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신자유주의 체계 자체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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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신자유주의 체계 자체의 문제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2.06.08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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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건강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서 발표…기후위기=건강위기
“기후부정의 부른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정의로운 전환 필요”
기후재난 대응할 ‘지속가능한’ 공공‧예방 보건의료체계 마련
지난 3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2022년 건강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 자유세션Ⅱ에서 '기후가 아니라 체제 전환을 위한 건강 -기후 정치의 모색' 을 주제로 발제 및 토론이 진행됐다.
지난 3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2022년 건강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 자유세션Ⅱ에서 '기후가 아니라 체제 전환을 위한 건강 -기후 정치의 모색' 을 주제로 발제 및 토론이 진행됐다.

기후위기라는 전무후무한 재난이 시계초침처럼 빠르게 인류 앞으로 달려오고 있다. 이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는 현재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정의롭게’ 재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3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2022년 건강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 자유세션Ⅱ는 ‘기후가 아니라 체제전환을 위한 건강 -기후 정치의 모색’을 대주제로 진행됐다.

우석균 공동대표
우석균 공동대표

이날 첫 번째 연자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 공동대표는 ‘기후위기와 펜데믹 그리고 건강영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는 기후위기를 ‘서서히 다가오는 아마겟돈’으로 정의했다. 전 세계적 펜데믹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전에는 1세기에 2~3번 나타나던 펜데믹이, 20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2002년 사스 ▲2009년 돼지독감 ▲2012년 메르스 ▲2013년 에볼라 ▲2015년 지카 ▲2020년 코로나19 등 ‘인수공통감염병’이 2~5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전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것.

그는 기후위기와 잦은 펜데믹의 원인을 ‘신자유주의’에서 찾았다. 그는 “2020년 저소득국가 70개국 중 34개국의 부채가 디폴트이거나 위기 상태로, 국가나 국제기구 채무액이 195억달러, 사적채무액이 70억 달러로 집계됐다”며 “IMF, World bank가 빈국, 개발도상국들에게 채무 근거로 상품 수입과 구조조정, 복지축소, 민영화, 규제완화를, WTO, FTA 등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업의 자유무역화를 강요하고, 보조금에 기반 한 선진국의 농업을 수출하고 환금작물 재배 중심으로 그 나라의 농업구조를 공장형 농축산 방식으로 바꿔놓는 등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제3세계의 빈곤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제3세계 국가들은 이번 코로나19 펜데믹에 있어서도 가장 취약한 곳이고 이 나라들에서 변이들이 발생했다”며 “기후위기의 원인제공자인 북반구의 국가와 제약기업들은 무역관련 지식재산권 협정(TRIPs)을 들이밀며 백신에 대한 지재권을 주장하며 감염억제 대신 생명을 희생하는 냉혈함을 보이며 펜데믹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 대표는 “변화는 저들에게서 오지 않을 것이며, 저기엔 리더십도 없으며, 현재 기술적 해결방식을 나열하고 있지만, 집행조차도 못하는 상태”라며 “코로나19와 기후위기는 같은 원인의 다른 표현이며 이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방법은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먹거리 체계, 공중보건 영역으로 끌고와야

변혜진 상임연구위원
변혜진 상임연구위원

이어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변혜진 상임연구위원은 ‘기후 - 생태위기와 먹거리 체계 전환을 위한 정치화’를 주제로 발제에 나서, 신자유주의가 망쳐놓은 빈곤한 먹거리 체계를 비판했다.

먼저 그는 식량부족으로 인한 굶주림은 ‘신화’이며, 기아의 원인은 세계 종자기업 ▲바이엘 ▲코베스타 ▲캠차이나, 세계 곡물기업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번지(BUNGE) ▲카길(Cargil), 세계 축산기업 ▲카길 ▲타이슨푸드 ▲뉴호프 ▲CP그룹 ▲랜드오레이크, 세계 식품‧가공‧유통 8개 거대 다국적 기업의 독점과 금융투기, 그로 인한 곡물가격 상승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소수의 다국적 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곡물과 사료의 생산, 유통, 가공, 소비의 전 과정에서 4분의 1의 음식물이 버려지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발생율의 26%를 차지한다.

