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은 시민참여 보장해야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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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은 시민참여 보장해야만 가능”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1.12.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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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세넷, ‘한국 의료개혁’ 세미나… 이원영 교수 “국회 산하에 건강시민위원회 설치 검토해야”
건세넷이 지난달 25일 온라인 세미나을 개최했다.
건세넷이 지난달 25일 온라인 세미나을 개최했다.

건강보험은 당연지정제 도입으로 유례없이 빠른 시간내에 중요한 제도로 자리매김을 했지만 부과체계나 재원조달, 기금관리, 의료전달체계 등 여러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당면 개혁 과제뿐 아니라 새로운 보건의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건강보험제도의 민주적인 거버넌스 개혁도 필요하다.   

이에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지난달 25일 ‘건강보험제도 가입자참여 거버넌스와 민주적 운영’이라는 주제의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한국의 의료개혁 및 건강정책결정과정에서의 시민참여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나백주 정책위원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이원영 교수는 ‘한국의료개혁, 건강정책결정과정에서 환자 및 시민참여 필요성과 방향, 건강보험제도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시민참여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이 교수는 우선 “숙의 민주주의 관점에서 환자는 돌봄을 받아야 할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능동적 존재로 비전문가가 아니라 경험을 가진 전문가”라면서 “한국의 의료개혁은 숙의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 상임위에서 그 많은 법률 개정안에 대해 실제 얼마나 많은 논의를 하는지 모르겠다. 결정 과정에서 공청회 등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이익집단의 로비 등 입법과정의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며 “환자나 시민들의 실질적 참여 보장이 되지 않고 형식적 논의만 진행되다가 정부안으로 정리된다. 사회적 낭비이고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피력했다. 

이원영 교수의 온라인 강연 장면.
이원영 교수의 온라인 강연 장면.

근로자단체 2명, 시민, 소비자단체, 농어업단체, 자영업단체 각 1명으로 구성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도 형식적으로는 환자 및 시민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협상에 매몰돼 공익적 결정을 위한 숙고가 매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이 교수는 “국가권력과 금융자본 및 제약·의료기기자본은 인적 네트워크뿐 아니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강한 결속력을 갖고 있으며 관료들은 자기보위에만 신경쓰고 있다”면서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합의보다는 정부가 주도하는 경향이 강하고 협상에만 매몰돼 새로운 제도 도입이 가져다는 주는 장단점에 대해 숙고하기보다는 서로의 입장만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의료개혁 및 건강정책결정과정에서의 시민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회 산하에 건강시민위원회를 두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몇 %로 할 것인가, 법정 보험료를 얼마로 상향해야 할 것인가? 비급여를 원칙적으로 불허할 것인가? 의료수가제도를 총액수가제로 바꿀 것인가? 의과대학을 늘려야 하는가? 민간의료보험 중 실손형 상품을 전면 금지할 것인가? 의료산업화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등 주요 문제들에 대한 시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그는 건강보험공단 지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공단지부가 지역에서 하는 일이 없다. 주민공청회도 하고 병원이용 어려움 등을 담은 보고서도 내고 국민패널제도를 운영하면서 그 내용을 건정심에 제안하는 등의 일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의료개혁의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시민과 환자들이 조직돼 있어야 한다”면서 환자 및 시민단체의 연대에 대한 중요성도 전했다.  

“국회가 건강보험제도에 개입할 통로 없어”
“제도 전반에 관료주의 속성만 그대로 남아”

강창구 회원의 온라인 토론 장면.
강창구 회원의 온라인 토론 장면.

토론자로 나선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창구 회원(건강보험 재정위원)은 정부와 관료가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거버넌스의 특징을 꼬집었다.

그는 “서구의 다른 나라와 달리 제도적 기반이 없는 가운데 정부 주도하에 정부의 필요에 의해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되다보니 시민과 환자가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며 “가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위원회는 있지만 정부주도형이라 가입자의 자치가 발현되지 못한다. 제도운영 전반에 관료주의 속성이 그대로 녹아 있다. 건정심으로 권한이 집중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원은 “전문성과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로 인해 환자와 일반인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도운영에서 배제된다”면서 “시민과 환자가 실질적 제도에 참여하게 되면 의사결정구조가 복잡하고 다층적 구조가 될 수밖에 없어 이를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것으로 인식한다”고 비판했다.

이익단체들의 정책개입에 대해서도 그는 “한국은 민간의료체계 중심이라 의사와 약사 등 이익단체들의 영향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확대 재생산됐다”며 “의료를 개인소유라고 생각하면서 환자와 시민, 가입자 등이 개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강 회원은 건강보험 관리운영체계 및 의사결정기구와 관련 “보건복지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건정심은 대표성, 전문성, 공정성, 갈등조정의 중재 기능 등이 미흡하고 재정운영위원회는 재정 감시 기능이 없으며 심사평가원은 직능대표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그는 “국회가 건강보험제도에 개입할 통로가 없다”면서 “국회내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특위 산하에 환자 및 가입자 참여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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