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들에게 불소를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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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들에게 불소를 허(許)하라”
  • 김광수
  • 승인 2022.04.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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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건강시민연대 특별기고⑧] 대한구강보건협회 김광수 전 부회장

제3기 건강형평성 확보를 위한 치아건강시민연대(이하 치아건강시민연대)가 지난 2월 26일 공식 출범했다. 새롭게 출범한 제3기 치아건강시민연대에서는 지난 2018년 모든 지역에서 수불사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매년 4월 9일 불소의 날 기념식 행사 등 아동뿐아니라 장애인, 어르신들의 충치예방에 꼭 필요한 수불사업과 불소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을 줄여나가기 위해 우선은 불소치약 등 불소를 활용한 다양한 충치예방운동들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제3기 치아건강시민연대와 함께 총 10회에 걸쳐 약 2주 간격으로 불소를 활용한 다양한 충치예방법들과 관련한 글들을 연재하기로 했다.

- 편집자 주

65세 이상 저작불편 호소율(국민건강영양조사 2017)과 의치 필요자율(국민건강영양조사 2015)
65세 이상 저작불편 호소율(국민건강영양조사 2017)과 의치 필요자율(국민건강영양조사 2015)

건강보험공단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약 93.5조 원이다. 이 중에서 치과의원으로 지급된 구강진료비는 약 6%로 5.6조 원이다. 한편 치과의원 수입 중에는 비보험진료 수입이 많은데 대개 비보험을 70% 정도라고 본다. 그래서 지난해 우리나라 치과병의원이 벌어들인 총진료비는 약 19조 원 정도 된다.

19조 원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부담이 가는 비용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문제는 구강병이 통장에서 결제하듯이 19조 원만 돈으로 내면 해결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구강병과 구강진료에 따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직업상의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치아가 아프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씹지도 못하기에 당장 해결을 하지 않고는 배겨낼 도리가 없다. 이렇게 치아가 빠지거나 아프게 되는 문제는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일도 아니다. 오랫동안 고통스런 치료를 받거나, 치료를 하고 나서도 후유증이 심하거나, 혹은 아예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며 평생 불편한 틀니로 만족해야 할 경우도 많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치과의원은 많지만 치과치료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이다. 경제적 빈곤계층도 많고, 특히나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일수록 더욱 치과치료를 필요로 한다. 또한 고아들,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이야말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데 이들의 구강병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없다. 속수무책인 것이다. 어찌 해야 할까?

소득 수준에 따른 치과 연간 미충족 의료율(19세 이상, 단위 %)- 2016국민건강통계
소득 수준에 따른 치과 연간 미충족 의료율(19세 이상, 단위 %)- 2016국민건강통계

잘 알려진 대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40%나 되는 그 탁월한 충치예방효과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형편이 어려워서 충치예방을 못하고, 치과치료도 못하고, 구강검진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 즉 노인과 고아, 시간에 쫒겨 사는 노동자들에게 탁월한 충치예방효과를 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가 충분히 내리는 지역보다는 오랜 가뭄에 비를 만나면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단비가 된다. 그처럼 형편이 어려워서 충치예방을 못하거나 충치치료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불소 수돗물은 오랜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것이다. 즉 수불사업은 일종의 공중보건사업이지만, 동시에 복지사업적인 측면이 크다. 

수불사업의 세계적 역사는 약 80년이 됐고, 약 60여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이 개발된 미국에서는 50개 대도시에서 모두 실시하고 있으며, 수도시설이 들어가지 않는 오지와 격오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불소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미국 수불사업 수혜인구 증가 추이
미국 수불사업 수혜인구 증가 추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일부 지역에서 시행된 바가 있으며 연구결과 충치예방효과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민들의 무관심과 보건행정당국의 무관심, 담당기관 일부 직원들의 무사안일주의 등의 이유로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약이 있어도 그 약이 좋은 줄 모른다거나,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다거나, 수입이 안 된다거나, 혹은 잘못된 정보 때문에 먹지 않는다면 어리석거나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수불사업은 공중보건사업이기 때문에 시행의 주체인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많은 시민들이 정책실시를 요구해야 하고, 전문가들인 치과의사들이 적극적이어야 하고, 치과의사들이 시민들을 적극 홍보·교육해야 한다. 

한편 불소를 이용한 충치예방이 불소수돗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소수돗물 이외에도 치약을 고를 때 가능한 한 불소가 많이 함유된 불소치약을 골라야 하고, 특히 아이들이 쓰는 치약은 반드시 불소치약으로 골라야 한다.

그 밖에도 유럽에서는 식탁용, 조리용 소금에도 불소배함 소금을 쓰는 일이 많다. 관련 자료를 보면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에서 팔리는 소금의 70%가 불소배합 소금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가족들의 치아건강을 위해서 불소배합 소금을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다.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금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와 협조해 불소배합 소금을 생산·공급하는 일도 절실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프랑스제 불소배합 소금 600g 2개를 3만7백 원에 팔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국내에서도 생산된다면 가정에서 가족들의 충치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마련되는 것이다.

프랑스 파인 요오도 불소 소금 '라발렌느'
프랑스 파인 요오도 불소 소금 '라발렌느'

치과의료인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으로 충치로 인한 고통과 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으며 헐벗고 굶주린 고아와 독거노인,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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