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 40주년… “전문가운동이 아닌 대중운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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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불 40주년… “전문가운동이 아닌 대중운동으로”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1.10.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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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시민연대, 지난달 30일 40주년 기념 1차 토론회 개최… 오는 6일 2차 토론회 통해 향후 과제 모색
불소시민연대가 지난달 30일 수불 40주년 기념 1차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불소시민연대가 지난달 30일 수불 40주년 기념 1차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건강형평성 확보를 위한 불소시민연대(이하 불소시민연대)가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 40주년을 기념하는 1차 토론회 ‘한국 수불사업의 좌절- 한국 수불사업은 어떻게? 왜 위기를 맞게 되었나?’를 지난달 30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불소시민연대는 이번 1차 토론회에 이어 오는 6일 2차 토론회 ‘한국 수불사업의 교훈과 과제- 수불사업에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할까?’를 온라인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한양여자대학교 치위생과 황윤숙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날 1차 토론회는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이흥수 교수의 발제와 전북대학교 치과대학 장기완 명예교수·인천평화복지연대 강주수 상임대표·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김형성 공동대표의 지정토론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 수불사업은 왜 위기를 맞제 되었나?’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이흥수 교수는 “지난 1945년 미국에서 첫 실시된 수불사업은 1957년 세계보건기구에서 세계 각국에 사업 실시를 권고하면서 한국에서도 1981년 진해시 시범사업으로 시작됐다”며 “이후 정체됐던 한국의 수불사업은 1989년 건치가 설립되면서 다신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1994년 시민단체의 주도를 통해 과천에서 새롭게 실시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 2002년에는 전국 28개 지역 54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등 최절정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는 “1998년 수불 반대론자들의 등장 이후 1999년 대전에서 수불사업이 처음으로 중단되는 등 반대론자들과의 치열한 논쟁을 거치면서 2002년 이후부터는 수불사업이 지속적으로 축소돼 지난 2018년 강원도 영월군을 끝으로 한국에서 수불사업이 모두 끝나고 말았다”면서 수불사업의 중단 사유로 ▲안전성을 이유로 한 반대론자들의 활동 ▲수도법/화학물질관리법에 저촉 ▲장비노후화로 인한 방치 ▲수도물공급처를 지자체에서 수자원공사로 변경 ▲사업예산 삭감 등을 들고 “(반대론자들의 활동에 따라) 지자체장들이 수불사업을 그냥 중단하거나 중단시키기 위해 여론조사를 활용하거나 예산을 삭감하면서 수불사업이 중단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수불사업이 중단되는 과정상의 문제로 ▲가치가 아니라 ‘안전성’이라는 과학의 문제로 중단된 점 ▲진정한 주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점 ▲중단 이후 충치예방을 위한 대체사업이 없었던 점 ▲불소 자체의 반대로 확산된 점 ▲치아의 중요성이 격하된 점 ▲반불소가 불소 없는 치약 등 영리 목적 사업과 결합하고 있는 점 등을 들면서, 한국에서 수불운동이 실패한 이유로는 ▲수불사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제 전환에 실패 ▲메시지 개발 실패 ▲전문행정의 부재 ▲중산층 운동 방식의 한계 ▲정치력 부족 ▲언론 속성의 간과 ▲지역사회와의 결합 부족 등을 제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초기 수불사업의 성공은 충치 증가와 시민참여 운동이라는 의제가 사회로부터 수용됐기에 가능했지만 1998년 반대론자들이 제기한 ‘안정성 이슈’에 매몰되면서 ‘위험과 안전’으로 논점이 고착화 되면서 의제 주도권을 상실했고 이로 인해 안전하다는 방어적 논리 전달에만 급급, 반대파에 대한 공격을 정치적인 논리보다는 학술적인 논리로만 전달하면서 간결하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 개발에 실패하고 말았다”며 “복지부 내 구강보건행정 전담부서 부활하고 막 활동을 본격화할 무렵 반대론에 직면하면서 전문성의 부재로 수불사업에 대한 이해 및 관심이 부족, 수도법과 화학물질관리법 개정 시 불소에 대한 복지부의 의견을 제출하지 않아 수불 사업의 추진 동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말았다”고 피력했다.

이흥수 교수의 발제 장면.
이흥수 교수의 발제 장면.

