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사위질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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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사위질빵
  • 유은경
  • 승인 2022.02.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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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예순 여덟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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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 칡덩굴이나 댕댕이덩굴 줄기와는 달리 ‘사위질빵’은 잘 끊어지고 약하다. 처갓집 일을 도우러 온 사위에게 그 줄기가 견딜 만큼만 짐을 지워 나르게 하려는 장모의 배려와 위트가 담겨있는 이름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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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나무를 타고 올라가 눈송이처럼 솜털처럼 하얗게 피어 있으면 사위질빵이다. 나무는 물론 담장이나 울타리,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의지해 맘껏 햇볕을 받으며 꽃을 피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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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녘이면 어디든지 좋다. 숨어서 피질 않는다. 꽃잎은 없고 꽃처럼 보이는 4장의 꽃받침과 많은 암술, 수술이 덩이져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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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달린 긴 암술대가 뭉쳐 있는 열매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에 알맞게 생겼다. 미처 날아가지 못한 열매들은 한여름에 피어난 꽃송이와 똑같은 모습으로 추운 한겨울을 나고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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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잎사위질방, 좀사위질빵도 있고 약효가 많아 두루두루 쓰임이 많다. 5월에 꽃이 조금 더 크게 피는 ‘할미밀망’과 참 많이 닮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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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도 조금씩 나르게 하고 씨암탉도 잡아주는 장모의 사랑이 떠올라 웃음 짓게 하는 꽃인데 시아버지나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이 배어있는 꽃이름은 없는 걸까?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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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며느리밥풀… 관계의 따스함보다는 고된 시집살이가 스며든 꽃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여자와 여자! 달라진 세태이고 세대이나 한 가족으로서 안고가야 하는 숙제로서의 무게는 여전한 듯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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