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보듬을 ‘의사활동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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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참사 보듬을 ‘의사활동가’가 필요하다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2.12.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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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건치‧보건연합, 지난 14일 회원토론회 개최…사회적 재난 막는 적극적 생명정치로의 전환 요구 필요
서경건치와 보건연합은 지난 14일 온라인으로 '이태원 참사와 한국사회, 사회운동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과 회원토론회를 개최했다.
서경건치와 보건연합은 지난 14일 온라인으로 '이태원 참사와 한국사회, 사회운동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과 회원토론회를 개최했다.

10‧29 이태원 참사는 사회적 참사이며,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 하에서 펼쳐질 참사의 신호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생명중심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시민들의 결집된 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울경기지부(회장 구준회)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14일 오후 8시부터 온라인으로 ‘이태원 참사와 한국사회, 사회운동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과 회원토론회를 진행했다.

10‧29 참사 원인…안전 시스템 부재한 ‘국가의 방치’

먼저 성공회대학교 김동춘 교수는 강연에 나서 사회적 참사의 정의와 10‧29 참사의 성격을 규정하고 향후 쟁점사안을 짚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사회과학적으로 보면 참사의 스펙트럼은 지진, 해일, 화산 등 자연재해부터 전쟁, 학살, 사업재해 등 기업범죄 및 국가폭력까지를 아우르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적 참사’는 그 중간에 위치한다.

그는 “사회적 참사는 시스템 차원에서의 구조실패나 구조방치, 미흡한 대처가 참사로 연결되는 다분히 인위적이고 부작위적인 성격이 강해, 개인책임과 법적‧정치적‧사회적 책임이 뒤섞여있다”며 “오늘날 발생하는 사회적 참사는 ‘운’처럼 개인에게 닥친 불가항력적인 면도 있지만 법과 제도, 국가가 만든 스펙트럼 안에 있어, 해석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사회적 참사의 원인을 거시구조적 측면에서 설명했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등장 이후 기업과 자본으로 권력과 힘이 이동하면서 정치와 국가 괴리됐고, 재난은 국가의 주권 바깥에, 정치적 무책임 상태의 일상화 재난의 개인화가 됐다”며 “과거엔 전쟁, 학살 등 국가가 직접 국민의 생명을 좌우했다면, 신자유주의시대에는 국가가 죽음을 방치하는 형태의 재난을 만드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10‧29 참사가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 하에서 발생할 참사들의 전조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게 국민의 범위는 부와 권력을 가진 이들로 국한돼 있고, 노골적으로 기업편향, 남성중심, 엘리트주의를 표방하고 있다”고 짚으면서 그렇기 때문에 “오직 경제성장과 국가안보에 치중하며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는 즉각적이고 확실히 개입하면서도 10‧29 참사에 대한 책임은 극도로 꺼리는 고도의 개입과 현저한 무능력이 공존하는 상태”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시민안전에 대해 무관심하고 의료민영화, 법인세 감세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개인의 생존이 극도로 어려운 사회에서는 개인의 선택이 사회붕괴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현상이 바로 저출산과 높은 자살율 등이며 이는 사회적 재난과도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배의 급변침, 해경의 구조실패와 위험의 외주화 해수부의 선박 선적 규제완화, 선원들의 비정규직 문제, 피신교육 부재,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등 인위적 성격이 강하다”면서 “반면 10‧29 참사는 이러한 인위적 측면 보다는 대규모 군집 시 안전문제에 대한 정부차원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국가의 방치에 가까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결합 필요…안전사회 대안 마련해야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시작될, 대비해야할 쟁점을 짚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도 어느 권위주의적 정부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와 그 유족, 시민사회를 분열시키고 사건을 축소하는데 열중할 것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권위주의 정부의 관심은 국가안보, 정권보위에 있기 때문에 참사가 공권력에 의한 것이 아니더라도 피해자들이 모여 슬픔이 집단화되고 정치화되는 것 자체를 차단하려 할 것”이라며 “세월호 때도 참사 직후 경찰과 국정원이 유족들을 감시한 게 바로 그 예다”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피해자와 유가족의 진상규명 요구는 당연한데, 보상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유가족, 시민사회의 분리를 시도하고 정부 책임을 회피하고 축소하기 위해 개인을 특정 희생양으로 만드는 등 언론과 함께 혐오를 재생산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기본적으로 검찰국가이기 때문에 유족이나 시민사회, 야당 등과 타협한다는 정치적 책임이라는 관념 자체가 없어 사법을 무기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혐오발언으로 유족과 생존자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줬고, 이는 10‧29 참사에서도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면서 “이러한 혐오발언에 대한 처벌기준이 없고, 이를 차단하는 사회적 건강성도 부족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정치적 무책임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은 바로 국가 목표를 성장과 안보 지상주의에서 생명안전주의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자유주의시대라 할지라도 국가권력을 어떻게 세우고 만드느냐 하는 일을 포기해선 안된다”면서 “성장주의 프레임에서 나와 국가예산을 복지와 안전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는 정치권력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민이 주체가 된 안전사회를 위한 운동을 시작하는 한편, 시민 권력과 감시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만 보는 관료주의와 맞서야 한다”면서도 “10‧29 참사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유심히 지켜보며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김 교수는 “유가족과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세심하게 돌보고 대처하는 일을 해야한다”며 “특히 10대에 세월호를 경험한 현재 20대 청년들이 가진 우울감과 트라우마, 한국사회와 정치에 대한 절망감을 다독이고, 애도와 공감의 문제를 혐오에 맞서 풀어나갈 대안을 시민사회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미래의, 잠재적 피해자들과 우군들과 결합하는 새로운 방식의 사회운동이 필요하다”며 “선거에 휘둘리지 않고 각계에서 집중적이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첨언했다.