그러나 지구 한편에서는 식량 부족으로 굶어죽어 가고 있다. 기아 퇴치 공로로 지난 202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2019년 이미 8억명 넘은 인구가 기아 상태에 있었고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기아는 18%가 늘었다고 강조했다.

변 상임연구위원은 “3년간 식량가격이 83%나 치솟았던 지난 2007년과 2008년 식량위기 때보다, 이번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세계 식량 가격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로 인해 1천3백만 명의 영양실조 인구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우석균 공동대표의 지적처럼 코로나19 펜데믹은 자본 집약적인 글로벌 먹거리 체계가 감염병 대응에 매우 취약하고 회복탄력성이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중보건 연구자들이 먹거리를 단순 영양문제, 칼로리환원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중심의 먹거리 체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생태파괴와 기아의 문제까지도 연구과제로 포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변 상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와 건강의 위기는 같은 것이며, 먹거리 체계의 변화는 사회전반을 관통하는 심층적 사회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에 건강증진을 위한 연구에 농업생태학을 추가했으면 한다”며 “건강위기에 맞선 대안적 건강정치 운동 목표를 생태학적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통합해 사회의 권력구조에 도전하고 변혁을 요구하는 학문과 운동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기후위기‧건강불평등 해결 위한 새로운 정치세력 필요

이상윤 책임연구위원
이상윤 책임연구위원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은 ‘위기의 시대, 기후위기와 건강 정치화의 조건과 경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기후위기 해결은 ‘정치 의지’에 달렸음을 강조하며, 이와 동일하게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불평등 해결 문제를 기술적‧관료적‧행정적 정책 틀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이미 인지하고 있고, 과학적 근거가 있는 해결방안이 있음에도 이를 지극히 정치화하며 각국 정부가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며 “이러한 체계에서는 건강보다 경제적 가치가 우선시되고, 그 기저에는 기득권의 문제 구조적 제약이 있어 단순 정책적인 접근방식으로는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위기와 건강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과거 건강을 정책화했던 경험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이 문제가 ‘모두의 문제’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언어가 아닌 과학적 언어로 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기존 문제에 대한 발원적 문제제기와 대안 제시에 동반한 실천, 그 실천의 주체가 나와야 한다”면서 “미래세대가 결국 주체가 될터인데, 인간을 실천가운데 스스로 변하고 혁명하는 주체로 보고 이를 희망의 근거로 삼아, 이들을 매개할 사회활동가, 학자, 행정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행동보건의료건강권모임 이서영 선생도 기후부정의로 인한 피해 당사자들이 정치세력화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기후정의에 입각한 건강권‧보건의료 연구와 보편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기후영향의 최전선에 있는 저소득 국가들과 취약계층의 피해에 대한 연구가 부족, 이들이 국제기구와 학계에서 과소 대표되는 등 모순이 있다”면서 “기후부정의로 인한 피해 당사자들이 운동 주체로 성장해 신자유주의국가에 책임을 묻는 방식이 고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재난 대비할 예방중심 돌봄체계 구축해야

전진한 정책국장
전진한 정책국장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탄소감축과 기후재난 적응을 위한 보건의료 시스템 전환’을 주제로,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보건의료시스템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매년 6만7천여 명이 폭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으며, 지난 15년간 브라질에서 발생한 신장질환자의 7.4%는 이상 기온 상승으로 인한 것으로 조사됐고, 2017년 미국 푸로르토리코에 상륙한 허리케인으로 3천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이는 부상 및 급성 질병이 아니라 의료시스템 붕괴로 만성질환이 악화됐기 때문이었다”면서 “보편적 의료보장이 없는 미국에서 천문학적인 코로나19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많은 사람들이 검사와 치료를 포기했고 방역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보편적 의료보장이 갖춰진 유럽도 수십년간의 긴축으로 공공병상이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재 전 세계 의료부문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약 4.4%, 한국은 5.3%를 차지한다며, 보건의료 시스템이 기후위기의 원인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전 정책국장에 따르면 의료부문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의료기관 직접 배출(17%) ▲의료기관이 구매한 에너지 생산 시 배출되는 탄소(12%) ▲의료공급망에서 배출되는 탄소(71%)다.

