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5천명 시민 “기후재난…이대로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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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5천명 시민 “기후재난…이대로 살 수 없다”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2.09.2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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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기후정의행동 주최, 지난 24일 서울 시청역 일대서 ‘924기후정의 행진’…“정의로운 전환” 한목소리
9월기후정의행동 주최로 지난 24일 서울 시청, 광화문 일대에서 '924기후정의 행진'이 개최됐다. 400여 단체 3만5천여 명 시민이 기후정의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3만5천여 명의 시민이 모두가 함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기후정의’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지난 24일 서울 숭례문부터 시청역까지 환경단체를 비롯한 노동자‧농민‧여성‧장애인‧종교인‧보건의료인‧동물권 등 각계 400여개 단체가 ‘9‧24기후정의행진’을 진행했다. 이는 2019년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추진한 기후행동에 약 5천여 명이 참가한 것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행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매년 9월 24일~25일은 ‘세계 기후정의를 위한 행동의 날’로 전 세계 각지에서 기후행동이 펼쳐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각계 400여 단체 2천6백여 명의 추진위원으로 구성된 ‘9월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가 이번 행진을 조직한 것. 

오후 3시부터 열린 이날 본 집회는 기후정의행사 영상 상영, 기후위기 최전선 당사자들의 발언, 선언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보건의료‧건강권 기후행동을 선언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를 비롯한 보건의료인‧연구자‧활동가들도 행진에 참여해 ‘기후정의’를 위해 힘을 보탰다.

특히 이날 행진에 참여한 이들은 전 세계적인 착취와 불평등을 강화해 온 시스템이 기후위기를 불러 온 근본 원인임에 동의하며 “정의로운 전환”을 주장했다.

기업‧정부, 기후위기‧불평등 유발한 책임자
“불평등이 바로 재난…정의로운 전환 실시”

당사자 발언에 나선 (왼쪽부터)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 활동가,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 박종현 사무국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활동가,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하태성 위원장,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박용준 회장

 

당사자 발언에 나선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 활동가는 “국가와 기업은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피해에 집중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다수의 국민에게 실천을 강요하는데 이는 개인에게 책임을 넘기고 기후위기의 구조적 문제를 지우려는 시도”라며 “막대한 탄소배출로 착취와 불평등을 강화해 온 시스템이 문제임을 모두가 더 크게 외치고 기후위기의 책임자를 분명히 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 박종현 사무국장은 “모두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화력발전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없다”며 “노동자들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활동가는 “코로나19 펜데믹에서 장애인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코호트 격리로 청도대남병원과 같은 집단감염에 방치됐고, 최근 폭우 때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죽었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권리에서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고 외쳤다.

농민을 대표해 한 살림생잔자연합회 박용준 회장은 “농업은 그 나라의 식량안보와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공공적 가치이자 자산임에도 폭염, 가뭄, 폭우 등 기상이변으로 치명적 피해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친환경적 농업을 위한 에너지 효율화가 필요하고 이는 국가와 제도, 시스템이 나서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빈곤사회연대 이재임 활동가는 “빈곤을 만들어내는 뿌리와 기후위기를 만들어낸 뿌리는 닮아 있다”며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안전을 보장받는 사회가 바로 기후정의”라며 공공임대주택 확대,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중단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번째 당사자 발언. (왼쪽부터)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황분희 부위원장, 니카라과농업노동자연합 비아 캄페시나중앙아메리카지역 기후 대표 아마루 토레즈 씨, 빈곤사회연대 기후위기 이재임 활동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김지은 공동집행위원장.

