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건강격차, 여전히 개인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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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건강격차, 여전히 개인의 책임인가?”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2.06.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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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련 치과부, 올 5월 『치과혹서 4탄』 발간…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한 빈곤화‧치과치료 중단 문제 짚어
민의련 치과부가 올 5월 『치과혹서(齒科酷書) 4탄』을 발간했다.
민의련 치과부가 올 5월 『치과혹서(齒科酷書) 4탄』을 발간했다.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하 민의련) 치과부(부장 이와시타 하루오)에서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더욱 어려워진 취약계층의 치과진료 실태를 고발한 『치과혹서(齒科酷書) 제4탄』을 지난 5월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치과혹서 4탄』의 부제는 ‘구강붕괴는 자기부담 입니까? 코로나19 재난으로 이어지고 이어지는, 인권으로서의 치과의료’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한 사례를 모았다.

민의련 치과부는 첫 번째 긴급사태선언이 있던 지난 2020년 4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민의련 가맹 치과병‧의원 119개소를 대상으로 2개월에 1번씩 총 7번에 걸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치과 영향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160건의 사례보고 중 47건이 ‘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한 빈곤’과 관련 있었다. 그 중 특징적인 사례 19건을 추려 『치과혹서 4탄』에 담은 것.

전체 47건을 분석한 결과 21건이 ‘코로나19로 인한 수입감소로 인한 치과치료 중단’ 사례였으며, 이는 다른 건강문제로 이어지거나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건강보험증이 없는 사례도 16건이나 보고됐다. 연령별로는 ▲20대 10건 ▲30대 9건 ▲40대 10건 등 젊은 층의 빈곤 상태가 두드러졌다. 

혹서에 실린 19건의 사례 중 공적보험에 가입돼 있음에도 실업, 해고, 채용보류, 일감 감소 등으로 치과진료를 중단한 사례가 14건에 달했다. 또 생활보호대상자가 2건, 건강보험증 말소 및 보험가입이 불가한 외국인 노동자 사례가 3건이다.

치과혹서에 실린 30대 남성의 구강상태. 건설업계에 종사했으나 코로나19로 회사가 도산하면서 실업자가 됐다. 이후 수입감소로 치과치료를 중단했다. 검진 결과 충치가 신경까지 퍼진 치아가 20개에 달했다.
치과혹서에 실린 30대 남성의 구강상태. 건설업계에 종사했으나 코로나19로 회사가 도산하면서 실업자가 됐다. 이후 수입감소로 치과치료를 중단했다. 검진 결과 충치가 신경까지 퍼진 치아가 20개에 달했다.

치과치료, 인권 문제…"정부가 사회적 책임 다해야"

민의련 치과부 이와시타 하루오 부장은 “202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코로나19 펜데믹은 신자유주의에 의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미혼모, 장애인,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생활, 노동환경에 큰 타격을 줬다”면서 “반면 부유층이나 글로벌 기업의 이익은 펜데믹에도 계속 팽창해 빈곤과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이것은 구강건강격차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치과혹서에는 19가지 사례만이 소개됐지만, 현장에서 다양한 루트로 발굴한  환자를 상담하고 진료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한 빈곤의 다양한 층위를 확인했고 치료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잠재적 환자가 전국에 존재한다는 걸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면서 “민의련 가맹 치과병‧의원은 무료저액진료사업, 일부부담금감면, 보험증발행을 골자로 한 일본 국민건강보험법 제44조를 활용해 이들을 진료하면서, 이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증가한 것도 확인했다. 즉, 일본의 사회보장제도가 불충분하고 빈약하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와시타 부장은 코로나19로 더욱 심각해진 양극화와 빈곤에 대해 ‘자기책임론’을 운운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가 사회적 책임을 더욱 무겁게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19 전부터도 각종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진료받을 권리’, ‘건강권’을 빼앗긴 상황을 목도하면서 이는 의료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는 사회적 문제이며,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치과혹서 발간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요구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치과 혹서에 실린 모녀의 치아 상태. (왼쪽) 40대 어머니 (오른쪽) 10대 딸. 어머니의 아르바이트 수입만으로 생활하던 빈곤가정으로,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악화됐고 딸은 등교조차 하지 못하는 등 사회적 지원과 개입이 절실한 상태였다. 10년 이상 치과진료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과 혹서에 실린 모녀의 치아 상태. (왼쪽) 40대 어머니 (오른쪽) 10대 딸. 어머니의 아르바이트 수입만으로 생활하던 빈곤가정으로,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돼, 딸은 등교조차 하지 못하는 등 사회적 지원과 개입이 절실한 상태였다. 10년 이상 치과진료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면서 이와시타 부장은 일본 정부가 근본적 대응 없이 ‘땜질식’ 방역 정책으로 일관하는 한편, 사회보장제도 자체를 후퇴시키는 정책은 밀어붙이는 행태를 규탄하며, 『치과혹서 4탄』의 발간취지를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긴급사태 선포 기간 중 국회는 ‘전세대형 사회보장개혁(全世代型社會保障改革)’이란 이름으로 병상감축, 75세 이상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기존 10%에서 20%로 늘리는 내용의 정책을 강행했다”며 “우리는 반대로 ‘치과혹서’를 통해 치과의료를 건강권, 즉 인권으로서 보장해야할 필요성을 설득하고, 나아가 일본의 치과를 포함한 의료제도의 개선, 사회보장 제도 확충을 정부에 촉구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민의련 치과부의 요구는 총 4가지로, 그 내용은 ▲전세대형 사회보장개악 추진을 중단하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을 지키기에 충분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할 것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고, 증가하는 건강보험료와 본인부담금을 경감할 것 ▲일본 국민건강보험법 제44조의 감면제도를 실효성 있는 제도로 만들 것 ▲무료저액진료사업소를 늘리고, 국가와 행정당국의 지원을 확대할 것 등이다.

한편, 민의련 치과부는 2008년 리먼사태가 불러온 금융위기를 계기로 양극화와 빈곤의 확대가 구강건강에도 영향을 미친 상태를 ‘구강붕괴’로 표현키로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9년 『‘구강건강에서 보이는 격차와 빈곤』이란 제목으로 치과혹서 1탄을 발간했다. 이어 2012년에는 『양극화와 빈곤으로 발생한 구강붕괴 -치과혹서 2탄』을, 2018년에는 『어째서 구강붕괴는 줄지 않는 것인가? 구강붕괴의 사회적책임을 묻다 - 치과혹서 3탄』을 낸 바 있다.

아울러 민의련 치과부는 『치과혹서 4탄』 발간을 기해 지난 6월 2일 기자회견를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구강붕괴 상황을 설명하고, 정부와 행정당국에 위의 4가지 요구안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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