이어 그는 “2000년대 이전까지 시민사회운동은 ‘민주화’라는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사안에서 연대가 가능했지만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의 결합이 약해지고 빈민운동 등에 대한 관심과 입지가 줄어들면서 시민참여운동이라는 수불사업의 근본 의제가 더 이상 연대의 틀을 유지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중산층 중심의 시민사회운동단체의 수불 지지도 약화되고 노동운동과 장애인운동 등과 결합하지 못해 중산층의 ‘케모포피아’ 현상에 대처하는데도 필연적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면서 “결국 정치력의 부족으로 과학의 문제가 ‘이념’ 혹은 ‘진영’의 문제로 변질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자체장들이 당선을 위해 수불사업을 중단하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흥수 교수는 “언론의 속성도 간과해 언론 보도 대부분이 ‘안전 대 위험’이라는 선정적 논리로 진행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심층 보도를 견인해내지 못했다”며 “지역사회에도 기반을 두지 못해 수불사업의 시행이 대분분 행정조치로 이루어진 까닭에 반대론자들이 등장했을 때 사업 유지를 지원할 지역운동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대표적인 공중구강보건정책인 수불사업이 좌절되면서 향후 생의학적 방법에 의한 해결을 도모하게 될 위험성이 커졌다”면서 향후 과제로 ▲전문가 운동이 아닌 대중운동 ▲치과의사가 아닌 전담 실무운동가 양성 ▲반대론자와의 싸움이 아닌 구강건강증진운동으로의 승화 등을 제안했다.

"구강건강 형평성 확보라는 차원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사업”

첫 지정토론에 나선 장기완 명예교수는 “반대론자들은 정치적인 접근을 하는데 추진론자들은 과학적인 해명만 하면 모두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계속해서 아동의 충치상태만 내세워 다른 연령대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초고령국가에 진입하기 직전인 것을 감안 수불사업이 노인의 치근우식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적인 대안으로서의 정치력 강화 방안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입법 및 행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주수 공동대표의 지정토론 장면.
강주수 공동대표의 지정토론 장면.

인천평화복지연대 강주수 대표도 ‘시민단체 입장에서 바라본 수불사업 좌절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 한 지정토론에서 ▲반대론자들의 활동과 불소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집단의 여론 ▲수도법/화학물질관리법 저촉 등으로 인한 행정당국의 소극적인 입장 ▲기초자치단체 의회의 수불사업 관련 예산 삭감 등이 맞물려 수불사업이 좌절되고 말았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민 친화적인 수불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민친화적 수불운동과 관련해 그는 “시민과의 관계를 재설정해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불소도포를 포함한 치과주치의제도를 통해 아동과 저소득층·장애인·노인 등 다양한 연령층 및 계층을 위한 구강증진 활동을 꾸준하게 벌여나가면서 불소소금, 불소치약, 불소생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이 불소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수불운동을 단순한 충치예방에서 건강형평성 확보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운동으로 전개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건치 김형성 공동대표는 “20년 전에 비해 아동의 충치경험 영구치 지수는 절반으로 감소했지만 65세 연령기준 충치경험치아수 증가추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그동안 구강보건교육과 불소양치사업, 불소도포사업, 보건소 및 학교 구강보건실 설치, 치과부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강건강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어 월평등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영구치 우식유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수불사업은 여전히 구강건강형평성 확보라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사업”이라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 그리고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와 건치 회원, 치위생과 학생 등 총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신동근 의원.
인사말을 하고 있는 신동근 의원.

신동근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30주년 기념 토론회에는 인천시 정무부시장으로서 축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WHO와 CDC에서 가장 효과적인 충치예방사업이자 10대 공중구강보건사업이라고 꼽고 있는 수불사업이 지난 2018년 중단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보건당국이 예방보다는 치료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사업 초기부터 함께 수불사업을 펼쳐온 치과의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뜻깊은 40주년 기념 토론회를 맞아 언제나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도 “1990년대 중반부터 인천에서 불소시민모임 활동을 하면서 CDC 견학도 다녀왔고 또 2010년 인천남동구청장 재직 당시에는 인천시 수불사업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면서 “반대론자들 때문에 수불사업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필요한 수불사업이 전국적인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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