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21대 국회 문턱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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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21대 국회 문턱 넘을까?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12.0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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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법사위, 공청회 개최…위험 노동환경 만든 ‘주체’ 처벌이 핵심
정진우 교수 “처벌 강화만으로 한계…산재 예방 인프라 구축 선행돼야”
신동근 최고의원 “산업재해를 기업범죄로 인식시키는 데 의의” 강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2일 '중대재해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출처=국회TV 중계화면 캡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2일 '중대재해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출처=국회TV 중계화면 캡처)

오는 10일은 기업의 안전관리부실로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故김용균 씨의 2주기다. 김 씨의 사망을 계기로 지난 2019년 1월 16일 일명 ‘김용균법’,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 개정됐지만, 경영책임자에 대해 징역 1년 이상의 형을 선고하는 형사처벌 하한선 조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법이 탄생할 수 있을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지난 2일 전체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에 관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이탄희 의원의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의 책임 강화에 관한 법률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아울러 태안화력 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를 비롯한 시민 10만 명이 동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민동의청원도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 중대재해법은 대부분의 대형재해 사건이 특정 노동자 개인의 위법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불감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이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강화를 골자로 한다.

법안은 ▲법인이 안전 및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및 경영 책임자를 형사처벌하고 해당 법인에 벌금 부과 ▲사업장이나 공중이용시설 감독 의무가 있는 공무원의 직무유기로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상 10억 이하의 벌금에 처하되 상해·사망사고 발생 시 가중처벌하는 등 기업과 담당 공무원의 책임을 강화했다. 법인은 1억 원 이상 20억 원 이하의 벌금도 별도로 내야 한다.

이날 공청회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 법안을 중심으로, 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이 제안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민동의 청원안’도 함께 논의됐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재윤 교수,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정진주 교수,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최정학 교수,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이 나와 진술했다.

"노동현장 위험 만든 주체 처벌이 핵심"
"기업에 생명 위험 최소화 의무 부과"

김재윤 교수 (출처=국회TV 중계 화면 캡처)

 

김재윤 교수는 “산안법이 28년만에 전면 개정됐지만 매일 6명의 존귀한 생명을 잃고 있다”면서 “이 시간에도 산업현장 어디에선 자본 논리에 의해 생명이 소멸해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위험을 만든 주체가 위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며,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진술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원청과 하청에 관계없이 산업현장의 위험을 만드는 주체에게 책임을 묻고 처벌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제정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을 예로 들면서 “중대재해 기업에 상한선 없는 벌금을 물리고, 경영책임자에 보건조치 의무를 귀속시켜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는 등 보건‧안전범죄를 억지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1974년 제정된 산업보건안전법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2013년~2017년 5년간 산안법을 위반한 법인에게 부과된 벌금액은 평균 448만 원이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올해 이천 물류센터 화재참사로 38명이 사망했는데, 이 법이 미리 통과됐다면 법인이나 책임자에게 3년 이상 유기징역, 5천만 원 이상 10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고 한탄했다.

특히 그는 “중대재해법안을 정부의 규제로만 인식하지 않고 기업 스스로도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성 면에서 오히려 효율적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통신대 최정학 교수는 “단순히 기업이나 경영자 형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안전범죄에 대해 충분한 응보와 예방을 달성할 수 있는 범죄구성 요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 시작은 생명이나 안전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의무를 기업과 경영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처벌 강화보다는 산재예방 인프라 구축이 우선
경영계, 주의감독 책임자 형사처벌은 과잉형벌

정진우 교수 (출처=국회TV 중계 화면 캡처)
정진우 교수 (출처=국회TV 중계 화면 캡처)

 

서울과학기술대 정진우 교수도 산안법을 준수하지 않는 최고 경영자, 중대재해기업에 대한 ‘정의로운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처벌 강화만으로는 산재를 예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재예방 예산을 대폭 늘리고, 산안법을 개정해 제재 수준은 여느 선진국 못지 않으나 산업재해가 좀처럼 줄지 않는다”면서 “산안법에 비현실적인 규정이 많고, 법령에 대한 해설, 지침도 부족하고 제재 및 처벌에만 집중하고 있어 기업의 안전역량을 높이고 산재 예방 인프라 구축하는 등 구조적 문제는 일절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산재예방 인프라 확충 등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안전문제를 해결했다’는 상당한 착시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법의 취지와 관계없이 중소기업에 처벌이 집중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금도 엉성한 산안법 때문에 현장에서는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법집행이 자행되고 있으며, 의지만으로는 이러한 산재와 같은 전문적, 기술적 성격이 강한 분야의 범죄 발생을 줄이긴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경총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은 “경영계도 기업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지만 사업주 처벌 강화 입법만으로는 사망사고를 줄이기엔 한계가 있다”며 “기업 경영을 총괄한다는 이유만으로 법 위반 행위자보다 주의감독의 과실, 책임이 있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과잉형벌”이라고 반론했다.

아울러 임 본부장은 “안전의무 위반과 기업의 매출액 규모와는 연관성이 없는데도 법인에게 매출액 대비 벌금을 내게 하겠다는 것도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신동근 의원 (출처=국회TV 중계 화면 캡처)
신동근 의원 (출처=국회TV 중계 화면 캡처)

이어진 의원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최고의원은 “산재원인이 안전수칙‧설비 부재, 특정 개인의 부주의의 결과일수도 있지만, 작업 환경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하는 기업경영 문화에 있다고 본다”며 “중대재해법은 산재를 기업범죄로 인식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보고, 명확성 원칙 등은 추후 보완하더라도 이 법을 통과시켜 산업재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사위는 강은미 의원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본격화했지만 국회 본회의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선정한 ‘미래입법과제’에는 포함됐지만, 여당의 당론으로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공청회에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 6명은 불참하는 등 사실상 반대입장을 굳혔다. 정의당은 여당에 중대재해법 당론 채택을 촉구하며 지난 3일부터 국회 안 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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