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상실과 아픔 혹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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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상실과 아픔 혹은 치유”
  • 박준영
  • 승인 2022.02.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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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세상읽기- 서른 여덟 번째 이야기

크로스컬처 박준영 대표는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언론과 방송계에서 밥을 먹고 살다가 지금은 역사콘텐츠로 쓰고 말하고 있다. 『나의 한국사 편력기』 와 『영화, 한국사에 말을 걸다』 등의 책을 냈다. 앞으로 매달 1회 영화나 드라마 속 역사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영화 『콜미 바이유어 네임』은 이문세의 노래 『옛사랑』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사랑의 아련함과 치유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콜미 바이유어 네임』은 전 세계인으로부터 첫사랑 영화의 마스터피스로 추앙받고 있다. 열 일곱 살의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와 스물 넷 올리브(아미 해머)가 어느 여름에 만나 사랑을 하고 헤어짐을 보여준다. 언뜻 『브로크백 마운틴』의 계보를 잇는 퀴어 영화로 보여지나 두 사람을 이성으로 바꾼다 해도 영화의 완성도와 주제의식은 훼손되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 교류, 그 자체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1983년 여름, 이탈리아 남부의 뜨거운 태양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부러웠던 것은 작열하는 태양도, 자유분방한 연애도, 식탁에 차려진 맛있는 이태리 음식도 아니었다. 열 일곱 청년이 하루종일 책을 읽고 사색하고,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랑에 대한 호기심을 맘껏 표현하며 청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청춘들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대한 시샘이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콜미 바이유어 네임』은 한 청년이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아카데미 각색상에 빛나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폭 넓은 시각과 섬세한 감정으로 온전히 담아내는 천재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백미는 사랑에 실패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아들에게 던지는 아버지의 위로의 말이다.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마음을 온통 떼어낸다면 서른 살쯤 됐을 땐 남는 게 없단다. 아프기 싫다고 그 감정을 몽땅 버리겠다고? 그건 엄청난 낭비지. 어떻게 살든 너의 마음이지만 이것만은 기억하렴. 우리 몸과 마음은 단 한번 주어진단다. 그런데 너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은 닳아 해지고 몸도 그렇게 돼버리지. 지금의 슬픔과 그 괴로움 모두를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내가 본 영화 중에서 최고의 명대사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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