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충의지 없는 ‘공공의료계획안’ 폐기해야”
상태바
“확충의지 없는 ‘공공의료계획안’ 폐기해야”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1.06.02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좋은공공병원운동본부, 오늘(2일)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 개최… 보정심 심의 중단 촉구
서울광장에서의 기자회견 모습.
서울광장에서의 기자회견 모습.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민들은 공공병원이 부족한 나머지 병상부족 사태로 입원을 할 수도 없으며 심지어 환자들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는 상황까지 목도해야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난 4월 26일 공개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안(이하 ‘기본계획안’)은 공공병원 비중을 겨후 1%(향후 5년간 공공병원 3개 확충) 늘리는 수준에 그치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는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80%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던’ 열악한 한국의 공공의료 현실이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이에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는 정부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를 열어 제2차 기본계획안을 심의한 오늘(2일) 서울과 대전·대구·부산·울산·광주·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인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제2차 기본계획안을 철회하고 공급자·산업계에 편향돼 있는 보정심에서의 심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광장에서는 서울·경기·인천 지역 단체들이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의 사회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나백주 정책위원장
나백주 정책위원장

첫 발언자로 나선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나백주 정책위원장은 “공공병원은 민간병원이 대신하지 못하는 고유한 기능을 갖고 있으며 정부 행정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에 위기시에 긴급한 의료대응이 가능한 병원이다. 공공병원이 있는 지자체에서 코로나19 초기 대응과 긴급 확산 등 위기 대응에 차이가 있었던 이유”라면서 “의료취약지에서도, 큰 도시지역에서도 공공병원이 절실히 필요함에도 보건복지부는 왜 제2차 기본계획안에 중앙정부의 공공병원 확충 의지를 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지자체가 공공병원 설립주체이기 때문이라 말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그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3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연대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고 진주의료원 폐원 당시 보였던 복지부의 무력한 태도 때문에 지자체가 지방의료원 폐원 시 반드시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도록 법률도 개정한 바 있다”며 “문제는 아직도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법에 지방의료원이 적자를 내면 안 된다는 독소조항이 살아있다는 것인데 운영적자를 지자체가 보전하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인력과 관련해서도 나 정책위원장은 “제2차 기본계획 상의 공공의료인력 양성과 처우 개선 내용을 현실화 하려면 국립대병원을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옮겨 통합관리 해야 하고, 국립대병원 공공의료 기능 강화에 대한 정부차원의 규모있는 연구와 함께 지방의료원 및 취약지 공공병원 지원 등을 포함해 진료 지원과 자문이 가능토록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중장기 예산을 ‘공공의료기금’ 형태로 만들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전문가 및 시민단체가 함께 협력하고 논의해 지역 공공병원을 충실히 확대해 가야 한다. 오는 9월이면 최근 개정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만큼 이 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해 제2차 기본계획안을 체계적으로 검토·심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기영 사무처장
박기영 사무처장

한국노총 박기영 사무처장도 정부의 제2차 기본계획안에 대한 보정심에서의 심의 중단 및 향후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의 논의를 촉구했다.

그는 “정부의 제2차 공공의료 기본계획안은 그간 노동시민단체가 요구해왔던 내용을 반영하지 못했으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사무처장은 “지난해 7월 28일 경사노위에서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공공병원을 늘리고, 의사 인력확대와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내용을 포함해 합의한 바 있지만 이후 의협의 이기적인 집단 진료거부 행동으로 이러한 합의들이 좌초되고 말았다”면서 “정부는 공공병원 확충을 통해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라는 노동시민단체들의 요구를 더 이상 무시하지 말라”고 피력했다.

이정희 정책실장
이정희 정책실장

민주노총 이정희 정책실장은 “복지부의 제2차 기본계획안에는 1차 기본계획이 민간의료의 보완 수준이고, 공공병상이 너무 적어 지역간 불균형과 건강격차가 심화되고 있고 의료서비스의 공공성 확대(67.4%)와 국가 책임 강화(79.3%)에 국민 다수가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 등 1차 계획에 대한 한계와 평가가 잘 담겨 있다”며 “그럼에도 복지부는 향후 5년 동안 공공병원 3개소 신축 계획만 내놓았다. 부족한 의사인력에 대한 충원계획 역시 공공의료강화와 국민의 여론보다는 관련단체, 즉 국민건강보다 기득권지키기를 앞세우는 의협과의 협의를 우선해서 추진하겠다고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그는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더 강력하게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공공의료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반드시 실현해 한국 사회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사회로,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책임져주는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내자”고 강조했다.

이지현 사회경제국장
이지현 사회경제국장

끝으로 참여연대 이지현 사회경제국장은 보정심 구성의 문제점들에 대해 설파했다.

이 국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공공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모아진 상황에서 정부가 생색내는 수준의 공공의료기본계획을 내놓은 것도 문제이지만, 이 계획안에 대해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한계가 분명한 보정심에서 심의하고 밀어부치려는 태도가 더 큰 문제”라며 “보정심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공의료와는 관련성이 크지 않은 민간병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들과 산업계 단체들, 의료 상업화를 전문으로 하는 인사 등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반면, 정작 수요자인 시민 의견을 대변할 위원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지난 3월 공공보건의료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하기 위해 전담위원회 설치법을 만들어놓고도 굳이 민간 의료기관 공급자와 산업계에 치우친 보정심에서 공공의료 기본계획을 급하게 논의해 처리하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부는 보정심 심의 계획을 폐기하고, 공공보건의료 정책심의위원회를 제대로 꾸려서 공공의료 계획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요청했다.