유가족‧생존자와 적극적 연대…‘의사활동가’가 나올 때

강연 후 회원토론이 이어졌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오현석 회원은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회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오 회원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세월호 당시 국가트라우마 심리지원센터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10‧29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상담을 맡고 있다.

그는 “생존자, 목격자, 부상자 등과 면담을 했는데 축제를 즐기러 간 분도 있었지만, 지나가던 중이었던 분도 있었는데 다들 갑작스럽게 당한 재난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있다”면서 “당시 상황을 들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 예상됐는데도 군중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재난 대응팀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 회원은 “세월호 때도 그랬지만 현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고, 겪은 이들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사과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 상황에 분노하고 절망하다 결국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며 “자연재해 보다 사회적‧개인적 재난이 트라우마로 진행될 가능성과 위험성이 더 크기 때문에 생존자와 유가족의 회복을 위해서는 이들의 고통을 성실히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참사 직후, 재난상황에서 희생자들이 여러 병원으로 흩어져서 명단 만드는 일이 더딜 수밖에 없었지만 관련 지자체 공무원이 포함된 SNS를 통해 이들의 인적사항을 공유하고 명단을 만들었고, 지난 12월 2일 행안부 등을 통해 사망자와 부상자 명단이 내려와 대조작업을 했다”면서 “그런데 행안부는 유가족의 명단 공유 요청에 명단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신과 의사인 인의협 장창현 회원도 “최근 원진레이온 사태에서 인의협이 어떻게 원진레이온 산재 노동자들과 결합하고, 직업병의 심각성을 살피고 연대하며 진상규명을 해내갔는지를 보게 됐는데, 그때 등장한 개념이 ‘의사활동가’다”라며 “10‧29 참사 역시 원진레이온 문제에 버금가는 참사이며, 그때처럼 생명을 중시하는 ‘의사활동가’들이 유가족, 생존자들과 연대할 때”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위험을 개인화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응해,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정책 실현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적극적인 연대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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