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건달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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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건달을 위하여!
  • 이성오
  • 승인 2020.12.28 16: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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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전북지부 이성오 회원

며칠 전 건치신문에 실린 『복수혈전은 쫄딱 망했다』를 보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난 그동안 검찰개혁에 관심이 별로 없었고 관련기사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 큰 제목만 읽어봐도 온통 언론은 온몸으로 검찰 편을 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잘해주겠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다 칼럼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글을 쓰고 있다. 난 지금껏 현장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직접 행동하기보다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방식으로 소극적으로 살았다. 그래서 거창한 담론으로 검찰개혁과 같은 주제를 설명할 위치도 아니다. 그래도 지금껏 살면서 느낀 게 있기에 글을 쓴다. 그리고 이 글은 오로지 ‘복수혈전’으로 시작하는 칼럼에만 관점이 맞춰져 있다.

칼럼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 깨달음에 대해서 쓴다.  

난 그동안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감정적이고 원색적이기보다는 논리적이려고 했다. 일종의 자기검열이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내키는 대로 쓰면 되는 것이었다. 칼럼은 그걸 가르쳐주고 있다. 

누군가 때리면 맞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멀쩡히 자기 땅에서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선조들이 살고 있던 땅이라는 이유로 힘없다는 이유로 쫓겨나서 핍박당한 것에 대한 저항이 ‘복수가 복수를 낳는 것’이었다. 그냥 잠자코 있었으면 이스라엘이 떡고물이라도 하나 더 주었을 텐데 미사일에 죽은 어린애들이 무슨 대수라고…. 그까짓 땅이 뭐라고…!

91학번인 나는 당시에 ‘왜 강경대를 죽였냐!’라면서 거리집회하는 선배들과 동기들을 말렸어야 했다. 비록 내가 용기가 없어서 함께 하지 못해서 그들을 응원했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들은 집회하면서 담배 피우고 거리를 보도블록을 깨서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루탄은 그냥 마시고 백골단이 때리면 맞았어야 했다. 맞았다고 보도블록 깨서 던지는 복수혈전은 어차피 쫄딱 망하는데 말이다! 민주 항쟁을 가장한 민주 건달들인데 말이다! 그러니까 강기훈 같은 사람이 감옥에 가고 암까지 걸려서 나오지! 복수혈전은 망하는데 말이다!

어릴 때 눈을 꿈뻑꿈뻑 거린다고 놀림당한 내가 속으로 적개심을 가져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그냥 내가 잘못한 것이다.

친일파를 척결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친일파를 등용한 이승만이 옳았었다! 바보 같은 김원봉, 김구! 왜 무장투쟁을 했나? 아무리 독립운동이라도 친일파에 복수하려고 하면 안 되지! 복수혈전을 꿈꾸니까 쫄딱 망하면서 죽기까지 했잖아! 그래서 거창에서 제주에서 여수 순창에서 그리고 베트남에서 사람들이 죽었던 거야! 특히 제주! 4‧3항쟁이 아니고 4‧3 복수혈전이 맞겠구나! 제주도에 제삿날 같은 집이 많다더니 복수혈전 때문에 그런 거였다.

