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컬처 박준영 대표는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언론과 방송계에서 밥을 먹고 살다가 지금은 역사콘텐츠로 쓰고 말하고 있다. 『나의 한국사 편력기』 와 『영화, 한국사에 말을 걸다』 등의 책을 냈다. 앞으로 매달 1회 영화나 드라마 속 역사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편집자 주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가 요사이 계속 대박을 내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이 자본주의 사회의 오랜 병폐를 콘텐츠 소재로 삼아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면 그 전에 만들어진 『D.P』는 한국만이 가지는 군대 문화를 배경으로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군대 조직을 샅샅이 해부한 드라마나 영화를 제약없이 볼 수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군 부대 앞에서 사진만 찍어도 간첩으로 오인 받았던 나라에서 말이다.
『D.P』가 OTT 개봉을 한 후에 국방부에서 항의 성명이나 ‘방영 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요즘의 대한민국 군대는 드라마와는 많이 다릅니다”는 국방부 장관의 애절한 호소(?)정도로 마무리됐다. 부지불식간에 우리 사회도 드라마와 현실 정도는 구별해낼 수 있는 꽤 열린 사회가 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D.P』는 한국의 군대 조직이 가혹행위와 집단 괴롭힘으로 얼마나 점철돼 있는지 날 것으로 보여준다. 이 드라마를 본 한 여성영화평론가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남자들이 불쌍하다는 감상 평을 나에게 전했다. 한편 자기들 나라에선 볼 수 없는 병영 생활과 문화에 외국의 넷플릭스 시청자들은 호기심을 담아 조회수 피크를 찍기도 했다.

『D.P』는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D.P는 ‘Deserter Persuit’의 약자이며 2인 1조로 구성된 ‘군무이탈 체포전담조’이다. 아무나 D.P가 될 수 없다. 기본 체력과 센스, 컴퓨터 등의 활용이 가능해야 한다. 핸드폰을 소지할 수 있고 머리도 기를 수 있어 한편으론 다른 군인들의 선망을 받기도 한다.
예비역 일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과호흡에 빠지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DSD)로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복명복창’에 넌더리가 쳐진다는 사람도 많다. 서글픈 건 국방부 장관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군대 안의 모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TV 뉴스를 틀었더니 마침 병사 1명이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해 자살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드라마에서 한 탈영병이 절규한다. “군대가 바뀐다고? 부대에 있는 수통이 언제 만들어진 줄 알아? 1953년이야. 무려 70년 전이라고! 군대는 절대 바뀌지 않아!”
병역이 면제된 아버지로서 현역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두 아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새삼스레 문자를 보냈다. “드라마를 보니 밥 굶어가면서 군대생활 힘들고 고생스러웠겠더라. 그래도 이제 사병 월급을 100만원까지 올려 준다고 하네? 후임들에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구나.”

벌써부터 시즌2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