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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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는 ‘마음’
  • 김형성
  • 승인 2021.12.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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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김형성 공동대표
김형성 공동대표
김형성 공동대표

2022년을 영어로 읽으면 ‘다시 2020년으로(twenty twenty, too)!’라며 놀라는 영상과 사진들이 인터넷에 유행입니다. 2020년 2월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제 델타변이를 지나 오미크론 변이까지 이르러 복면의 일상이 그 끝을 기약할 수 없게 되면서 ‘다시 2020이라니,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뜻입니다.

2021년 건치는 기후위기·기후행동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 등 인수공통감염병의 등장 주기가 빨라지는 원인에는 기후위기가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자연환경의 조건이 아니라 인류가 만들어낸 인재라는 사실이 상식이 되고 있습니다.

건치는 우선 기후위기에 대한 상식화에 주력하고자 치과계와 보건의료계를 중심으로 기후행동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정부와 해외 각국의 정부들은 원자력 발전에 오히려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후위기가 온실가스와 탄소배출권, 탄소 국경세 등 탄소배출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는 동안, 그 심각한 위험성-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태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재생발전 대신 원자력발전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후위기를 체제자체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면, 당장의 눈속임을 위한 차악을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그 목적은 체제의 유지, 국가 경쟁의 탈을 쓴 기업이윤의 확보입니다. 원자력발전은 그 자체의 위험성과 재처리비용의 비효율성뿐만 아니라 중앙집중적 발전시설로 인한 재생에너지 발전의 저해로 근본적인 에너지전환의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2년여에 걸친 복면의 일상으로도 아직 자본주의형 정부와 기업의 야욕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건치의 기후행동은 ‘#그럼에도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 다하고 정부와 기업의 실천을 압박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정의로운 기후행동의 원칙을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건치를 비롯한 보건의료운동단체는 2021년 내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드러난 공공의료 확충의 중요성, 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접근권 확보를 주장해왔지만 집권말기를 향하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 기본계획안’은 형편없이 부족했습니다.

오히려 원격의료와 신의료규제완화, 서비스산업발전법 추진 등 의료민영화로 비판받던 묵은 정책들이 코로나19 재난의 와중에 등장해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오래된 의료민영화 정책들은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서랍에 빼곡히 채워져 있다가 틈나는 대로 정부정책이나 국회의원의 법안으로 이름만 바꿔 등장하곤 해왔습니다.

적폐정권을 촛불로 밀어내고 대통령을 바꿔 180석 의회를 만들어준 국민들의 촛불정권 진보행보가 답답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단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선거로 이뤄낸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국 반쪽짜리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오랜 친자본의 역사를 가진 관료주의와 신자유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기재부 주도의 정부 병폐는 진보의 연대보다 이해관계 연줄의 끈적함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와 6월 1일 지방선거는 변화의 계기가 될지는 모르지만 큰 기대는 하기 어려운 지금입니다. 이제 딱딱해지기 시작하는 보수양당의 선거정치에 과한 기대를 하기보다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빠져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보다 깊이 들여다볼 때입니다. 

연말에 좋은 책을 받았습니다. 강릉원주치대 정세환 교수의 『사람중심의 구강건강관리』란 책입니다. 건치의 브레인 구강보건정책연구회에서도 연례 세미나를 통해 작업에 함께 했습니다. 무엇보다 애쓰신 정세환 교수의 뚝심의 결과이겠지요.

그동안 건치와 치과의사로써 살아가는 동안의 ‘건강’과 ‘구강건강’의 전문성은 어떻게 서로 어우러져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찾는 책이라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건치다움은 역시 전문성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겠지요.

우리는 어떤 체제로의 전환이라도 치과의사로서 가져야 할 책무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민주주의에서도 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두 손에 ‘전문성의 지침서’를 마련해준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022년의 시작은 다시 2020년이 아니라, 다시 치과의사로서 세상을 마주하는 마음이어야 하겠습니다. 새해 모두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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