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당개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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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당개지치
  • 유은경
  • 승인 2022.0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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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예순 일곱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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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둘러봐도 계곡을 건널 방법이 없어 신발을 벗어들었다. 물은 아직 차가웠으나 몸으로 전해지는 기운은 상쾌했다. 물의 자정능력이 꽃을 찾아든 나그네에게도 통했는지 멀고 낯선 길, 운전의 피로가 단숨에 날아갔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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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룽나무 꽃비가 내리는 그 계곡에 들어서니 농익어가는 푸르름에 멀미가 났다. 다시 신발을 신고 몇 걸음 옮기지 않아 하얀 꽃잎이 내려앉은 넓적한 잎에 보라색 꽃 몇송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당개지치’와 마주쳤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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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만 보아오던 꽃의 실물과 맞닥뜨리는 순간은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 꽃모양과 색깔, 잎이나 전체의 크기와 생김새는 그 곳의 햇살과 바람, 기분까지 재입력을 해야 해서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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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월, 봄의 한가운데서 꽃을 피우고 중부 이북 산에서 살고 있다. 아쉽게도 남쪽에서는 볼 수 없는 모양이다. 지치의 인삼모양 자주색 뿌리는 약초로 쓰이고 자주색 염료로도 쓰이며 이른 봄에 돋는 어린 순은 양념 필요 없는 나물로 유명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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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에 색소가 없어 염료로는 쓰이지 못해 ‘개’지치이고 중국에서 들어와 ‘당’개지치이다. 지치와 개지치, 당개지치 외에도 바닷가 모래에 사는 ‘모래지치’, 양지바른 곳에 파랑색 꽃이 피는 ‘반디지치’, 북쪽의 땅에 있어 아직은 만날 수 없는 ‘왜지치’와 ‘뚝지치’가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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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곡에는 적당한 차분함과 끝없는 고요가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적막함이 다가 아니어서, 고맙고 쓸쓸함이 전부가 아니어서 참 다행인 꽃길이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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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에 떠있는 꽃잎 위에 같이 흘려보낸 것이 시간만은 아니었으니 발걸음 할 때마다 한시름씩 가벼워져 돌아올 만큼 넓지 않으나 넉넉한 품이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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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잔뜩 찌푸리고 으스스한 추위가 소매 속으로 파고드는, SF영화 속 저주받은 도시와 같은 요즘 5월의 그 계곡과 그 맑은 물소리가 더없이 그립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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