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는 의료공백…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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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되는 의료공백… "대책 마련 시급"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0.12.1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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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대안 등, 오늘(15일) 기자회견… 국가인권위에 긴급 현장조사권 발동 등 촉구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공공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면서, 공공병원을 주로 이용하던 사회적 약자‧소수자‧취약계층들의 진료와 치료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

10개월이 넘는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이미 공공병상과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대응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의협 최규진 인권팀장의 발언 장면.
인의협 최규진 인권팀장의 발언 장면.

이에 건강과대안, 다산인권센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등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오늘(15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 공공병원 확충과 공공의료 확대 및 사회적 약자‧소수자‧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게 요구하고 "코로나19 대응에서 벌어지는 시민들의 건강권 침해 문제 등을 인권위가 소상히 밝혀야 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건강과대안 변혜진 상임연구위원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첫 연자로 나선 인의협 최규진 인권팀장은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이 요구했던 공공병원 확충 계획이나 예산 마련은커녕 병상과 인력확보조차 해놓지 않는 등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권 침해 문제가 매우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팀장은 "시민사회단체가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단을 꾸려 쪽방 주민과 HIV감염인, 장애인 등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의 의료공백 피해를 제시하는 등 정부와 인권위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인권위는 아직까지 의료공백 상태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와 인권위는 이제라도 시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재천 활동가는 코로나19 대응 의료체계 및 정보전달 체계의 문제점들에 대해 설파했다.

그는 "공공병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는 것은 쪽방 주민이나 노숙인, 장애인, 이주노동자, 그리고 HIV감염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의료접근성을 박탈한다는 의미"라며 "응급 상황시 반드시 필요한 정보와 이에 대한 의료전달체계의 부재로 사회적 취약계층들은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위급할 때 어느 병원으로 갈 수 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없었고, 수시로 변경된 정부 지침과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등의 부재로 인해 의료인들에게까지 혼란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활동가는 "의료공백을 예상하고 그에 필요한 필수 정보들을 마련하고 관리‧통제해야 할 정부의 역할이 공백으로 남아 있어 사회구성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방치됐다"며 정부의 책임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 이조은 선임간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민사회는 감염병에 대응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수차례 공공병상을 확충하고 민간병원 동원체계를 마련할 것을 촉구해왔지만 정부는 이러한 시민사회의 공공의료 강화 요구를 외면해왔다"면서 "정부는 민간병상 동원체계를 즉시 수립해 무고한 희생을 막아야 하며 민간대형병원들은 국가적 재난 앞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병상과 인력을 적극 제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의 발언 장면.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의 발언 장면.

끝으로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일반적인 의료급여 환자와 달리 지정병원에서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노숙인들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국장은 "서울의 경우 정신과진료를 하는 곳을 제외하고 노숙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지정병원 6곳 모두가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면서 노숙인이 이용 가능한 병원이 없어졌다"며 "이로 인해 수술 후 재활치료 중이던 홈리스가 거점병원 예비조치로 퇴원당해 무작정 거리로 다시 나와야 했고 출혈로 응급실을 찾았지만 엑스레이 1장 찍지 못하고 응급조치만 받거나 119 구급대가 공공병원에 연락을 해도 병상이 없거나 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등의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편 건강과대안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인권위를 방문해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인권위의 입장을 밝히고 긴급 현장조사권 발동과 함께 정부 등 행정기관에 대한 권고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은 이날 건강과대안 등의 단체들이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현실화되는 의료공백,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라!

국가인권위는 의료공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라!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양성으로 확인되는 사람들 수가 급격히 늘면서, 공공의료체계가 뒷받침할 수 없는 ‘의료붕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양성확인 된 이들에 대한 적절한 진료뿐 아니라, 다른 건강상의 문제를 가진 환자들도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갑작스런 확산, 부족한 병상과 미흡한 정부의 대응은 의료공백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공병원을 이용하던 사회적 약자·소수자·취약계층의 경우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서울에서 홈리스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마지막 병원마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입원 중이던 홈리스들이 쫓겨난 상황이며, 일반 환자 입원을 받았던 공공병원 중 하나인 중앙보훈병원 역시 코로나19 병상 확보를 위해 환자들을 쫓아내다시피해 물의를 빚고 있다. 쪽방 주민, HIV감염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취약계층들이 이용하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됨에 따라 제때 치료와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공백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아무런 대안 마련이 없는 상황이다. 의료공백 문제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예상되었던 일이다. 지난 3월 대구경북의 코로나 확산 상황에서 고 정유엽님이 제때 입원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공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해 언급도 없으며, 그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다. 대응 역시 부재한 상황이다.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 모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감염에 대한 예방/치료뿐만 아니라, 모든사람들이 안전하게 치료/진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국가의 책임이다. 이는, 감염병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회적 약자·소수자·취약계층에는 특별한 보호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10개월이 넘는 동안 공공의료 체계를 정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정부의 대책은 부재했고, 그로 인해 재확산이 되는 지금 시점에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모두의 존엄할 권리, 인권과 연결된 문제이며, 우리가 국가인권위 앞에 온 이유기도 하다.

언제까지 임기응변식 대응만을 할 것인가. 모두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는 지금. 정부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인권위는 공중보건위기에서 국민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정부와 국가인권위에게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첫째, 국가인권위는 의료공백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국민/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할 자신들의 책무를 다하라!

둘째, 국가인권위는 의료공백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실태조사를 실시하라!

셋째, 정부는 병상과 의료인력 확보해서 의료공백 대책 마련하라!

넷째, 방역 당국은 방역대책을 수립할 때 의료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함께 마련하라!

다섯째,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과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민간병원을 적극적으로 동원하라!

2020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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