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와 개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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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와 개업의
  • 양정강
  • 승인 2022.06.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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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시론] 양정강 논설위원

별생각 없이 늘 보고 읽던 두 단어, ‘개원의’와 ‘개업의’를 사전에서 찾아본 일이 있었다. 별세한 친구의 딸을 산부인과 ‘개업의’라고 소개하는 글을 고교 동기 단톡방에서 보았는데 ‘개원의’와 달리 좀 생소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주 활용하는 국어사전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개원의(開院醫)는 ‘개인 병원을 세워 진료를 하는 의사’를, 개업의(開業醫)는 ‘자기 병원을 경영하고 있는 의사’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개업의’라고 쓴 친구 글에 “의료계에서는 주로 ‘개원의’로 표현합니다. 사전에서도 설명이 약간 다르네요”라고 답했다.

내심 개업은 ‘경영’에 방점이 찍힌 표현이어서 ‘상업’의 느낌이, 개원은 ‘진료’를 뜻풀이로 하니 의사의 일차적 중요 책무를 더 잘 표현한 단어라는 생각에 ‘개원의’가 좀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장력이 출중한 어느 친구가 이에 대해 제법 긴 글을 올렸다. 

개원의와 개업의의 개념을 명확히 공부하도록 기회를 만들어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국어사전 등재 여부와 현재의 사전적 뜻풀이를 떠나서, 전문분야인 의료계의 일반적인 사용 어휘가 ‘개원의’라면 그에 따르는 것이 원칙일 것입니다.

다만, 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된 관련 어휘와 뜻풀이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개업의: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으며, 뜻풀이는 ‘자기 병원을 경영하고 있는 의사’
-개원의: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지 않음.

『우리말샘』
-개업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름.
-개원의: ‘개인 병원을 세워 진료를 하는 의사’라고 뜻풀이.

『네이버 사전』
-개업의: 표준국어대사전과 같음.
-개원의: 병원을 따로 세우거나 새로 문을 열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이상으로 볼 때 당초 ‘개업의’라는 어휘가 사용돼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올랐고, ‘개원의’라는 어휘는 그 후 의료계에서 널리 쓰기 시작했으나 아직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보임. ‘개원의’라는 말은 의료계와 언중이 계속 사용하면 표제어로 등재되는 날이 오리라고 봄.

『표준국어대사전』을 포함해 5개 국어사전을 휴대전화에 올려놓고도 나는 자주 보는 사전 하나만 보고 댓글을 달았던 터라 얼른 승복하고 답글을 올렸다.

“표제어에 대한 개념이 없었네요. 다만 ‘개업의’가 생소한 단어라서…” 

그래서 앞으로는 『표준국어대사전』을 포함해 다른 사전도 한둘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주거니 받거니 했던 일은 ‘표제어(標題語): 사전 따위의 표제 항목에 넣어 알기 쉽게 풀이해 놓은 말’에 대한 공부로 일단락(一段落) 되는 듯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후 다른 친구가 또 글을 이어갔다. 

얼마 전 개업의와 개원의에 대한 글들을 보았는데 그것은 자존감, 자기격상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간호부를 간호사로, 청소부를 환경미화원으로, 연예인 운전기사를 로드매니저로, 공무원 주사를 주무관으로 바꾼 것 등과 같은 사회현상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글을 보자마자 ‘자존감’은 맞지만 ‘자기격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든 다른 여러 사례와 같다고? 마뜩찮은 이유로 바로 답장을 하려다 순간 멈췄다. ‘친구 중에서도 소위 절친 중 절친이고, 한 성격하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요즘 의료계 상황은 개원의가 아니고 개업의가 맞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언젠가부터 의료계 언론에서나 의료인 스스로 ‘매출’, ‘가격’, ‘시장’, ‘상호’, ‘상도의’, ‘견적’, ‘저렴’ 등 소위 상업적인 표현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수입’, ‘진료비나 수가’, ‘의료계’, ‘병‧의원 이름’, ‘의료윤리’, ‘예상진료비’, ‘적은 비용’으로 써야 마음이 편한 꼰대(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는 어찌하리. 

그래서 다시 『표준국어대사전』을 열어본다. 

매출(賣出): 물건 따위를 내다 파는 일
가격(價格): 물건이 지닌 가치를 돈으로 나타낸 것
시장(市場); 여러 가지 상품을 사고파는 일정한 장소
견적(見積); 어떤 일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 따위를 미리 어림잡아 계산함. 또는 그런 계산
상호(商號): 상인이 영업활동을 할 때 자기를 표시하기 위하여 쓰는 이름.
저렴(低廉)하다: 물건 따위의 값이 싸다.
상도의(商道義); 상업 활동에서 지켜야 할 도덕. 특히 상업자들 사이에서 지켜야 할 도의를 이른다.
상업(商業): 상품을 사고파는 행위를 통하여 이익을 얻는 일

의사들의 진료 행태는 의료제도, 특히 국가가 운영하고 있는 ‘건강보험’이 크게 좌우한다. 대표적인 표현 중 하나가 소위 ‘3분 진료’다. 의사 1명당 연간 환자 상담 건수를 보면 한국이 당당하게 1위로 7,080건, 최저 스웨덴 680명, OECD 평균 2,181건이다. 

진료비는 미국을 100으로 하여 스위스 139, 터키 17, 한국은 48, OECD 평균은 72다. 미국의 절반이라도 되는 것은 1명당 짧은 진료시간과 소위 수가 책정에 의사의 재량권이 있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 진료로, 저수가 급여진료를 보완해서 나온 결과로 보인다. 

경영과 진료의 두 사이를 생각하던 얼마 전 유수 일간지에서 「3분 진료의 성과로 보는 ‘한국 속도’의 힘」이란 글을 만났다.

글에서는 “‘3분 진료’ 비판 많지만 싼 진료비와 수준 높은 의료의 비결”이라며 “한국 사회엔 확실히 ‘시간 압축’의 DNA가 있다. 그것이 한국을 여기까지 끌고 올라온 저력이기도 할 것이다”고 했다. 글의 몇 부분을 옮겨보자면,

선진 22국 중 한국이 1인당 최저 의료비(연간 2,600달러)를 쓰고도 암 사망률은 가장 낮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 이유를 생각한 결과 한국 의료의 강점은 ‘3분 진료’의 속도에 있다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한국의 1인당 진료비 지출은 보잘것없다. OECD 평균의 3분의 2, 미국의 2분의 1 수준이다. 건강보험 정착을 위해 정부가 수가를 억제해왔기 때문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도 OECD 평균(3.5명)의 3분의 2(2.3명)였다. 적은 의료비 지출, 최고 의료 성과는 의료기관의 낮은 문턱, 의사의 역량이란 두 가지가 핵심이라고 본다.

의료가 의료인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시각과 앞서 이야기한 칼럼처럼 한국 의료계의 상황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글을 보며 ‘개원의가 개업의의 자존감과 자기 격상의 결과가 맞는가?’라는 생각을 다시 떠올린다.  

경영과 진료 모두 중요하다가 답인데 칼럼 내용 중에 현 한국 의료를 ‘박리다매’로 설명하는 대목을 생각해서 51대 49로 진료를 경영에 앞세우는 꼰대로 남고 싶다. 

1928년도 동아일보에 게재된 치과의사 관련 기사에도 ‘개업’, ‘개원’ 두 단어가 모두 있다. 함부로 내 주장을 할 일이 아니다. 세상 참 복잡하다.

 

양정강(사람사랑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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