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덩굴박주가리’와 친해진 것은 순전히 가까이에 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작은 오솔길 바로 옆에 있어 숲속을 헤매지 않아도 되니 발걸음이 가볍다. 가는 길에 만나는 여러 가지 들꽃은 보너스다.

꽃이 그리 많지 않은 조금 한가한 여름에 꽃이 피니 상대적으로 관심을 많이 갖게 되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박주가리’와 꽃이 아주 작고 보기 드문 ‘왜박주가리’도 있다.

햇볕이 잘 드는 축축한 습지에 자리 잡았다. 이름 앞에 ‘덩굴’이 붙어 있는 것은 분명 강조의 의미일 터인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얄팍한 지식으로는 도저히 구별이 안된다. 오히려 덩굴의 길이로만 따지자면 박주가리가 훨씬 더 덩굴성인데 말이다.

박주가리에 비해 꽃이 선명하고 똑똑해 보이기는 하다. 녹화(綠化)돼 연둣빛인 꽃도 나란히 피어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기특한 것은 6월말에서 7~8월을 거쳐 늦게는 9월초까지 개화기간이 길어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조금 더 여유를 부리면 별나게 생긴 씨앗이 두팔 벌려 맞이하니 그것도 좋다.

성가시게 뜨거운 여름이다. 계속되는 폭염에 맞설 생각일랑 아예 접고 더위와 사이좋게 지내시기를… 우리 곁에 머무는 시간도 잠시일 것이다.

올해는 덩굴박주가리의 날씬한 열매집에서 날아오르는 씨앗을 담아봐야겠다. 훌륭히 할 일을 마치고 떠나는 그 가뿐함과 날아오르는 씨앗을 품는 푸른 가을하늘! 생각만으로도 이 열기가 조금 가라앉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