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매화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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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매화마름
  • 유은경
  • 승인 2021.05.21 16: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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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쉰 한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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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녘의 들판은 보리가 누우런 논들과 텅 빈 채 하늘만 이고 있는 논들이 섞여 있다. 곧 보리가 베어지고 모내기를 위한 준비로 분주해질 것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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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시작하면 생을 마쳐야 하는 식물이 있다. ‘매화마름’이다. 써레질을 하기 전에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어야 하니 오죽 맘이 바쁠까.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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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잡초’라고 불릴 만큼 흔하던 매화마름이지만 풀들로부터 멀어지려는 인간들 때문에 지금은 멸종위기 2급 식물이라는 이름표를 달게 되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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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에 있는 매화마름 군락지는 환경을 살리려는 단체와 시민들의 성금, 그리고 논주인의 고운 마음으로 람사르 협약에 따른 국제보호습지로 등록돼 보호받고 있다. 잡초 취급을 받았지만 ‘매화’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을 보면 어여쁜 것은 인정을 받은 셈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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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달려가 만나긴 했으나 물속에 있는 이 쬐깐한 꽃들을 어찌 담아야 할지 참 막막했다. 햇살만 가득한 물속을 이리 보고 저리 들여다보고… 그리고 논둑을 빙빙 돌다가는 가슴장화를 믿고 논에 들어가 그냥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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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가 젖도록 몸을 낮춰 수면에 시선을 맞추니 그제서야 매화마름이 제 물그림자까지 보여준다. 한참을 그렇게 놀고 있는데 논을 둘러보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와 물으셨다. ‘여서 뭐 하능겨… 우렁 잡나?’ 시원하고 즐거운 기억 속 매화마름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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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성 2021-06-01 11:43:07
아름답습니다. 망원으로는 각도가 안나올텐데 어떻게 찍으셨나 했더니, 논바닥에 누워서 찍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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