그는 “의료기관 직접 배출하는 탄소와 의료기관이 구매한 에너지 생산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건물 단열, 에너지 효율화 난방과 냉방의 전기화와 국가전력망의 탈탄소화로 가능하며, 실제 영국 NHS는 이 방식으로 탄소배출을 크게 줄였다”면서 “의료공급망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의약품, 의료기기, 식품, 폐기물, 보험, 행정 연구 등에서 나오는데 이를 줄이려면 이윤중심의 낭비적 의료와 돌봄의 제공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염원이 되거나 방사능 독성이 있는 위험폐기물은 전체의 15%에 불과한데, 인력을 고용해 소독과 세척을 하는 대신, 인력을 줄이고 외주화하며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줄일 수 있는 폐기물을 만든다”며 “환자 등에 제공되는 식사 역시 지역 생산 먹거리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줄일 수 있지만, 한국처럼 병원 식당이 대기업에 외주화‧민영화돼 있는 현실에서는 불가능 하다”고 한탄했다.

또 이윤추구를 위한 과잉진료 역시 자원을 낭비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증가시키는 메커니즘이다. 전 정책위원에 따르면 약 60%의 치료는 근거기반이지만 30%는 낭비적 의료이거나 가치가 낮고, 나머지 10%의 의료행위는 오히려 환자에게 피해를 준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불필요한 의약품 사용 조장과 질병만들기 마케팅 역시 낭비적 의료의 한 측면이자, 탄소배출 증가의 원인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명이 감상선암, 유방암 등으로 과다진단되며, 미국의 과잉의료는 2011년 약 1,580~2,260억 달러 한화로 약 203조에서 290조원으로 추산되며, 낭비적 의료비지출의 총합은 최소 5,590억 달러 한화로 716조 원에 달한다. 이처럼 미국은 무려 GDP의 16.8%를 의료에 쓰지만 기대수명과 영아사망률 등 의료지표는 여타 부유한 국가들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민영화된 한국 의료 역시 미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는 “한국은 행위별수가제를 채택하고 있어 1인당 외래방문 횟수가 OECD 국가 평균의 2.5배로, 돈벌이가 되는 치료의학은 비대하게 발달한 반면 지역사회 일차의료와 예방‧돌봄 기능은 부실하다”며 “지방에는 응급취약지가 넘쳐나지만 서울에는 2천병상 이상의 초대형 병원이 몰려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기후재난 시대에 필요한 의료는 예방중심의 공공의료‧돌봄체계임을 강조하며. ‘지속가능한 의료(sustainable healthcare)'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전 정책국장은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위기는 지난 수 십 년간의 긴축과 신자유주의적 의료개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기후위기가 초래할 재난에 적응하려면 이윤중심의 의료공급 체계가 아니라 응급 의료 등 적시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연결해 돌봄과 치료를 제공하고, 만성질환의 지속적 치료, 신생아 스크리닝 등 일상적 의료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준비되고 조직된 양질의 공공적 의료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사회불평등을 완화해 질병 원인을 근본적으로 교정하는 것도 지속가능한 의료 원칙의 중요한 일부분”이라며 “의료‧돌봄 노동은 재생에너지 설치와 함께 오염을 거의 또는 전혀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저탄소 노동임에도, 저질‧저임금 노동으로 저평가 되는데 이를 양질의 일자리로, 공공적 의료시스템으로 확장하는 것 자체가 기후위기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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