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에 새겨진 불평등의 이력… 『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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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에 새겨진 불평등의 이력… 『아 해보세요』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1.08.0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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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헌 교수, “미국에서 새로운 치과치료 만들려고 노력한 사람들 소개”

치아에 새겨진 불평등의 이력들, 『아 해보세요』가 출판사 ‘후마니타스’을 통해 출간됐다.

“이 책은 치아 감염을 치료하지 못해 발생한 합병증으로 지난 2007년 사망한 메릴랜드 출신 소년 데몬테 드라이버의 비극에서 시작됐다.”

저자인 미국의 의료 전문 저널리스트 ‘메리 오토’는 워싱턴 포스트에서 8년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보건 및 빈곤 문제를 취재했고, 특히 미국의 구강건강 문제를 다룬 기사를 써왔다.

『아 해보세요』
『아 해보세요』

메리 오토는 이 책의 서문에서 “미국의 치과의료라는 무질서한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모든 미국인에게 치과진료가 필요하지만 현재 제도로는 수백만 명이 진료받지 못하는 부조리함을 파헤쳤다”며 “데몬테가 사망한 곳에서 멀지 않은 볼티모어에 1840년 문을 연 세계 최초의 치과대학으로부터 시작해 치과가 어떻게 미국의 보건의료제도와 별개로 분리돼 진화했는지 그 역사를 탐구한다. 일부 환자들에게 치과진료는 왜 그렇게 받기 어려운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왜 그마저도 받을 수 없는지를 설명하려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불평등함은 가난한 사람들의 입안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본문 310쪽에 있는 내용이다.

『아 해보세요』를 번역한 3인의 공동번역자 중 1인인 서울대학교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한동헌 교수는 “이 책은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치과진료를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고발하고, 상업적으로 치우쳐 있는 치과진료 환경을 고발한다”면서 “일종의 양극화라고 볼 수도 있는데 한편에서는 기본적인 진료를 못 받아 이를 뽑기 위해 줄을 서거나 그조차도 못 해 죽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미용 시술을 권하는 치과진료 환경의 대비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아 해보세요』가 어두운 미국의 치과현실을 고발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 아동의 구강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사람들의 노력, 특히 상업적인 치과의료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치과의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 교수는 “『아 해보세요』는 미국에서 치과와 의과가 왜 나뉘어졌는지도 살펴보고 있다”면서 “의과와 하나의 길로 가야 할지, 아니면 독자적인 분야인 치과로 따로 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결국 의과와 독립된 영역으로 발전하게 된 미국과 전세계의 치과를 보여주지만, 앞으로 의과와 치과가 계속 나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인종차별이 치과진료에서는 어떻게 나타났는지 보여주는 장면도 인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한국도 문제가 심각해'라고 생각하게 될까? 아니면 '한국은 아무 문제가 없어. 환자에게 너무 좋은 시스템을 갖고 있으니까'고 생각하게 될까?

한 교수는 “거꾸로 생각해 본다면 미국 사람들 모두가 자신들의 의료시스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듯 '매우 문제가 심각해'라고 생각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원주의적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은 미국 나름의 역사와 전통에서 합당한 의료시스템을 발전시켜온 것이고 한국 또한 한국의 역사와 전통에서 합리적인 의료시스템을 발전시켜 온 것으로 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절대적 관점에서 어느 곳의 제도는 나쁘고, 어느 곳의 제도는 좋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돌이켜보면 우리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잘못된 것을 바꿔내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되었고, 미래의 우리 역시 그럴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동헌 교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더 나아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평가하고 바꿔낼 수 있으면 된다. 다만 입장에 따라 더 나아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다를 것”이라면서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도, 그리고 치과계 종사자가 아닌 이들도 자신의 견해에 따라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을 충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일독을 권했다.

『아 해보세요』는 한 교수 외에도 서울봄빛치과 이동정 원장과 김포e편한치과 이정옥 원장이 공동으로 번역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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