더플라자 호텔 22층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장에서의 피켓팅 시위 장면.
더플라자 호텔 22층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장에서의 피켓팅 시위 장면.
피켓팅 장면2
피켓팅 장면2
울산광역시청 앞에서의 기자회견 장면.
울산광역시청 앞에서의 기자회견 장면.
제주특별자치도청 앞에서의 기자회견 장면.
제주특별자치도청 앞에서의 기자회견 장면.

이날 기자회견 후에는 더플라자 호텔 회의장 앞에서 제2차 기본계획안을 폐기하고 공급자 및 산업계에 편향된 보정심에서의 심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피켓팅 시위가 펼쳐지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가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공공병원 확충 의지 없는 '공공의료 기본계획안' 전면 폐기하라

정부는 오늘(6/2)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안 ('21-'25)'을 심의해 최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는 정부가 내놓은 '공공의료 기본계획안'이 코로나19 속 공공의료 부족으로 한국사회가 겪은 위기와 비극, 그리고 계속될 감염병 시대에 비추어 극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형편없는 계획이 향후 5년의 공공의료 계획으로 확정된다면 수많은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현실은 계속될 것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이 기본계획안을 폐기하고 완전히 새롭게 다시 발표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8.9%의 공공병상을 고작 9.6%로 만들겠다는 공공의료 5년 계획은 기만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공공병원을 겨우 3개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3개 지역은 설립이 결정되었고 이미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가 확정된 지역이거나 예타 면제를 하기로 한 지역이다. 정부가 별도로 설립계획을 발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리고 증축 계획도 문제다. 기존 지방의료원들은 대부분 400병상 이하로 열악한데 이 중 절반만 증축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 계획이 설령 다 지켜져도 현재 8.9%인 공공병상이 5년 후 9.6%에 불과하게 된다. 즉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80%의 코로나 환자를 치료했던’ 열악한 한국의 공공의료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못한다.

정부는 당장 17개 시·도 중 공공병원이 없거나 한 개에 불과한 울산, 광주, 대구, 인천에 의료원을 설립하고 부산침례병원과 제주영리병원 부지를 매입해 공공병원을 지어야 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70개 중진료권 중 지역 공공병원이 없는 약 30곳에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하고, 400병상 미만의 지역거점공공병원은 모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400병상 이상으로 증축해야 한다. 또 청도대남병원 같은 지역 부실 민간병원을 찾아내 공공화해야 한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수많은 병상대기 환자를 경험했고 의료공백으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들을 목도했던 한국사회에서 필수적인 최소한의 정책이다. 이 정도 약속도 하지 못할 생색내기 수준의 '공공의료 계획'이라면 차라리 내놓을 필요가 없다.

둘째, 우려스런 의료인력 정책과, 의료영리화를 포함한 정부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정부는 간호대를 신설하고 지역 의무복무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간호대 졸업자를 아무리 늘려도 병원이 지금처럼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용을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간호노동의 조건만 열악해질 뿐이다. 인구당 간호대 졸업자는 지금도 외국보다 많은데 이 중 절반만 병원에서 일하는 것이 진정한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가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법제화해 병원의 이윤 추구를 통제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방치한채 '의무복무'를 시키는 것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

정부는 의사인력 확충은 관련단체(의사협회)와 협의한다고 발표했다. 이해당사자인 이익단체하고 논의해서 모두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가 어디 있는가? 정부는 단 한 개 수준이 아니라 권역별로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국립의대 정원을 활용해 의사 배출을 대폭 늘려 지역공공병원에서 일하도록 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또 '공공의료계획'에 ‘의료영리화’를 끼워넣는 행태도 중단해야 한다.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는데 대기업 돈벌이만 시켜줄 병원자동화(‘스마트병원')가 아니라 인력확충이 필요하다. 또 개인의 건강·의료정보를 수집해 민간기업에 넘겨주는 '마이헬스웨이 플랫폼'을 공공병원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폐기해야 한다.

셋째, 보정심 심의는 부적절하다. 절차적 정당성을 제대로 갖춘 기구를 구성해 논의하라.

오늘 정부가 이 기본계획을 심의하겠다고 나선 기구인 보정심은 향후 5년 공공의료 계획을 논의하기에 적절한 구성을 갖추지 못했다. 공급자 대표라는 이름으로 포함된 의협과 병협 등은 공공의료 공급과 관련이 적고 대체로 90% 민간병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이다. 전문가 대표에도 공공의료는커녕 줄기세포규제완화 등 의료상업화를 전문으로 하는 인사 등이 배치되어 있고, 몇 안 되는 '의료수요자' 대표로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 등 산업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실제 공공의료 수요자인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는 위원은 양대노총 정도에 불과하다.

국회는 최근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는데 이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은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공공의료 수요자와 공공의료 공급자 등을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런 개정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민간·산업친화적 단체들이 포진한 보정심에서 향후 5년 계획을 급하게 논의해 처리해 버리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는 오늘 논의를 중단하고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해서 공공의료 계획을 세워야 마땅하다.

코로나19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감염병 재앙이 향후 더 빈번하고 강하게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공공의료 강화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또 시장의료의 폐해 속 과잉진료와 과소진료에 고통 받고, 열악한 지역의료 때문에 응급·중증환자들이 치료기회를 놓치는 현실이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이렇게 ‘공공의료 강화 없는 공공의료계획’을 통과시킨다면 시민들의 분노와 저항을 크게 부를 것이다. 전국의 노동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제대로 된 공공의료 계획을 발표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2021. 6. 2.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대전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 울산건강연대, 화성시립병원건립운동본부, 토닥토닥), 공공병원설립을위한부산시민대책위,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노동조합,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빈곤사회연대, 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도민운동본부,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올바른광주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 인천공공의료포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영리화저지와의료공공성강화를위한제주도민운동본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참여연대, 코로나19의료공백으로인한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행동하는의사회 (이상 38개 단체)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