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자금 투여한 신약과 백신 특허 제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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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자금 투여한 신약과 백신 특허 제한해야”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1.08.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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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세넷 등, 온라인 간담회 ‘제약산업과 코로나19 백신’… 제약산업의 독점에 맞설 대안 모색

코로나19가 유행을 시작한 지 벌써 1년 반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확산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이들이 지쳐있지만 효과 좋은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바로 백신인데, 전 세계적으로 백신의 생산과 공급은 원활치 않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된지 8개월이 지난 지금, 전 세계에서는 총 45억 회분의 백신이 접종됐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100명 당 104회분의 백신이 접종된 반면 29개 최저소득 국가에서는 100명 당 2회분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결국 백신 접종이 저조한 중저소득 국가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다시 발생하면서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더 높은 델타와 감마 등의 변이 바이러스들이 출현하고 있다.

도대체 이러한 일들은 왜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된지 8개월이 지나도록 백신이 부족해 고소득 국가들을 중심으로 백신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건강세상네트워크(공동대표 현정희 조선남 이하 건세넷)가 지난 19일 더 나은 의약품생산체제를 위한 시민사회연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민중건강운동 등의 단체들과 함께 온라인 기획간담회 ‘제약산업과 코로나19 백신, 정치경제적 분석’을 개최해 고소득국가들의 백신 사재기 등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백신 불평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김진현 국장의 발제 장면.
김진현 국장의 발제 장면.

건세넷 김재천 운영위원의 사회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주발제자로 나선 사회진보연대 김진현 정책교육국장은 우선 “모든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국가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따라서 백신 생산 계획은 세계 모든 국가가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세워져야 한다”면서 “유행 초기 바이러스라면 전체 인구의 60%만 백신을 접종해도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알파 변이는 약 80%, 델타 변이의 경우는 약 85%가 백신을 접종해야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 지난 7월말까지 세계 전체에서 접종한 백신 38억 회분을 제외하면 앞으로 56~96억 회분의 백신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국장은 “국제통화기금의 연구진들은 전 세계적으로 올해의 백신 생산량이 60억 회분에 불과할 거라고 추정한 바 있다”며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부족한 이유로는 ▲생산에 필요한 설비와 재료 부족 ▲생산설비의 불균등한 분포 등을 들면서 “백신 생산에 대한 특허,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설비에 대한 특허들이 유효한 동안에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 확대나 생산지 다변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초국적 제약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특허권 유예와 기술 이전을 포함한 적극적인 조치들이 제때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제약 연구개발자금의 35~40%는 공적자금에서 나오고 있으며 초기 연구는 대부분 정부 지원을 받은 연구소나 대학 실험실에서 수행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초국적 제약기업들은 정부 지원으로 수행되는 수많은 연구 중 극소수의 성공 케이스만 골라서 인수합병을 하고 이후 TRIPs 같은 국제협정 등으로 보장되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20년 동안 적용되는 특허권 등의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통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시장가격을 극대화하는 등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김 국장은 “중저소득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고 더 위협적인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무역과 경제를 재개할 수 없다. 이는 선진국과 신흥국 가리지 않고 부채 더미 위에 앉아 있는 지금의 자본주의 경제에 명백한 위협”이라며 “제약기업들은 전향적인 자세로 TRIPs 유예안에 찬성해야 하고, TRIPs 유예안에 찬성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면 최소한 자발적 실시와 기술 이전에라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제약부문 기술혁신을 지양해 연구개발 비용은 사회적으로 부담하면서, 결과물은 제약기업이 특허권으로 독점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특허권의 약화를 통한 포괄적인 지식 공유와 공공적 의약품 생산의 시장 개입을 통해 제약산업의 생태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조은 활동가의 지정토론 장면.
김조은 활동가의 지정토론 장면.

지정토론자로 나선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도 ‘제약자본의 수탈과 의약품접근권을 위한 투쟁’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전 세계의 생산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게 만드는 의약품 생산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인류의 위기 앞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우위를 유지하는 것에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초국적 제약사들의 행태를 강력 비판했다.

그는 “특허 유예는 고사하고 자신들의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일부 제약사들은 위탁생산 계약조차 맺지 않고 있다”면서 “특허와 노하우가 섞여 있는 형태로 기술 독점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생산시설들이 기술을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려면 특허 공개와 더불어 적극적인 기술이전, 혹은 특허의 내용으로 기술을 재현할 수 있도록 기술 내용이 제대로 공개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김 활동가는 “초국적 제약회사들이 유독 주식시장에서 투자 광풍을 일으키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종목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지식재산권' 제도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20년 이상 독점을 보장받을 수 있고, 이 독점적 지위를 통해 판매 조건에 있어 막강한 협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데에서 비롯된다”며 “제약회사의 연구개발부터 제약 특허와 임상시험 결과, 그리고 제약회사의 마케팅 비용 등 기타 가격 결정 요인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토록 하는 등 제약자본에 대한 규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의약품 개발의 토대가 되는 기초연구 포함, 공공의 지원을 받은 연구개발이나 임상시험 등에 대해 그 성과물들이 기업의 이윤을 위해 사유화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의약품의 연구개발, 임상시험, 생산, 조달, 세금 등 전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어떻게 공공의 재원이나 기여가 들어가게 되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공공에서 직접적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할 때 그 조건으로 R&D 결과물에 대한 특허를 제한, 공중보건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공공 생산시설 등에 기술이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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