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는 특허 대상에서 제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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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행위는 특허 대상에서 제외해야"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0.12.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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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약 등, 지난 2일 의약품 접근권 관련 토론회 개최… 특허법‧약사법 개정 등 입법과제 논의
'코로나 시대의 의약품 접근권' 토론회가 지난 2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코로나 시대의 의약품 접근권' 토론회가 지난 2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와 건강과대안, 시민건강연구소, COMMONS FOUNDATION이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이동주 의원과 함께 '코로나 시대의 의약품 접근권'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리병도 겸임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지식연구소 공방 남희섭 소장의 '코로나 시대의 의약품 접근권: 입법과제를 중심으로' ▲건약 이동근 사무국장의 '조제 행위의 특허 효력제한과 공정한 특허도전 방법 마련' 등의 발제와 지정토론의 순으로 진행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남희섭 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전 세계적인 공중보건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의료의 공공성과 의약품 접근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일깨워주고 있다"면서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를 특허대상에서 제외하는 입법조치 ▲특허발명의 정부사용을 위한 강제실시 제도를 정비하는 특허법 개정 ▲특허권 외 의약품 접근권에 강력한 영향를 주고 있는 자료독점권을 법제화하면서 공중보건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제한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약가 인하처분을 집행정지 가처분을 통해 유예시킨 경우 건보재정 손실분이나 후발 제약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 신약 제약사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법안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남 소장은 이날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법률이 아니라 특허청의 예규인 특허심사기준에서 의료행위를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발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허를 주지 않고 있는데 최근 의료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진단방법이나 치료방법이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나는 논리의 근거가 점차 무너지고 있다"며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인 트립스 협정과 국제특허 절차에 관한 국제조약인 특허협혁조약 규칙, 유럽특허조약 등처럼 '인간 또는 동물의 치료를 위한 진단방법, 치료방법 또는 외과적 방법'을 특허법 개정을 통해 특허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특허발명의 정부사용을 위한 강제실시에 대해서도 "정부사용은 기본적으로 공익을 위한 행위로 상업적으로 특허권자와 경재하려는 의도가 아니기에 특허권자의 금지청구에서 제외되도럭 해야 함에도 현행 특허법에서는 이를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허법을 개정해 정부의 사전조사나 사전처분을 면제하고 보상금 지급 추체도 정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 소장은 자료독점권과 관련 "한미 FTA 등이 자료독점권을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자료독점권이 총리령이나 식약처 고시와 같은 하위 법령을 통해 신약 재검사 제도로 편법운영되고 있다"며 "약사법을 개정해 법률로 자료독점권 제도를 규정하고 복지부장관이나 식약처장이 공중보건을 위해 필요할 경우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후발의약품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신약의 특허권 때문이며 후발 제약사가 등재 특허에 도전해 특허가 무효라거나 후발 의약품이 등재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은 결정신청으로 신약의 약가가 인하되는 경우 신약 제약사들이 약가인하처분 취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하고 법원은 이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러한 시간끌기용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법과 약사법을 개정해 신약 제약사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희섭 소장의 발제 장면.
남희섭 소장의 발제 장면.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동근 사무국장은 신경내분비계 종양 치료제인 루테시엄옥트리오탯이 저렴하게 공급되다가 최근 상품화되면서 가격이 4배 이상 증가한 사례와 램버트-이튼 근무력증후군 치료제인 퍼댑스가 지난 20년 동안 자코버스 제약사에 무상으로 공급되다가 다국적 제약사인 캐털리스트가 인수한 이후 1년치 치료비를 4.2억 원으로 인상한 사례 등을 들면서 조제행위를 통한 특허권 효력제한의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 국장은 "조제란 일정한 처방에 따라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가지 의약품을 그대로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어 특정한 용법에 따라 특정인의 특정된 질명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약제를 만드는 행위"라며 "국내에서 의약품 특허를 인정하기 시작한 지난 1987년부터 특허법에서는 조제행위의 특허예외 조항을 신설해 특허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네덜란드는 국영 약국에서 의약품 처방에 따라 개별 사례에 대해 직접 사용을 위해 준비하거나 이렇게 조제된 약품에 관한 행위에 대한 특허권 예외 규정을 신설했으며, 스페인 바로셀로나 병원에서는 고비용이 발생하는 CAR-T치료에 대한 병원 면제를 요청해 병원내 조제로 저렴한 가격에 시행하고 있다"면서 조제실 제제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이 국장은 "국내에서도 국립암센터와 서울대병원 등 공공병원이나 대학병원 등에서 방사성의략품 제조소를 운영하면서 조제실 제제를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 2016년에는 MIT에서 원료의약품의 합성 및 완제 의약품 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소규모 생산장비 개발을 발표한 바 있다"며 "의약품과 관련한 모든 특허권의 효력을 조제행위를 통해 무력화될 수 있도록 특허법 제96조를 개정하고, 약사법 개정을 통해 약국제제와 마찬가지로 조제실 제제도 의약품 조제업무임을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건약 이동근 사무국장의 발제 장면.
건약 이동근 사무국장의 발제 장면.

발제 후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건양대 예방의학교실 최홍조 교수는 "지금까지 의약품 접근권 문제는 제약산업과 환자, 그리고 규제당국 사이의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면서 "전문가 중심, 산업계 이해 중심과 규제당국 중심의 논의에서 소외되고 배제돼온 유권자이자 건강보험 가입자를 포함한 시민들의 관점에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첨부했다.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도 "오늘날 정부마저도 의료를 산업으로 지칭하는 마당에 의료가 산업 활동이 아니므로 특허 청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은 지속적으로 도전을 받을 것"이라며 "향후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한 진단방식과 치료방식 선택 등이 상용화될 때 이러한 진단 및 치료기술은 환자 입장에서 자신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인들이 이용해야 하는 시점에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특허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적재산위원회 바이오IP특위 위원인 법무법인 율촌의 윤경애 변리사는 "순수한 의료행위 관련 방법발명이 산업상 이용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의료행위에 특허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현재 실무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발제 내용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의료행위를 사전적으로 특허대상에서 배제하는 방법 외에도 의료행위를 특허대상에 포함시키되 사후적으로 특허권 행사를 일부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고 피력했다.

이날 지정토론에는 이들 외에도 특허청 특허심사제도과 신원혜 과장, 식품의약룸안전처 의약지식재산정책TF 유대규 팀장, 제약특허연구회 김윤호 회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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