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의료법 독소조항 철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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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의료법 독소조항 철회” 요구
  • 이현정 기자
  • 승인 2007.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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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연대회의, “의협 반발행동은 집단 이기주의” 강력 비판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단체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도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기관 영리화 조장, 의료공공성 훼손하는 의료법 독소조항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과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의료연대회의는 오전 10시 혜화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법 졸속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의료연대회의는 “의료법 개정은 국민 건강 보호를 우선으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번 개정은 실무작업반 구성에서부터 의료계 편향으로 구성돼 직역간 이권다툼으로 국민의 의료주권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의료연대회의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환자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은 기존의 판례상 인정돼 온 것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반면, 병원의 인수․합병 허용과 부대사업 범위․의료광고 규제 완화 등 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드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고 개정 반대 이유를 밝혔다.

또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내에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 허용 등은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비전속 진료 허용 등도 의료의 포괄성․지속성 등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조캇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비급여비용에 대한 가격 계약 허용과 할인․면제를 통한 유인알선 허용에 대해서도 “민영의료보험의 대책없는 활성화를 초래하고, 비급여 진료 남발, 의료비 상승과 의료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의료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전문인에게 독점된 구조에서는 복지부가 말하는 비급여 할인 경쟁은 커녕 국민건강착취 카르텔만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료연대회의는 현재 의사들의 집단반발행동에 대해서도 “집단이기주의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의사단체가 요구하는 ▲투약 명시 ▲간호진단 삭제 ▲표준진료지침 삭제 ▲유사의료행위 근거 삭제 등은 그 어떤 정당성도 없는, 국민건강과 무관한 내용인 만큼 당장 단체행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연대회의는 “의료법 개정과정에서 국민의 요구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의료법개정실무반’을 재구성해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개정안을 다시 만들 것”을 요구했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보건복지부장관 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의료연대회의 기자회견 전문.

<기자회견문 designtimesp=19817>
정부는 의료법 전면개정 졸속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 의료기관 영리화 조장하고 의료불평등 심화시키는 독소조항 완전 철회하라!

- 국민건강권 보장과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개정하라!

지난 2월 5일 보건복지부가 의사협회의 반발을 이유로 미뤘던 의료법 개정안을 전격 발표했다.

73년 의료법을 개정한 이후 34년 동안 단 한차례도 전면 개정한 적이 없는 만큼, 변화한 의료 환경과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어떠한 내용을 담아내는가 하는데 있다. 의료법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의료인과 의료기관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이다. 따라서 의료법 개정은 국민건강 보호에 가장 우선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또한 법 개정에 따른 영향이 의료공급자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수요자인 국민 모두에게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그런 만큼 의료법 개정은 논의과정부터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충분한 협의 속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진행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의료법개정실무작업반’을 구성할 때부터 의료계 편향으로 위원을 구성하였다. 당시 의료연대회의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하여 강력하게 문제제기하였으나, 보건복지부는 이를 무시한 채 의료법 개정 논의를 강행하였다.

그뿐 아니라 법안 개정 논의과정도 철저히 밀실에서 진행되어 왔고, 의사단체 등 주요 직역간 이권다툼에 끌려 다니면서 국민의 의료주권을 훼손하고 의료법을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시키고 말았으며, 급기야는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환자권리 강화’가 주요 내용으로 담겨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개정안에 담긴 내용은 그동안 판례상 인정되어 온 권리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을 뿐, 환자권리 강화를 위한 획기적인 내용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에 반하여 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드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 내에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것 ▲비전속 진료를 허용하는 것 ▲병원간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것 ▲ 병원경영지원회사 설립을 포함한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것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환자의 유인·알선을 허용하고, 민간보험사와 비급여 가격계약 및 할인을 허용하는 것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하는 것들이 그러한 내용들이다.

이와 같은 개정안의 내용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14일 발표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에 담겨 있던 내용을 전면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할 것이 불보듯 훤하다.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 내에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안 제56조)하면 기존의 독립적인 의원급 의료기관보다는 병원 안에 개설된 의원을 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을 가져올 우려가 매우 크다.

▲비전속 진료를 허용(안 제76조)하게 되면 법인이 병원만 만들고, 전속의사는 최소화한 뒤 비전속 의사 위주로 운영할 가능이 높다. 특히 클리닉이라는 명칭으로 유명 의료진을 외래 영역에 겸직 방식으로 대거 영입할 가능성이 높으며, 유명 의사가 프리랜스로 활약하게 되는 경우 진료보다는 돈벌이에 치중하게 됨으로써 원래 소속된 의료기관과 프리랜스 고용 의료기관에서 인건비 부담만 증가하게 될 것이다.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안 제87조)해 ‘병원경영지원회사’ 설립이 허용되면 의료자본은 형식적으로는 비영리법인을 운영하면서 실제로는 병원경영지원회사를 이용해 약품 및 진료재료비 구매차익을 비롯하여 최대한의 이윤을 챙길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을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운영하고, 1-2-3차 의료기관간 네트워크화도 가능하게 된다.

▲병원의 인수·합병(안 제90조)을 허용하게 되면, 의료기관 그 자체가 자본의 투기대상이 될 것이다. 병원을 사고파는 장사가 가능해지고, 의료기관 채권은 그 활용가치에서 사실상 주식과 다를 바 없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비급여비용에 대한 가격계약을 허용하고, 할인․면제를 통한 유인알선을 허용(안 제67조)하게 되면, 병원들은 수익 창출을 최대화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를 남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환자를 유인 알선하기 위한 병원간 과당경쟁이 심해지고, 허위 과장광고로 인한 의료 피해자가 급증할 것이며,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함으로써 의료양극화와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여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의료광고의 범위 확대(안 제78조, 제79조)도 진료방법 등 의료서비
스 보다는 이미지 광고 등에 의존하게 되어 의료의 상품화가 가속화 될 것이며,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한 의료소비자의 피해와 불필요한 의료이용으로 인한 국민 의료비 부담의 증가 등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밖에 ▲의료행위 보호(안 제18조) 조항은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는 하나, 보호 범위와 내용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환자보호자의 정당한 항의표시나,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박탈하는 부당한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법 개정안은 이와 같이 그 절차와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내용에서도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 위험한 독소조항을 대폭 담고 있기에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개정안에 반대하며, 보건복지부가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다만, 우리는 의사단체가 요구하는 ▲‘투약’ 명시 ▲‘간호진단’ 삭제 ▲‘표준진료지침’ 삭제 ▲‘유사의료행위 근거’ 삭제에 대하여는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불과할 뿐 국민건강권 강화와 관련하여 하등의 정당성도 없다고 본다. 따라서 의사단체는 그 어떤 정당성도 없는 집단이기주의적인 단체행동을 당장 중단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확대하여 ‘의료법개정실무반’을 재구성하고, 여기에서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개정안을 다시 만들 것을 요구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전 국민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한다면 병원이 돈을 더욱 벌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무절제한 경쟁을 일정한 틀 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합리적 규제의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정부는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의 보건복지부장관 퇴진운동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끝 designtimesp=19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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