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흔드는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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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흔드는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시급”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1.06.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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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 오늘(1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 공공의료 확충 등 촉구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가 오늘(16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의료 확충 등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가 오늘(16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의료 확충 등을 촉구했다.

“감염병은 국민의 일상을 흔들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본부장 최희선 이하 서울본부)가 오늘(1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 강화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보건의료인력문제 해결 등 코로나19가 던진 과제들을 해결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서울본부 이근웅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희선 본부장은 여는 발언을 통해 “지난 2004년 사스와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2019년 코로나19 등 4~5년마다 되풀이되는 감염병에 우리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여전히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임시방편으로 반복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감염병이 나타날 때마다 정부가 대책을 세우겠다고 해놓고 감염병이 지나가면 예산 타령으로 또 후순위로 밀려 흐지부지 됐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 19는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면서 “더 이상 늦추지 말고 감염병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해 국가 중앙 및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최 본부장은 “10% 밖에 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공공의료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그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3차 대유행 시 서울에서는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 상급 종합병원들에게 1%의 중환자실을 내놓게 하면서 상급병원들이 대혼란에 빠져들고 말았다”며 “감염병 대응을 위해 공공의료를 30%까지 확대해야 하고 빠른 시일내에 정부 계획대로 300병상 이상의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전국 70곳에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희선 본부장
최희선 본부장

국립중앙의료원 안수경 노조지부장은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의 시급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병원 현장의 열악한 환경과 대한민국의 감염병 대응체계는 메르스때와 비교해 여전히 나아진 것이 없다”면서 “코로나19 확진환자와 중환자들이 늘어나도 임기응변식으로 공공병원을 전담병원으로 전환해 대응하기 바빴고, 고질적으로 부족한 보건의료인력문제가 여실히 드러나 숙련되지 않은 신규 간호사들까지 감염병동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또한 안 지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이전 과잉공급을 우려할 정도로 병상자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사태 직후 병실 부족으로 자가격리 중 사망자까지 발생한 사례는 민간 중심의 총량 확충제에 맞춰져왔던 대한민국의 공공보건의료체계가 얼마나 문제인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감염병은 우리의 일상을 흔들고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지만 민간병원은 수익성 없는 격리병실이나 음압병실 설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 대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상계백병원 이혜련 노조지부장은 “사람이 직접 사람을 돌보는 일이기에 일반 회사보다 장기근속자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곳이 바로 병원 현장임에도 오늘도 병원 현장에서는 국민 건강을 돌보고 있다는 사명감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로 줄을 잇고 있다”며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재난 상황 속에서 열악한 근무 조건에 시달리고 있는 간호사들의 현실에 대해 고발했다.

그는 “간호사 1인 당 맡겨진 환자 숫자가 15명에서 심하게는 24명에 이르기도 한다.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백의의 전사인 것이 현실”이라면서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보건의료인력 기준안 마련과 교대근무제 환경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대한민국 의료의 재도약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법과 제도를 통해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혜련 지부장
이혜련 지부장

끝으로 정의당 정재민 서울시당위원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택배, 배달노동자, 요양보호노동자, 보육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필수돌봄노동자들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주었고, 특히 감염병 대응 최전선에서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K-방역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코로나19에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공공병상이 턱없이 부족하고, 감염병에 대응하는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국민들의 지적에도 이를 보완하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의 대책만으로 일관해왔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그는 “더 이상 이런 상태로 대한민국의 의료체계를 둬서는 안 된다는 판단으로 보건의료인력과 공공의료확충, 불법의료근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보건의료노조가 나섰다”며 “정의당은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을 바꿔나가기 위해 코로나19 펜데믹의 시대에 감염병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하고자 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투쟁에 언제나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다음은 이날 서울본부가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코로나19가 던진 과제를 해결하라!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인력문제 해결에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가 앞장서겠습니다

○ 1년이 넘도록 우리를 괴롭히는 코로나19는 사회를 지탱해왔던 택배⋅배달노동자, 요양보호노동자, 보육노동자 등 필수⋅돌봄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드러냈다.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서 분투한 보건의료노동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보건의료노동자는 목숨을 걸고 열악한 환경에서 코로나19에 맞섰다. 이들이 없었다면 ‘K-방역’이라는 찬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보건의료노동자의 노고에 사회는 ‘덕분에’ 캠페인으로 화답하였고, 보건의료노동자 역시 그 격려에 1년 반 가까운 시간을 버텨왔다.

○ 하지만 ‘덕분에’ 캠페인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열악한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주지 못했다. 여전히 병원은 인력이 부족하고, 낮은 공공병상 비중은 감염병 유행 속 의료사각지대를 양산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제대로 된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은 꿈만 같은 일이다.

○ 정부는 ‘덕분에’ 캠페인 뒤에 숨어 열악한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지 않았다. ‘K-방역’의 이면엔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임시방편 파견인력으로 겨우겨우 버티는 현장, 형평성 없는 지원대책으로 발생하는 현장의 갈등, 병상 수 기준 10%밖에 되지 않는 공공병원의 코로나19 환자 떠맡기 등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 현실이 있다.

○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사가 없어 간호사의 대리처방, 대리시술이 만연한 게 지금 병원 현장이다. 심지어 수술 도중 간호사가 환자 심장 마사지를 직접 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불법의료는 만연해있다. 그나마 쉬면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끝없는 교대근무 일정 속에서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지쳐간다. 게다가 필수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병원 현장에서조차도 비정규직이 늘어나 업무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궁극적으로 이들 문제는 환자 안전과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 그동안 보건의료노조는 지속적인 투쟁을 통해 정부에 보건의료인력과 공공의료의 확충, 그리고 불법의료 근절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투쟁은 국민적 지지와 함께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은 제자리걸음이다. 이제 보건의료노동자가 직접 행동에 나서려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 공동 7대 핵심 요구안을 내걸고 9월 1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그리고 그 가장 앞자리에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가 나서려 한다.

○ 산별 공동 7대 핵심 요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② 보건의료인력 확충 ③ 불법의료 근절 ④ 교대근무제 개선과 주4일제 시행 ⑤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고용 보장 ⑥ 공공의료 확충 ⑦ 산별교섭 제도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모두가 보건의료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요구다. 이 정당한 우리의 요구에 이젠 정부가 법과 제도로 응답할 때이다.

○ 2021년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은 보건의료노동자가 직접 스스로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전개하는 투쟁이며, 제2, 제3의 코로나19로부터 국민 건강권을 지키고자 하는 투쟁이다. 산별 공동 7대 핵심 요구안의 실현을 위해 우리 2만 5천 서울본부 조합원들은 7만 8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과 함께 앞장서 힘차게 투쟁할 것을 결의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덕분에’라는 말 뒤에 숨지 말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라!

하나. 만성적인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한 불법의료 근절을 위해 의사 인력 확충하라!

하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부족한 공공의료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금 당장 공공의료 확충하라!

하나. 인력 부족과 초장기 노동으로 고통받는 보건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 주4일제와 제대로 된 인력 기준안 마련하라!

하나. 더는 미룰 수 없다. 공공의료 확충! 보건의료인력 확대!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위해 서울지역본부가 앞장서 총파업투쟁 승리하자!

2021년 6월 16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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