국제연대의 뜻을 밝히며 브라질에서 날아온 니카라과농업노동자연합(ATC), 비아 캄페시나 중앙아메리자 지역 주민인 아마루토레즈 씨는 “단지 기후위기를 완화시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후 비상사태를 유발한 구조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기업에 기후위기를 맡겨둘 수 없다. 노동자, 농민, 원주민, 시민사회가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경과 원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로 고통받고 있는 투쟁지역 활동가들이 나와 지금 당장 개발을 멈추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함께 나설 것을 호소했다.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황분희 부위원장은 “정치인들은 핵발전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지역주민을 지킬 ‘법’이 없다며 이주를 요구하면서, 핵발전소를 짓기 위한 법은 잘만 만드는 것은 부정의하다”며 “핵발전소는 당장에 위험할 뿐 아니라, 기후를 비롯한 모든 위험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김지은 공동집행위원장도 “새만금공항을 짓겠다는 부지는 수라갯벌로, 새만금 간척사업이라는 생태학살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갯벌인데 이를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허구, 국책사업이란 미명하에 파괴하고 있다”며 “이윤을 위해서라면 자연‧생태 파괴를 무한정 용인하는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혁명‧투쟁, 자본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 종식할 새로운 체제 필요
“우리가 길이고 우리가 대안이다”

'이대로 살 수 없다. 기후정의를 위해 함께 행진하자'는 제목의 924기후정의선언문 낭독.
'이대로 살 수 없다. 기후정의를 위해 함께 행진하자'는 제목의 924기후정의선언문 낭독.

 

당사자 발언에 이어 참석자들은 9‧24기후정의선언문 낭독했다. 낭독을 위해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조경자 수녀, 환경정의 기후팀 김혜빈 활동가, 동물해방물결 장희지 활동가, 60+기후행동 이경희 운영위원, 이주노조 오즈하(Ojha) 사무국장이 무대에 올랐다.

선언문에서는 참가자 모두가 서 있는 곳은 참담한 재난의 현장이며, 모두를 기후위기 당사자로 규정하고 “기후위기, 기후재난 앞에서 가장 맨 먼저 위기에 노출될, 여성이고, 빈민이며, 장애인이고, 이주민이고, 청소년이고, 노인이고, 비수도권 거주민이며, 성소수자이며, 환자이자 임차인으로서 이대로 살 수 없다”면서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인 우리는 기후정의 주체로 나설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언문에서는 “불평등하고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이 체제 아래서 이대로 살 수 없고 이대로 살지 않을 것이며,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시스템 전환을 위해 결집할 것이고, 불평등한 체제 종식을 위해 연대할 것”이라며 “탄소중립, 녹색성장, ESG 경영과 같은 허울뿐인 그린워싱에 기만당하지 않고 배출제로 시대를 앞당기고 기후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선포했다.

그러면서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 종식할 것 ▲모든 불평등을 끝장 내기 위한 연대를 추구할 것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가 기후정의 주체가 될 것 등을 선언했다.

선언문에서는 “더 이상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성장, 시스템 유지는 불가하며 종차별과 종착취에 기반한 공장식 축산, 산업형 어업 또한 지속할 수 없다”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규모 토건, 대량의 생산‧유통‧소비‧폐기 시스템을 중단하고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가중시키는 핵발전 시스템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윤 중심의 자본체계는 기후위기의 원인이자 현재이며, 자본이 곳간을 온실가스와 함께 축적하는 동안 노동자, 서민, 취약계층의 삶은 질병과 죽음으로 내몰렸다”며 “사회적이고 지구적인 불평등을 극복하지 않으면 온전한 의미에서 위기 극복은 물론 기후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언문에서는 “기후위기를 야기한 주요 선진국과 대기업들이 기후위기를 또 하나의 이윤창출‧부의 축적 기회로 삼으며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후위기를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는 것이 오늘 우리의 선언과 행진의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집회 후 참가자들은 대오를 나눠 시청역-광화문-안국역-을지로-숭례문 순으로 가두행진을 벌였다.

보건의료‧건강권 기후행동을 선언한 보건의료단체 회원들도 행진에 참가했다.
보건의료‧건강권 기후행동을 선언한 보건의료단체 회원들도 행진에 참가했다.
924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건치 회원들
924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건치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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