독립운동하던 사람들이 해방된 이후에 친일파에게 죽고 가난하게 살고 연좌제에 묶여 살고 이런 건 다 그들이 복수혈전을 꿈꾸는 양아치에 건달이었기 때문이다. 복수혈전은 쫄딱 망하게 되어있는데 말이다.
노무현도 그냥 순응하면 되는 거였다. 그러면 죽지 않았을 거다. 그러지 않아서 죽어서까지 일베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도 없는 죄 만들어서 죽여버리는 검찰이지만,
없던 죄도 만들어서 간첩 만들어 버리는 검찰이지만,
자기가 쓰지도 않은 유서 가지고 대필했다면서 십 년 넘게 감옥살이하면서 암까지 걸려서 나오게 만든 검찰이지만,
온갖 죄가 있어서 특검까지 했지만 대통령이 되니까 아무 죄가 없다고 해놓고서 힘없어지니 죄가 있다면서 감옥에 가둔 검찰이지만,
이렇게 힘센 검찰이지만,
복수혈전은 쫄딱 망하고 복수는 복수를 낳기에 가만히 있어야 되는 거였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양아치에 건달이 되는 거였다. 노동자들이 고용주의 폭압에 저항하면 안 되었던 거다. 주는 대로 받아먹었어야 했다.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전자팔찌 채우면 안 되는 거였다. 조두순이 온다고 같은 동네 사람들이 분노하고 돌 던지고 계란 던지고 이사 보내라고 한 것에 공감한 내가 잘못 생각한 거였다. 분노에 차서 광기 어린 시선으로 건달과 같은 행동으로 그들을 사회에서 분리하려는 양아치 짓이기 때문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자기 피해를 공개하지 말라고 했어야 했다. 자기가 성폭력 당했다고 그렇게 언론에 나와서 인터뷰하지 말라고 말했어야 했다.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누군가의 정책을 지지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또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활발히 제기해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팬덤이라는 현상 중에서도 가장 안 좋은 광기 어린 배타적 팬덤이 되어 버린다.
 
세월호 단식을 하고 민주화 운동을 했어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 건 다 잊힌다. 피난민으로 학생 운동하다 군대 끌려가고 밑 에서부터 올라가나 공주님으로 자란 분이나 어차피 높은 자리 올라가면 금수저 소리 듣는 건 매한가지다.

마지막으로 뭐든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냥 ‘이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괜히 손에 피 묻힐 필요 있나! 백정 소리만 들을 텐데! 어차피 세상은 손에 묻은 피만 보면서 욕할 테고 그 피로 잡은 소의 소고기는 자기의 편안한 식탁에서 맛있게 먹기만 할 텐데!

이렇게 하면 앞으로 잘 살 거 같긴 하다. 다만 하나 걱정되는 건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검찰과 언론보다 더 미웠던 입진보들이(지금도 판치는)! 복수혈전은 절대 안 된다는 입진보들이! 고귀하고 순결한 영혼의 소유자인 입진보들이! 또 다른 노무현을 만들 것 같은 예감이다! 그러면 입진보들은 왜 순결하게 저항하지 않았냐면서 ‘이러면 안 된다. 절대 안 된다!'라면서 나한테 욕하겠지!

대학에 들어와서부터 세상은 언제나 둘 중 선택을 나에게 요구했다. 학생 운동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같기도처럼 하면 됐다). 학생 운동 중에서 NL과 PD 중 누구를 응원할 것인가?(이것도 같기도처럼 하면 되었다). 기타 등등 매 순간 매 시기마다 존재했던 선택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대개 한 발자국 떨어져서 같기도 처럼 하면 대충 넘어갔다. 이번에는 나에게 입진보가 될 것인가? 민주건달을 응원할 것인가? 중 어떤 걸 선택할지를 요구하는 것 같다. 
고민이 된다!

쫄딱 망하더라도 응원해야 하나? 아님 ‘이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만 외칠까? 
그래도 내가 치과의사인데 손에 피 안 묻히고 고름 짜낼 수는 없지 않나? 입 안 벌어지는 사람 개구기 물려서 강압적이라는 소리 듣더라도 고름은 짜내는 게 맞지!
이쯤에서 ‘그래! 결심했어~!’ 한번 외쳐줘야 하나? 
고민이 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무언가 선택해야 한다면!
아무도 나에게 신경 안 쓰겠지만!
어차피 복수혈전은 쫄딱 망하겠지만!
난 용기가 없어서 행동력이 없어서 손에 피 묻히는 거 못하겠지만!
난 백정의 손에 묻은 피를 가지고 백정을 욕하면서도 그들이 잡은 소고기를 편안하게 자신의 식탁에서 먹는 입진보 보다는 손에 피 묻혀가며 잡은 소고기로 내 딸과 그 딸과 또 그 딸에게 맛있는 소고기를 먹이는 백정인 민주건달을 응원하련다…!

*본 기고글은 신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성오(진안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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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신재 2020-12-28 22:28:05
저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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