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는 위드 코로나, 약자들만 희생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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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없는 위드 코로나, 약자들만 희생시켜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1.11.23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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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2주만에 확진자 3천명 돌파…병상 대기자 33명 사망
무상의료운동본부, 정부‧방역 당국에 깊은 우려 표명…공개 질의
코로나19 장기화에 무대책 일관한 정부 책임 커…경제도 못 살려

기다렸다는 듯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도입 2주도 채 되지 않아 중증환자 병상부족이 현실이 됐다. 며칠 째 확진자가 3천명을 넘어서고 중증환자도 5백명을 넘었다. 수도권 병상 과포화로 지방의료원으로 환자를 이전시키고, 병상배정을 기다리는 환자만 9백명 이상, 이 중 70세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들이 절반 이상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5주 간 33명이 대기 중 사망했다는 뉴스보도가 이어졌다.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 코로나19 초기부터 경고했던 일이다. 그러나 지난 19일이 돼서야 김부겸 총리는 수도권 22개 상급종합병원장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병상 확보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오늘(23일) ‘정부 방역 당국에 보내는 공개 질의’ 제하의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안일한 방역 대처를 질타했다.

본부는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실시하면서 확진자 5천 명, 중증환자 5백 명까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중환자실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실상은 장비와 인력이 없어 활용 불가능한 곳도 포함돼 있었다”면서 “중환자실 준비에만 한 달 가량 소요된다고 하는데 이제사 병원장들을 만나 요청하는 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고, 인력이 없는데 숙련 인력을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중환자실 추가 확보가 아예 불가능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규탄했다.

또 본부는 정부가 전국민 백신접종률이 70%가 넘은 지난 9월 28일에야 ‘코로나19 병상 간호사 배치기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인력 확충 투자‧계획 없이 최소한으로 시범사업을 하며 시간을 떼울 꼼수라고 분노했다.

본부는 “정부는 백신 접종으로 중증환자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최소로 인력기준을 만들고, 인력 대폭 확충과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한 근로조건 개선 계획과 재정 투자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투자도, 강제도 하지 않아, 코로나19가 시작한 2년 전 그 때처럼 그때그때 인력을 파견하는 식으로 대처하는 등 이 가이드라인 기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본부는 “67억 원을 들여 에크모와 인공호흡기를 부랴부랴 구매한다는 걸 보면 인력뿐 아니라 장비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본부는 “돌파감염이 늘어난다는 것은 제일 먼저 백신을 맞은 고령층 환자들이 돌파감염에 취약하다는 뜻으로, 실제 위드 코로나 시작과 더불어 고령층 돌파감염 확진자, 중증환자가 늘었다”며 “특히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들이 몰린 요양병원, 요양원에서 집단감염이 다시 발생하는데, 정부는 ‘코호트 격리’라는 그럴싸한 말로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한 곳에 가두는 등 지난해 겨울 3차 대유행처럼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할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본부는 주먹구구식 위드 코로나로는 경제를 회복시킬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수많은 약자들의 희생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본부는 “많은 국가들이 경제를 살리는 일을 선택했고 그 결과 살릴 수 있었던 수많은 약자들의 목숨을 희생시켰다”면서 “한국 정부도 지난 2년 간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근원적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전문가들의 경고는 무시했기 때문에 이런 소동과 혼란, 환자 폭증으로 인한 불가피한 죽음을 자초했고 그 책임은 모두 정부에게 있다”고 못 박았다.

아래는 본부가 정부와 방역당국에 보내는 5가지 공개질의 내용이다.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확대와 중환자 급증에 따른 사립병원 병상 동원 계획을 밝혀라. 그리고 사립병원이 협조하지 않을 시, 또는 숙련인력이 없어 불가능할 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밝혀라.

▲요양시설 등 ‘코호트 격리’한 시설의 집단 사망자 발생 우려에 대한 대책을 밝혀라.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들이 지속해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계획을 밝혀라. 

▲‘재택치료’중 위급 환자 발생에 대한 대처 계획을 밝혀라. 근처 의료기관이 이 환자를 기피할 시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을 밝혀라.

▲반복되는 병상과 인력 부족에 대한 땜질식 조처가 아닌 근본적 대책과 이에 따른 재정 투자 계획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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