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좀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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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좀딱취
  • 유은경
  • 승인 2022.12.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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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여든 일곱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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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바닷가 안쪽 깊숙한 그 숲속에 들었다. 몇 해 전 시월 끝자락에 들렀다가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던 씁쓸한 기억이 만남의 설레임보다 더 먼저 달려든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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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이파리들만이 바닥에 흐트러져 있을 뿐 ‘좀딱취’ 꽃은 쉽게 눈에 뜨이지 않았다. 뭐가 그리 급한지 꽃을 피우지 않고 봉오리에서 씨앗으로 바로 가버리는 ‘폐쇄화’의 특성 때문에 꽃을 만나기가 더욱 어렵다. 기온이 낮은 시기에 꽃을 피우기로 작정하고 택한 전략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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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비롯한 남쪽과 서쪽, 바다가 가까운 숲속 반그늘에서 자라는 상록성 여러해살이 풀이다. ‘좀’은 알다시피 작다는 뜻이다. 꽃도 잎도 모두 아주 자그마하다. 같이 살고 있는 빨간 호자덩굴 열매, 그리고 솔방울과 비교해 보자.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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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10월말 11월초에 제법 볼 수 있는데 꽃대는 한여름에도 올라와 있다. 정말 특이한 것은 작은 꽃 세 개가 모여 한송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끝이 갈라진 암술과 뭉툭한 수술이 끼리끼리 모여 있기도 하고 섞여 있기도 하다. 평범하지 않은 것은 꽃을 피우는 시기만이 아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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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훑고 다니며 마치 숨겨놓은 보물 찾듯이 꽃을 발견했다. 눈에 익으니 한송이, 두송이 뜨문뜨문 피어 있는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꽃이 귀한 시기에 만난 참 귀한 꽃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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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딱취를 한 해 야생화의 끝이라 부른다. 좀딱취를 끝으로 그해 들에 피는 꽃들은 더 이상 볼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다음해의 진지한 생을 위한 깊은 휴식에 드는 때가 다가왔다. 겨울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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