사회구성원으로서 코로나19 진료 나서야”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재앙적’ 의료공백 피해를 줄이고, 장기화되는 코로나19와 점차 주기가 짧아지는 인수공통감염병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제언을 쏟아냈다.

특히 이들 조사단은 공공병원 및 의료인력 확충과 같은 공공의료 확충을 비롯해 공공병원과 의료인력의 누적된 피로감을 우려하며, 단기적으로는 민간의료기관을 코로나19 치료에 동원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사단은 “민간병원도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있고, 그 역할을 해야하며, 정부는 이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조치를 규정하면서 민간병원을 행위 주체로 적극 호명해야 한다”며 “진료 및 관리체계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구상하고 이를 설치할 근거법령을 감염병예방법에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의료공백에 대한 전수조사 진행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 ▲취약 계층에 대한 특별한 보호조치 마련 ▲취약 계층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체계 마련 등을 촉구했다.

끝으로 조사단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공백을 만든 건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라지만 최소한 기본권은 침해하지 않아야 하고, 의료공백을 존엄과 평등으로 채우고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과 지속가능한 체계 모두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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